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ason 1 - Doctor's life until Feb 2014/유방암 환자들에게 보내는 편지

보호자도 바쁩니다

슬기엄마 2011. 10. 22. 17:29


별로 멀지 않은 과거 몇년 전,
회진 돌면서 주치의가 보호자 한번 오시라고 하세요 하면
가족들이 의사가 오라는 시간에 맞춰서 다 왔다.

이제 보호자도 바쁜 시대.
보호자를 면담하려면 그들의 일정도 고려해야 한다.
직장 끝나고 밤 시간만 가능하다고 하면 그 시간을 맞추고
휴일만 가능하다고 하면 그 시간도 맞춘다.
암 치료는 환자 뿐만 아니라 가족과도 진행 사항을 해야할 상황이 많으니까
난 가족의 편의를 맞추어 면담을 많이 하는 편이다.

오시라고 해서 환자의 변화된 상태에 대해 설명하면
'겨우 그거 설명하려고 오라고 했냐'는 반응을 보이는 사람도 있고
연락을 대신한 간호사에게 '의사가 뭔데 와라 마라 하냐'고 역정내는 사람도 있다는 걸 알고 있다.

다들 먹고 살기 힘든 시대니까
보호자도 일상과 직업을 유지하며 살아야 하니까
일정을 맞춰서 면담을 시간을 잡아야 하는 건 반드시 고려해야 할 상황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조금이라도 면담 일정이 틀어지면
짜증내고 화내는 보호자들도 있다.
의사 일정이라는게
외래 보다가 시간이 지연되서 약속 시간을 못 맞출수도 있고
급하게 환자 상태가 안좋아지면 거기 가서 붙어있다가 늦을 수도 있고
의사 나름의 사정이 있을 수 있는 것에 대해서도 이해해 주어야 하는데
참을성이 점점 없어지는 시대가 된 것 같다.

전통적으로
의사와 환자 관계에서는 의사가 갑이고 환자가 을이니까
여전히 (부정적 의미에서의) 의사 권위가 더 높고 환자 입장에서 억울하고 화나는 일이 많겠지만
의사의 입장도 점점 어려워지는 추세다.
보호자도 바쁘니까, 사는게 힘드니까 그렇겠지 이해하기에는 무례한 경우도 많아진다.
그래서 민원도 많아지고, 별일 아닌 것에도 목소리가 커지는 경우도 많아진다.
대학병원이 이 정도인데
대학병원보다 작은 규모의 병의원은 더 심각하겠지.

지금 한국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는 기다림과 참을성을 갖기에
일상의 불안함이 점점 커져간다.
작은 것도 참기 힘들다.
인내심을 시험하는 시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