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ason 1 - Doctor's life until Feb 2014/전이성유방암

암친구를 위한 식탁

슬기엄마 2012. 7. 30. 18:23

 

전이성 유방암으로 2년이 넘은 환자.

아무도 그 사실을 알아볼 수 없을만큼

외모 단정, 패션퀸,

멋진 분이다.

아직 CT를 보면 폐에 병이 남아있지만 잔존 병변이 별 변화없이 2년이 지나가고 있다.

그는 병원 생활의 도사다.

외래 대기 시간 중에 다른 환자들과도 좋은 이야기 많이 나누고

외래 시간이 지연될까봐 걱정하는 나를 위해 방에 들어서자 마자 자기 상황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서 보고해주신다.

진통제 부작용이 꽤 있었는데 혼자 이리저리 시도해보면서 자기 몸에 맞게 먹는 방법을 찾았다. 치료중 발생하는 많은 부작용들을 스스로 많이 극복하였다.

 

그래도 종양평가 CT를 찍는 날이면

잠을 설치고 마음에 불안함이 생기는 걸 어쩔 수 없다고 토로하신다. 나는 조용히 당연하다고 맞장구 쳐드린다.

같이 치료받던 누구누구가 많이 안좋아졌다길래 병문안 다녀오셨다며

암은 꼭 그렇게 힘들게 죽어야 하는 거냐고,

나도 그렇게 죽게 되는 거냐고 눈물 보이신다.

 

그래도 그는 씩씩하게 힘을 내서 다음 외래에 오신다. 그를 보는 내 마음은 안쓰러움반 존경심반이다.

 

남편이 이번에 암을 진단받고 수술하셨다.

남편 뒷바라지 하느라고 그녀도 얼굴과 몸이 수척해졌다. 간호할 때는 진통제 용량을 올려서 먹어야 할 정도로 몸이 힘들었다고 했다.

 

그녀는

자신과 남편을 위해

한끼 한끼를 보약처럼 생각하고 지어 먹는다고 했다.

남편과 좋은 음식 먹고 같이 운동하면서

암친구가 되었다고

인생 황혼기에 남편과 새로운 관계가 만들어지는 것 같아 감사하다고 한다.

평생 직장생활을 했던 그녀.

처음 암을 진단받고 집에 있을 때 그 막막한 시간을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 우울증도 왔었다.

그녀는 가족을 위해 보약같은 밥상을 차리며,

나도 살림을 잘 할 수 있구나, 요리도 잘 하는구나,

그 한끼 한끼를 정성들여 준비하는 것이 새로운 행복을 주는구나,

직장을 다니지 않아도 할일이 많고 좋은 일이 많구나 하는 것을 느꼈다고 했다.

 

전이된 후 2년이 지나다 보니

이제 죽음에 대한 두려움도 많이 없어지고

하루하루를 소중히 살고

주변 사람들, 관계도 되돌아 보게 되고

내가 어떻게 살아야 할지, 어떻게 죽어야 할지 생각해볼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을 갖게 되어 감사하다고 한다.

 

늘 감사하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 말이 가식이 아님을 난 알 수 있다.

 

나도 말한다.

이렇게 잘 지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