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로 수술, 방사선치료, 항암치료를 마치시는 분.
"치료를 마치시니 심정이 어떠세요?
"... 시원섭섭해요..."
시원은 이해가 되는데
섭섭은 왤까?
3주간격으로,
외래 진료 중간기간에 검사가 끼어 있으면 그 사이에도,
항암치료 하다가 열이 나면 응급실에도,
그렇게 병원에 올때마다
병원이 지긋지긋,
의사도 지긋지긋,
피검사 하는 것도 지긋지긋
그 모든 과정이 끝났으니 속씨원하게 털고 병원 문을 나서면 될 것 같은데
왜 섭섭하실까...
이 치료를 마치면 다 잘 될거라는 희망.
치료 기간을 잘 견뎌야 한다는 스스로에 대한 다짐.
한 주기 한 주기를 무사히 마치면서 잘 해냈다는 성취감.
문제가 생기면 의사와 상의해서 풀어가면 된다는 누군가에게 의지할 수 있는 마음.
3주를 간격으로 삶의 시간표가 정해져 있었다.
치료 중이니 뭣도 조심해야 하고 뭣도 열심히 해야 한다는 의무감도 있었다.
먼 미래보다는 '3주 인생'을 잘 살아야 했던 내가
이제 다른 스케줄을 가진 인생의 시간표를 새로 짜야 하는 것에 대한 부담감이 있을지 모르겠다.
그동안은 나의 할일이 정확히 정해져 있었는데, 아 새로 뭔가를 시작해야 하는 때가 되었구나.
회도 먹어도 되고
목욕탕도 가도 되고
먼 곳으로 등산도 가도 되고
머리염색도 해도 되고
뭐든지 해도 되는데
그런 것들을 시작하기에 앞서 두려움이 남아있다.
아직은 치료의 후유증이 남아 쉽게 피곤하고 힘도 든데
나를 완전 정상 취급하며
예전만큼 나를 도와주지 않는 가족들에게 섭섭한 마음도 있다.
앞으로 문제가 생기면
이제 누구와 상의하고 어딜 가봐야 하나....
그래서 오히려 치료가 끝나고 마음이 힘들어하시는 분들이 있다.
특별히 병원갈 정도는 아닌 것 같은데
누구와 상의하는게 좋을지도 모르겠다.
섭섭하신 모든 분들, 가끔 블로그에 방문해주세요. 제 외래에 오셔도 되요.
저는 토요일 격주로 외래를 봅니다.
그러니까 환자가 많지 않은 토요일 외래에 오시면 우리끼리 얘기많이 나눌 수 있습니다.
뭔가 힘들고 마음이 않좋으면 그때 오셔서 속을 털어놓고 가세요.
한 2-3번만 그렇게 속을 잘 비우고 가시면
다 좋아지실 겁니다.
혼자 끙끙대지 마시구요.
아시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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