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ason 1 - Doctor's life until Feb 2014/전이성유방암

환자의 상태가 나빠졌을 때 보호자의 표정/태도

슬기엄마 2012. 7. 25. 14:21

 

환자는 벼랑 끝에 서있다.

마지막 선을 넘을 듯 말듯 간신히 무게중심을 잡고 겨우 똑바로 서 있다.

겉으로는 티가 안나게

그러나 마음 속으로는 하루에도 몇번씩 그 선을 넘어갈듯 말듯 위태위태하다. 잔잔한 바람만 불어도.

그래도 그는 아무 일 없는 듯이 현실을 꾸려나간다.

그 표정을 유지하기가 힘들지만 애써 감춘다.

그래서 항상 예쁘게 화장하고 멋진 옷을 차려입는다.

누가봐도 환자인지 모르게 하고 싶은 마음이다.

그런 그가 요즘 지쳤는지 얼굴도 가꾸지 않고 옷차림도 헐렁하다.

 

환자의 상태 변화에 대해 의사의 표정이 어느 정도 중립적일 필요가 있듯

(그래서 내가 늘 반성하듯)

보호자의 표정도 마찬가지다.

환자 상태가 좋아져도 미소로,

환자 상태가 나빠져도 아무일 없는 듯이

환자를 대해주는 것이 좋다.

좋아졌을 때 같이 기뼈해주는 일은 어렵지 않지만

나빠졌을 때 환자보다 더 낙심하고 실망하면 겨우 버티고 있는 환자는 어찌할 바를 모른다.

자기의 진짜 감정을 표현할 새도 없이 감정을 중무장해 버릴 수 밖에 없다. 슬퍼하는 가족의 감정을 먼저 살펴야 하므로 내 감정을 노출시킬 틈이 없다. 그렇게 쓴 가면 아래로 가슴 속 멍이 깊어간다.

 

어머니,

어머니가 그렇게 먼저 눈물 보이고 걱정하는 내색을 드러내면

환자 마음이 어떻겠어요.

그냥 감정을 좀 숨겨주세요.

아무일 없었던 듯이

원래 받아야 하는 치료 그냥 받는 것처럼

태연한 얼굴로 환자를 지켜봐주세요.

지금은 환자가 제일 힘들 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