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ason 1 - Doctor's life until Feb 2014/유방암 환자들에게 보내는 편지

초콜렛 테라피

슬기엄마 2011. 11. 30. 00:29


환자들이 나에게 주고 간 사랑의 초콜렛,
나날이 그 치료적 효과를 더해가고 있다.

좀 힘들어 보이면 격려 차원에서
병이 좋아지면 축하의 의미로
사실 외래를 무사히 오신 그 모든 분들께 초콜렛을 드리려고 마음 먹는데
외래를 보는 와중에 환자 상태에 대해 뭔가 집중해야 할 다른 일이 생기면
그 타이밍을 놓치고 환자를 내 보낸다.
그래서
누구는 초콜렛을 받기도 하고 누구는 못 받기도 하고 그렇다.

문 밖을 나서면
환자들끼리 서로 자랑을 하시나보다. 나는 오늘 초콜렛 받았다!
당신 돈으로는 절대 사먹지 않는 과자, 그런 주전부리는 누가 줘도 별로인 그런 과자,
그런데 초콜렛을 받으신 분들은 기분이 좋으신가 보다.

이 초콜렛 같이 먹으면 백혈구 수치 잘 오릅니다.
이 초콜렛 같이 먹으면 통증 조절이 잘 됩니다
나는 그런 말을 하면서 초콜렛을 두개씩 쥐어준다. 같이 온 보호자분과 나누어 드시라고.
의사가 실없다.

내가 좀 실없으면 어떤가.
그 순간이나마
환자가 기분이 좋아지고 유쾌해서 같이 웃을 수 있으면 좋다.
덕분에 껄껄 웃으며 진료실을 나서는 환자들이 생겨서 좋다.

내가 드신 초콜렛을 받으신 어떤 분은
다시 살고 싶다, 좋아지고 싶다 그런 강한 생명의 힘을 느꼈다고도 하셨다. 이렇게 부담스러울 수가.
그러나 솔직히 기쁘다.
의사라는 이름으로 가운을 입고 앉아 초콜렛을 주면
환자가 이렇게도 생각하는구나.
마음이 무겁기 보다는 기쁘다.

그래서 나도 외래가 기다려진다.
오늘은 누구에게 초콜렛을 드릴까 그런 유치한 마음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