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ason 1 - Doctor's life until Feb 2014/유방암 환자들에게 보내는 편지

즐겨찾기

슬기엄마 2011. 9. 4. 14:58

나의 블로그는 2011년 3월 1일 오픈하였다.
나는 블로그 관리를 어떻게 하는지 잘 모르기 때문에 그냥 매일 글을 써서 올리는 것 밖에 하지 못한다.
그 글을 쓰면서 듣는 음악도 같이 올리고
사진도 올리고
뭐 그런 짓도 곰살궂게 하고 싶은데
어떻게 하는지 잘 모른다.
내가 체크할 수 있는 기능은
방문건수하고 방문 경로 정도.
8월들어 블로그 방문건수는 하루 평균 200건이 넘는다. 300건이 넘는 날도 가끔 있다.
방문경로는
페이스북을 통해 들어오는 친구들. 그리고 검색엔진에 키워드를 쳐서 들어오는 사람들, 헬스로그에서 연결되어 들어오는 사람들 정도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러나 내가 보기에 내 환자들이 가장 많이 방분하고 계신것 같다.
나의 원래 목표를 달성한 것 같아 흐뭇하다.

젊은 엄마와 딸이 같이 진료실에 오셨다. 엄마가 유방암이다.
엄마는 수술 후 8번의 항암치료를 하기로 하였다. 다음주부터 치료 시작.
항암치료 일정에 대해 간략하게 설명하고
다음주에 항암제 치료 시작하면서 부작용이나 주의사항에 대해 설명을 더 드리기로 하였다.

인터넷 할 줄 아세요?
잘 못하는데요. 인터넷에 들어가보기는 했는데 별로 익숙하지는 않아요.
인터넷에 제 블로그가 있으니까 들어가 보시면 치료 관련된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거에요.
치료받는 중에 궁금한거 질문도 할 수 있구요. 제가 답변해드려요.
약간 어색해하는 엄마.
딸이 나선다.
제가 인터넷에 즐겨찾기 해 놓을게요. 인터넷에 들어가서 바로 찾아서 보실 수 있게 가르쳐 드릴께요.
그러세요. 딸이 엄마를 도와주면 치료에 많은 힘이 되실거에요.
그런데요...
제가 이번에 결혼을 했는데 내일이면 호주로 돌아가야 해서요.
제가 없는데 엄마는 어떻게하죠?

연세가 약간 있으신 분들. 
당신 생활에 인터넷이 별 큰 영향을 안 미치는 분들이라 그동안 살면서 인터넷 쓸 일이 별로 없으셨다.
자식들이 인터넷에 즐겨찾기로 이 블로그를 연결시킨 다음에
인터넷 사용법을 가르쳐드리는 경우가 꽤 있나보다.
70 넘은 할머니가 매일 들어와서 글을 읽고 가시는 분도 있다. 자식이 가르쳐준대로 컴퓨터를 켜고 인터넷 클릭 즐겨찾기 클릭 하면 끝. 매일 매일 주치의를 만나는 느낌이 들어서 좋다고 하신다. 

딸을 호주로 시집보내고 다음주에 혼자 오실 당신.
메일 보내는 법을 가르쳐 드려야 겠다.
딸과 그리고 나, 서로 메일을 보내며 의견교환을 해보자고 할 참이다.

원래 아이폰 유저들과 함께
카카오톡안에 폐쇄된 동아리를 만들어서 일상적으로 communication을 해볼 생각도 했었는데
아이폰을 슬기에게 줘 버리는 바람에 계획을 유보하였다.

인터넷 쓰기가 어려운 분들을 위해
진료실 복도에 옛날 벽신문처럼 대자보 공간을 만들어서
Q & A 코너를 마련하고 질문함을 설치하여
궁금한게 있거나 의료진에게 하고 싶은 말, 건의사항 그런게 있으면
언제든 종이에 써서 질문함에 넣으면
내가 일주일에 한번씩 질문을 모아 대자보판에 질문에 대한 답을 드려서
외래 대기 시간에 복도에 앉아있는 동안 글을 보실 수 있게 하고 싶었다.
환자들과 소통하는 방법을
다양하게 시도해보고 싶었다.

환자에게 정성과 마음을 쓰는게 의사라는 직업 본연의 임무이겠지만
의사 혼자서는 하기에 역부족인것 같다.
간호인력의 지원이나 여러 서포트 시스템을 갖추고
나에게 너무 많은 부담이 지워지지 않게 시스템을 갖추고 싶다.
올해를 시작할 때 나의 1번 목표가 블로그 운영이었으니 내년에 대자보 벽신문을 시도해 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