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ason 1 - Doctor's life until Feb 2014/유방암 환자들에게 보내는 편지

Hug

슬기엄마 2011. 11. 4. 13:44


가끔 환자들과 Hug를 할 때가 있다.
여자들끼리의 포옹.
같은 여자들끼리가 그런걸까? 별로 어려워하지 않고 속내를 드러낸다.

오늘 Hug한 환자.
항암치료를 받는 환자에서 발생할 수 있는 온갖 종류의 합병증을 다 겪으셨다.
가족은 캐나다에 있고
본인 혼자 남아 치료를 받았다.
열 나고
케모포트에 혈전 생기고
늑막에 물 고이고
다리 붓고
살 엄청 찌고
부갑상선호르몬 기능 항진되고
B형 간염 보균자라 항바이러스 먹는데도 가끔씩 간수치 오르고
다 있을 수 있는 일이다.
지나고 보면 다 그렇고 그런 일이다. 무사히 치료 끝났으니 다행이다 싶다.
그러나 이런 이벤트가 한번씩 생길 때마다 당시에는 환자 마음 고생이 너무 심했다.
많이 울었다.
자꾸 울면 정신과 진료 볼거라고 했더니 환자가 억지로 눈물을 참는게 역력했다.
병 하나라도 더 얻으면 안된다고. 자기 안 울거라고.

그녀가 얼마전 마지막 치료를 마치고 가족이 있는 캐나다로 떠났다. 캐나다 출국 전날인듯, 외래를 보고 있는데 불쑥 뛰쳐 들어온 그녀. 날 한번 안아보고 갔으면 좋겠다고 한다.
난 별로 깨끗치 못한 의사 가운 입은 채 그녀와 Hug를 하였다. 외래 중에 어색하다.
그녀는 그동안 고마웠다며,
자기에게도 고마움을 갚을 기회를 주라며
캐나다 주소랑 전화번호를 적어두고 가신다. 혹시 오실 일 있으면 꼭 연락하라고.
내가 과연 캐나다를 갈 일이 있을까....


이제 더 이상 피검사도 안하기로 했다.
소변도 잘 안나와서 온 몸이 퉁퉁 붓는다.
주사로 몰핀만 연결한 상태이다.
요몇일 사이 뇌로 전이된 것 같다. 환자가 말이 잘 안오고 입 주위가 얼얼 하다고 하신다.
최근 병이 나빠지는 속도를 볼 때 뇌로 전이되었을 가능성이 아주 높다.
환자는 사진도 안 찍겠다고 하신다.
검사하고 방사선치료 해도 생존기간에 얼마 차이 안날거 같다고
지금도
많이 힘들어서
치료를 받기도 어려울 것 같다고.
나도 동의한다.
그냥 스테로이드만 쓰기로 했다. 밤에 잠을 잘 못자면 수면제를 드린다. 이것이 치료의 전부이다. 그리고 기다리고 있다. 임종을.
그냥 많이 자는게 좋을 것 같아, 진통제 용량도 올리고 수면제도 주사로 드렸더니 기분이 많이 나쁘다고 하신다. 그래서 다시 줄였다.

정신이 왔다갔다 하는 것 같아요.
그정도 말씀하실 정도면 정신 아직 좋네요.  
그냥 같이 웃는다. 그녀는 나보다 5살이나 어리다.

많이 주무시고 깨어있는 시간이 별로 없었으면 좋겠다.
다른 환자 때문에 병실에 갈 일이 있었는데, 근처에 있는 이 환자 방에 잠깐 들렀다. 환자가 깨어있다. 아침보다 좀 나아보인다.

좀 기분이 나으신가봐요?
네.
컨디션은 좀 어떠세요?
기운이 너무 없어요.
뭐 좀 드실 수 있나요?
아니요. 몇일째 아무것도 안 먹고 있어요. 먹지를 못하겠어요. 토할 것 같아요.
아픈 곳은 없나요?
네. 몸이 무겁기는 한데 특별히 아프지는 않아요. (지금 몰핀을 하루 400mg 이상 쓰고 있다.)
많이 힘들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선생님, 오신 김에 한번 안아주시면 안되요?

우리는 서로를 껴안는다.
그녀는 말이 없고
나도 한동안 그냥 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는 나를 떠날 것이다.
우리가 포옹하는데 옆에서 엄마가 우신다. 우리에게 얼마남지 않은 시간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