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만져진 어깨쭉지의 작은 덩어리.
당장 병원에 달려와 초음파를 하고
초음파상 양성 혹일 가능성이 높아보인다고 해도
불안한 환자의 마음은
결국 조직 검사를 하게 만들었다.
아침에 일어나면 자꾸 머리가 아프다고.
자기 HER2 양성인데 MRI 검사 해봐야 하는거 아니냐고 환자가 불안해한다.
증상이 해결되지 않는다고.
(음, 공부를 너무 많이 하셨어.)
MRI 찍은지 3개월밖에 안됬는데.. 또 찍는다.
수술하고 나서 3개월이 지났는데 수술한 유방쪽으로 뭐가 자꾸 잡히는 것 같단다.
수술 후 상처가 자리잡는 과정에서 그럴 수 있다고 말했지만
결국 또 초음파 하고 조직검사도 하였다.
뭔가 만져지기만 하면
한번 생긴 증상이 빨리 해결되지 않으면
환자들은 불안하고 조급해서 발을 동동 구르고
당장 외래를 찾는다.
나는 그 심정 백번 만번 이해한다.
그리고 환자에 의해 발견되는 재발이 상당히 많기 때문에
그들의 요청을 무조건 거절하거나 무시할 수 없다.
내가 좀더 임상경험이 풍부하고 아는 것도 많아서
나를 믿고
걱정마시라고
그냥 지내시라고
그렇게 자신있게 말하고 싶다.
그날이 오기까지
나는 외래에서 매 순간 환자들과 머리를 맞대고
검사를 할 것이냐 말 것이냐를 가지고 기싸움을 벌여야 한다.
자칫 건강염려증 환자가 될 수 있다.
유방암이라는 진단명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암을 진단/선고받는 것은
일종의 트라우마다.
그래서 항시 불안정도가 높고, 마음의 부침이 심하다.
우리에겐 가이드라인이라는 것이 있지만
가이드라인이라는 것은 말 그대로 지침일 뿐, 개별 환자들의 모든 증상과 상태를 설명하거나 해결책을 제시할 수 없다.
그러므로 그런 가이드라인을 준거로 너무 당당하게 얘기해서는 안된다.
밤이 되면
내가 오늘 환자에게 내뱉은 말
환자가 나에게 한 말
그런 말들이 떠오른다.
지금 나에게 필요한 것은 임상경험과 이를 뒷받침하는 연구, 공부.
지금 환자에게 필요한 것은 의사를 믿고, 자신감을 잃지 않으며 일상을 유지하려는 평정심.
환자와 의사가 진정한 치료의 동맹자가 되려면
서로를 믿고 신뢰하는 관계가 되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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