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ason 1 - Doctor's life until Feb 2014/유방암 환자들에게 보내는 편지

삐뚤빼뚤 글씨, 마음은 그게 아닌데...

슬기엄마 2011. 10. 23. 19:01


환자들의 편지를 받으면
글씨가 엉망이라 면목없다는 문장이 꼭 들어있습니다.
마음같지 않게 글씨가 영 폼이 안나서 마음에 안 드시나 보다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아마도 몇 장을 썼다 지웠다 구겼다 하면서 다시 쓰셨을 것 같습니다.

오늘 저도 아버지 수술을 해 주신 교수님께 감사의 카드를 쓰는데
왜 이리 손이 후들거리나요?
글씨가 아주 엉망입니다.
카드를 한 장 밖에 안샀는데
미리 연습을 하지 않고 바로 썼더니 아주 우습네요.
저도 원래 글씨 잘 쓰는 편이었는데
컴퓨터로 일하는 세월이 길어진 탓인지
손편지를 써 본 적이 오래 되서 그런지
글씨가 아주 엉망입니다.
덜덜 떨려서 글꼬리가 이상한 방향으로 휘는 걸 보니 영 어색한데
다시 카드를 사기가 뭐해서 그냥 그대로 드리기로 했습니다.

모든 의사는
환자에게 고마운 존재가 될 수 있습니다.
그게 의사라는 직업의 매력이기도 합니다.
저도 그 교수님을 개인적으로 전혀 모르는데
수술을 해 주신 것만으로도 매우 감사드리고 우리 가족의 은인같고 그렇네요.
아마 저도 우리 환자 누군가에는 그런 존재가 될 수 있겠지요?.
그런 생각을 하면 문득 깜짝 놀랍니다.
난 누군가의 중요한 사람이 되기에 형편이 없는데... 그런 생각이 들어서요.
아마
제가 아주 잘난 의사가 아니어도
환자들이 저를 아주 잘난 의사로 만들어주시는 것 같습니다.


또 주말이 지나고
월요일을 맞이하게 됩니다.
딱히 좋은 일이 없어도
이 하루가 나에게 주어짐을 감사하며 주말을 마감할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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