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병원에서 주관하는 삼중음성유방암 임상시험에 1번타자로 등록되어
항암치료를 받고 수술하신 환자분을 오늘 우연히 만났다.
6번 항암치료를 마치고
수술을 하시고
수술 후 상처가 더디게 회복되어 방사선 치료가 다소 늦게 시작되었다.
치료 기간 중에 등산에 갔다가 원인이 확실하지 않은데 쓰러지셔서 집 근처 응급실에도 가시고
아바스틴 때문에 상처가 빨리 아물지 않아 대구에서 서울까지 헛걸음도 몇번 하셨다.
유방암 공부를 너무 많이 하여 아는게 병이었다.
자아가 강하신 분인데
약해지는 자신의 모습을 다그치는 노력이 눈에 보였다.
진료를 하다 보면 뒷부분에 가면 목소리에 물기가 묻어난다.
오늘은 무사히 방사선 치료를 마치는 치료 마지막 날이었다.
토요일 점심,
병원이 아니라
연대쪽에 나가서 후배랑 거닐며 얘길 하고 있는데
저 멀리서 환자분이 달려와 날 먼저 아는 척한다.
'선생님 목소리가 들려서 둘러봤더니 여기 계시네요'
밝아진 얼굴과 목소리.
'선생님, 이제 선생님을 언제 뵙게 되나요?'
'정기검사하고 보시면 되요'
'그럼 8월인데요?'
'네 그때 보면 됩니다. 그 다음부터는 꼭 안봐도 되요. 그동안 치료받느라고 고생많으셨어요.'
'아니에요 선생님 너무너무 고마웠어요. 다 선생님 덕분이에요'
그동안 힘든 치료는 환자가 다 받고
합병증도 환자가 다 짊어지고
마음 고생도 환자가 다 했는데
다 내 덕분이라니 마음이 황송하다.
그녀가 나에게 준 에너지로 다음 한주도 잘 살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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