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ason 1 - Doctor's life until Feb 2014/조기유방암

부부가 함께 항암치료를!

슬기엄마 2012. 5. 17. 23:16

부부가 함께 항암치료를

유방암 수술 후 항암치료를 받으시는 분. 2차 치료까지는 거뜬 하셨다.

3차 치료를 하러 오셨는데 백혈구 수치도 낮고 환자 컨디션도 매우 안좋아보인다.

 

무슨 일 있으셨어요?

남편이 위암을 진단받고 수술하는 바람에 그 병간호 하느라 제대로 못 쉬었어요.

저 유방암 진단받고 치료받는거 따라다니다가 자기도 속이 좀 불편하다고 내시경 한번 해보겠다며 검사를 했는데 위암이 나왔어요. 나는 2긴데, 남편은 3기래요.

이런

항암치료 받고 수술받은 남편 때문에 보호자 침대에서 쪼그리고 자는 생활 몇일 했더니 몸이 아주 망가졌나봐요. 너무 힘드네요.

한주 쉬고 다음주에 항암치료 할까요?

언제 집에 내려갔다가 또 와요? 수치 괜찮으면 그냥 오늘 치료 받을래요.

 

집이 지방이라 한주 공치고 갔다 오는게 부담인가 보다. 항암치료를 할 때는 수치가 괜찮아도 주관적인 컨디션이 좋지 않으면 치료기간이 힘들다. 한주 정도는 쉬어도 치료 결과에 지장이 없으니 한주 쉬었으면 좋겠는데 환자는 그럴 여유가 없나보다.

3주가 지나고 그녀가 다시 항암치료를 받으러 왔다. 이번에는 병원 입원복을 입은 남편이 항암주사가 연결된 주사를 폴대에 매달고 진료실에 같이 따라왔다. 우리 환자 처음 항암치료 받을 때 같이 설명을 들으시던 모습이 어렴풋이 기억이 난다. 외래 진료실에 진료를 볼 때는 환자와 집중해서 이야기하고 논의하기 때문에 보호자에 대해서는 별로 주의를 기울이지 않아서 나중에 보면 어떤 환자 보호자셨는지 잘 기억이 안난다.

 

남편도 항암치료 받고 저도 항암치료 받고 이게 뭐하는 건지 모르겠어요.

뭐하는 거긴요. 잘 치료받고 있는 거지요.

선생님 저도 하루 입원하면 안될까요? 항암제 맞고 남편 간호하는거 힘들어서요. 저도 하루 편하게 자고 쉬었으면 좋겠어요.

 

환자와 대화를 중단하고 원무과에 전화를 해보지만 이미 1인실도 빈 자리가 없다고 한다.

우리 대화를 지켜보던 남편이

오늘은 내가 보호자 침대에서 잘께. 당신이 내 침대에서 자.

그러세요. 남편이 맞는 항암제보다 우리 환자가 맞는 항암제가 더 쎈거에요. 남편분은 별로 안힘들지도 몰라요.

남편보다 당신 항암치료가 더 힘들거니까 대접받아야 한다는 말에 환자가 씩 웃는다.

환자 마음에 오만가지 상념이 오가고 있을텐데. 그래도 환자니까 대접받아야 한다는 말이 내심 만족스러우셨나 보다. 부부 모두 몸과 마음이 힘들 때다.

 

그렇게 같이 항암치료를 받는 또 한 커플이 있다.

이들 모두 수술 후 항암치료 중이다.

남편 환자는 기골이 장대하고 잘 생기고 인상도 좋고 훈남형이다. 먹는 항암제를 먹은 후로 10kg 이상 몸무게가 줄었다고 하는데, 내가 보기에는 딱 좋다. 우리 환자는 키도 크고 미인이고 항암치료 후 이제 머리가 삐뚤삐뚤 나기 시작하는데 아주 시크하고 멋진 외모를 가지고 있다. 미남미녀 커플이시다. 그렇지만 그렇게 젊은 부부 둘이 같이 치료를 받으니 집안 꼴도 엉망이고 애들 관리도 엉망이라며 엄마 환자는 우울해 한다. 본인이 먼저 진단받고 남편이 나중에 진단받았다. 그녀도 자기 항암치료 중에 남편 수술 뒷바라지를 다 했다. 명랑하고 씩씩했던 그녀가 시간이 지나가면서 지치고 힘들어 하는게 눈에 보인다. 허셉틴도 맞고 호르몬제도 먹는 엄마 환자는 호르몬제를 복용하는게 항암제보다 훨씬 힘들다고 한다. 가끔 눈물을 보인다. 

너무 젊어서 여성호르몬이 많은데 그걸 억지로 억제하니까 더 힘든가봐요.

젊다는 증거라고 생각하세요.

제 몸 어디에 그렇게 여성 호르몬이 숨어 있었던 걸까요? 저 무지하게 터프하고 남성적인데 이럴 때만 꼭 여성적이에요.

 

그녀가 다시 농담을 시작한다. 우리의 치료가 끝나가니 조금씩 좋아지고 있나 보다. 서로 우울해 하며 힘들어 하던 이들 커플은 억지로 기운을 내서 동남아시아 여행도 다녀오고 서로가 지치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정신과 면담도 자청해서 받으며 병에 지지 않으려고 최선을 다해 노력하는 커플이다.

 

부부 항암치료 커플.

너무 마음이 애틋해진다.

내가 가끔 건네는 초콜렛으로는 도저히 그 마음이 전달되지 않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