Season 1 - Doctor's life until Feb 2014/전이성유방암

좋아졌네요

슬기엄마 2012. 9. 25. 23:39

 

그녀는

처음 유방암 진단,

수술 전 항암치료를 결정했을 때부터

항암치료 중간에 병이 나빠져 미쳐 계획된 항암치료를 다 받지도 못한 채 수술을 받아야 했던 순간

유방 수술을 하면서 같이 검사한 폐 조직검사에 전이가 나와 갑자기 4기로 진단되었던 순간

항암제 부작용으로 고생하며 멀지 지방서 앰뷸란스 타고 우리병원 응급실에 와야 했던 순간

약을 써도 병이 나빠지기만 하던 시간

그 시간들을 모두 나와 함께 했다.

진단, 재발, 전이 등의 무서운 소식을 내가 모두 전했다.

그녀는 때론 울고 때론 나를 원망하고 때론 자신을 원망하였지만

나를 떠나지 않고

나를 믿어주었다.

그녀는 내 앞에서 울지 않았다.

늘 괜찮다고 했다.

내가 어렵게 좋지 않은 소식을 전하면

잘 되겠죠 했다.

지방에서 서울을 오가며 고생도 많이 했다.

구토 때문에 버스에서 내리기도 했고

병원에 왔는데 백혈구 수치가 낮아 항암치료도 못받고 다시 기차타고 집으로 돌아가기도 했다.

나는 애타는 마음으로 그녀의 CT를 열어보았고

별로 좋아지지도 않고, 때론 나빠져서 약을 바꾸고,

그렇기 반복하기를 몇번..........

 

오늘 그녀는 지친 표정으로 남편과 함께 외래에 왔다.

약을 바꾸어 치료한 후 처음 찍은 CT.

간으로 전이된 병이 거의 보이지 않을 정도로 좋아졌다.

 

병이 좋아졌어요.

 

그녀는 갑자기 큰 소리를 내어 엉엉 울었다.

그녀가 우는 모습을 처음으로 보았다.

나도 마음 속으로 눈물이 났다.

 

하느님, 감사합니다.

 

임상연구로 치료를 해보자고 결정하던 날,

지방에서 매주 병원에 와야 하는 일정이 부담스러웠지만

나는 새로운 약제가 포함되어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가능성이 있으니

임상연구로 치료를 했으면 좋겠다고 마음 무겁게 제안하였다.

1:1 로 배정되기 때문에 표준약제군으로 배정될 수 있었다.

다행히 실험약제군이 배정된 군으로 배정되었다.

실험군으로 배정되었지만 그것대로 위험성을 떠안아야 하는 부분도 있었다.

그녀는 나의 제안을 받아들였고

또 다시 꺼져가는 의욕을 끌어모아 새로 약을 바꾸어 치료하였다.

 

나와 치료하면서 처음으로 좋아졌다.

그녀도

나도

눈물이 날만큼 기뻤다.

 

하느님, 감사합니다.

 

이번 한가위가 그 둥그런 달만큼 그녀에게 큰 행복을 가져다주는 시간이 되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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