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ason 1 - Doctor's life until Feb 2014/유방암 환자들에게 보내는 편지

비타민, 오메가3 먹어도 되나요?

슬기엄마 2011. 8. 28. 14:33


주말동안 학회가 있었다.
올 6월 미국암학회에서 발표된 주요 논문과 의미있는 연구들을 리뷰하고 공부하는 학회였다.
유방암
폐암
위암
대장암
...
각종 주요 암종의 최신 지견을 이틀간에 걸쳐 요약정리하는 시간. 500명이 넘는 사람들이 참석했다.

그중 한 세션에서
항암제의 효능과 관련된 것은 아니나,
암 생존자나, 치료 중인 환자를 지지/지원할 수 있는 프로그램에 대한 연구도 소개되었다.
예를 들면
요가는 폐경기 증상을 극복하는데 도움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고 이는 통계적으로 의미있게 보고 되었다.
아마씨는 유방암 환자에게 증상개선이나 삶의 질, 생존율 향상에 도움을 주지 못하는 것으로 보고 되었고 통계적으로 확실하게 negative data임이 보고되었다.

암의 재발을 막기 위해
암의 치유를 위해
환자의 컨디션 향상을 위해
비타민, 오메가3 이런 미세 영양소들, 수많은 먹을거리, 건강보조식품을 먹는것이
큰 해는 없지만
돈 들여 먹어봤자 도움이 된다는 근거가 없는 상태이다.
심지어 고용량 비타민은 폐암 환자에게 독성이 더 강하게 나타날 수 있다는 연구도 몇년전에 나온 바 있다.

누군가가
의사들이 너무 폐쇄적인 거 아니냐고, 해 될거 없는데 밑져봤자 본전이라고 생각하고, 먹어볼 수 있는거 아니냐는 농담을 던졌다가
갑자기 분위기가 후끈 달아오른다.

어떤 약제/검사 등이 도움이 된다고 해도
그 결과는 여러 차례 대규모 임상연구에서 반복적으로 입증이 되어야
그것이 우리 현실에서 표준적인 의료행위가 되는 것이고 누구나 그 지침을 믿고 따라서 처방할 수 있게 된다. 
과학적 방법론을 통해 결과가 긍정적으로 나오지 않는다면, 그것을 단지 해가 안된다는 이유로 환자에게 권할 수 없다. 근거에 입각하지 않는 의사의 처방은 국가적으로 비용/효과를 계산해 봤을 때 무책임한 행동이다.
임상연구마다 목적이 다르다.
이것이 삶의 질 개선을 위한 것인지
증상 완화를 위한 것인지
생존율 향상을 위한 것인지
재발 방지를 위한 것인지
등에 따라 같은 약제라도 다른 방식으로 판명되고 성격이 규명될 수 있다.

예를 들면
유방암 치료제로 사용되고 있는 Exemestane 같은 항호르몬제를
유방암이 아닌
건강한, 그러나 어떠어떠한 요인을 가지고 있어 유방암 발생의 가능성이 있는 폐경 여성 수천명에서 5년간 복용하게 했을 때, 복용한 그룹과 복용하지 않은 그룹사이에서 유방암 발생율이 현저하게 달랐다. 이론적으로도 충분히 타당한 결과다. 그러나 그렇게 한번의 스터디에서 예방효과가 입증되었다 하더라도 바로 현실적으로 적용하지 않는다.
5천명 중에 30명 발생할 것을 20명 발생으로 줄일 수 있었다는 것이 통계적으로 아무리 유의미하다 하더라도, 현실적으로 10명의 추가이득을 위해 그외 수많은 사람들이 예방적으로 이약을 먹는 것이 타당할까 하는 질문에 아직 완전한 대답이 없다.
데이터가 나오고, 이론적으로 확실한데도, 현실적으로 이를 적용하는 문제는 어렵다.

이론적인 타당성이 완전치 않고,
연구 결과 데이터도 확실하지 않고,
반복적인 연구로 같은 결과가 반복되지도 않는다면
그것을 환자에게 권하고 처방하는 것에 문제가 된다.

외래에서 90% 이상의 환자들이
뭐 먹어도 되요 이건 어때요? 라고 질문하면
나는 매정하게 드시면 안되요 라고 강하게 대답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지금은 항암치료 중이므로 간독성이 있을 수 있으니, 일단은 치료만 합시다 이정도로.
그러나 끝까지 물어보는 환자들도 있다. 항암치료 끝나면요? 호르몬제 먹을때는요? 허셉틴 끝나고는 먹어도 되나요?

의사가 한번 먹어도 된다고 하면 환자들 사이에 소문이 쫙 나나보다. 다들 그거 사먹겠다고, 다른거 또 먹어도 되는거 없냐고 문의하신다.
나만해도 어떤 의사가 아몬드가 두뇌개발에 도움이 된다는 말을 해주니, 당장 아몬드를 두통이나 사서 하루에 다 먹어버린 적도 있다.
인간이 그렇다.

그래서 의사의 한마디, 건강관련 정보를 줄 때 조심해야 하는 것 같다.
그동안 비타민 오메가3 질문이 많았다.
난 -솔직히 좀 지쳐서- 있으면 드시라고 했었다.
그것도 정확히 말하면 아직 나에게 100% 확신이 서는 대답이 아니다.
임상영양학이라는 학문이 있다.
그걸 공부하면 환자들에게 실질적인 많은 도움을 줄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