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ason 1 - Doctor's life until Feb 2014/유방암 환자들에게 보내는 편지

엄마들의 고민

슬기엄마 2011. 10. 30. 19:52


유방암으로 항암화학요법을 받는 엄마들.
자기 몸, 자기 병 말고도 고민이 많다.
그래서 젊은 유방암 환자를 만나면
첫 면담 때
결혼하셨는지, 결혼하셨으면 아이가 있는지, 아이가 있다면 몇명이고 몇살인지도 물어본다.

꼬맹이들만 있는 엄마들은
미리부터 같은 헤어스타일로 가발을 맞추고 치료를 시작한다.
항암치료 하다가 탈모가 생겨 다른 헤어스타일의 가발을 쓰면
아이들이 놀라고 엄마한테 무슨 일이 있는지 걱정하기 때문이라고 하신다.

사춘기 딸이 있는 엄마는
딸 아이의 일기장에
'우리 엄마가 유방암이라는 사실, 항암치료를 받고 있다는 사실을 친구들이 몰랐으면 좋겠다'는 대목을 읽으시고 충격을 받으셨다고 한다. 평소에 친구들을 집에 잘 데리고 오는 딸아이, 친구들이 놀러오던 날, 엄마의 가발이 약간 삐뚤어져서 인상이 이상하게 보였는지, 그날 일기에 그런 내용을 적어둔걸 보시고 엄마가 너무 속상해 하신다.

위로 고등학생, 중학생으로 성장한 아이들, 그리고 뒤늦게 낳은 초등학교 1학년 늦둥이 아들.
항암 치료 중 힘든 기간에는 학교 뒷바라지, 숙제, 준비물 이런 걸 제대로 못 챙겨주고, 아들에게 자꾸 짜증내는 모습을 보여 너무 미안하다고 했다. 8번 항암치료를 다 마치고, 소감을 물으니, 이제 늦둥이 아들에게 좋은 엄마가 되어야겠다고 하신다. 그동안 너무 아이들에게 예민하게 대했다며...

고등학생이 있는 엄마들은
아이들 시험기간을 맞추어서 가능한 범위 내에서 항암치료 일정을 조절해 드리기도 한다.
엄마로서 뒷바라지 해줄 건 다 해주고 싶어하시기 때문이다. 아이 시험기간에 컨디션이 너무 나쁘지 않았으면 하고 바라신다. 그렇게 엄마가 애써봤자 애들 크면 소용없어요. 엄마 몸 먼저 챙기세요 해도 소용없다. 엄마의 노력은 끝이 없다.

곧 결혼을 앞둔 미혼의 자녀가 있는 엄마는
자식 결혼 전 한달전부터 항암치료를 안하려고 한다. 주기적으로 제일 힘들 때 결혼식 날짜가 잡혀있다는 것이다. 최대한 컨디션 맞추어 드릴테니 주기를 너무 뛰어넘지 말고 예정대로 진행하자고 사정해야 한다.

일하는 엄마는
직장과 집에서 모두 자신의 역할이 축소되고 제대로 사람 노릇 못 하는 것 같다며 속상해하신다.
전이성 유방암으로 진단받았지만 치료반응이 아주 좋아서 중간에 직장에 다시 복귀한 환자. 직장에서도 일이 조금 편한 부서로 배치를 바꾸어주셨다고 한다. 엄마는 유방에 만져지던 종괴가 없어지고, 숨차서 기침을 많이 했는데, 이제 가벼운 등산을 다닐 정도가 되었다. 아이들 유치원, 학교 보내고 회사 갔다가 허둥지둥 돌아와 아이들 숙제 챙기고 씻기고 먹이고 탁솔을 맞는 엄마는 탁솔의 부작용이라는 몸살과 무기력을 느낄 겨를도 없다. 그런 바쁜 엄마의 일정에 맞추어 토요일에 항암치료를 하고 있다.  

남편과의 정서적 거리가 멀어지는 것에 대해서도 속상해하고 죄책감을 느끼신다고 하지만
사실 엄마의 고민중에 가장 으뜸은 자식이다. 남편보다는...
우리나라 엄마들은 정말 대단하다.
그렇게 삶을 꾸려가는 그들을 보면 내 마음이 애틋하고 짠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