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힘든 일은 거의 다 지나갔습니다.
수술도 끝나고 방사선치료도 끝나고 항암치료도 끝났습니다.
그리고 이제 하루에 한알, 호르몬제만 드시면 됩니다.
이렇게 힘든 치료를 다 잘 견뎌내신 분이니, 호르몬 하루 한알 먹는것 쯤 별거 아닙니다.
그런데 막상 연구를 해 보니 전체 유방암 환자 중 5년간 호르몬제 복용이 필요하다고 처방받은 환자 중 50% 이상이 이 약을 제대로 복용하지 않는다고 조사되었습니다. 저는 내심 충격적이었습니다.
짧은 외래에 오셨을 때 '약 잘 드시고 계시죠?' 라고 물으면 '네'라고 대답하시는 걸 다 믿고 있었는데...
사실 이 호르몬제를 매일 꾸준히 5년 혹은 10년간 복용하는 일이 쉽지 않습니다.
단지 약 복용을 잊지 않고 꼬박꼬박 먹는 것이 힘들다는 뜻이 아니라
호르몬제도 부작용이 있기 때문입니다.
가장 흔하게 호소하는 증상은 관절염입니다.
손 마디마디가 쑤신다, 앉았다 일어서기도 힘들다, 골반뼈가 아파서 걷기도 힘들다, 어깨 관절도 아파서 운동도 못하고 빨래도 못 널겠다...
이런 관절염을 통증으로 인지하기 때문에
환자분들이 통증 때문에 우울해지기도 합니다.
그리고 약을 안 먹고 며칠 지나면 좀 증상이 덜하기 때문에 약을 임의로 중단하시기도 합니다.
두번째 부작용은 골다공증입니다.
호르몬제 종류가 타목시펜(폐경전)인지 페마라나 아리미덱스(폐경 후)에 따라 골다공증의 정도에 차이가 있지만 전반적으로 골다공증이 보통 사람에 비해 더 빨리 진행됩니다.
그래서 이를 막기 위해 칼슘과 비타민D 제재를 같이 드시도록 처방해드리는 경우가 많은데, 이 칼슘제재가 속을 불편하게 만듭니다. 구역질도 좀 나고 속도 쓰리고...
얼굴도 화끈화끈 거리는 일이 잦고, 밤에 잠도 잘 안옵니다. 가슴이 벌렁벌렁 거리기도 합니다.
체내 지방 대사에도 영향을 미치고 우울증도 올 수 있습니다. 기타 소소한 부작용들이 꽤 있습니다. 물론 항암치료에 비하면 훨씬 덜하고 독성이 심하지 않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의사들의 주의설명이 부족한 부분이기도 합니다. 또한 증상이 나타났을 때 이를 상쇄할만한 특별한 약제가 없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우리 몸의 여성 호르몬 분비를 억제하기 때문에 생기는 부작용이기 때문에, 폐경기 여성이 경험하는 증상을 대부분 겪게 됩니다.
여러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일단 수술과 방사선, 항암치료를 모두 마친 지금 여러분의 앞날에서
재발을 방지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치료방법, 근거가 확실한 치료가 무엇이냐고 물으신다면
바로 호르몬 치료입니다.
(단 호르몬 치료는 호르몬 수용체 양성인 환자분에만 도움이 되기 때문에
호르몬 수용체 음성인 분들은 이 약을 복용하실 필요가 없습니다)
몸에 좋다는 그 무엇, 금은보화보다도
호르몬 치료가 중요합니다. 이것은 최근 십수년간의 연구데이터를 종합했을 때 내려진 결론입니다.
호르몬 치료를 하면서 나타나는 부작용을 효과적으로 제어하는 방법은 거의 없습니다.
지금까지 알려진 비법은
바로 운동입니다.
환자들 스스로도 말합니다. 힘들어도 좀 움직이고 운동하고 나면 훨씬 낫다고...
그래서 적극적인 운동요법을 실천한 그룹과 그렇지 않은 그룹 사이에 각종 증상, 우울증, 통증 등의 여러 지표에서 통계적으로 의미있게 차이가 난다는 연구가 많습니다.
저도 이런 연구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여러분
힘들고 무기력해지고 귀찮고 힘들지만
운동화 끈을 동여매시고 밖으로 나가 운동을 시작하세요!
제가 운동요법을 구상하는 동안 말이에요! 자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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