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ason 1 - Doctor's life until Feb 2014/조기유방암

수술 전 항암치료를 시작하는 당신께

슬기엄마 2011. 3. 29. 08:53

수술하기 전
내과의사인 저를 만나게 되셨습니다.
외과 선생님께서 환자분께 항암치료를 먼저 하고 오라고 하신 건
수술을 하기 어렵거나 불가능하기 때문이 아니라
수술하기 전에 항암치료를 하면 
유리할 수 있는 몇가지 이득이 있기 때문에 저에게 먼저 보내신 겁니다.
그러니까 너무 많이 속상해 하지 마세요.

겨드랑이 림프절 검사를 해서 거기서 악성 세포가 나오거나
종양세포가 너무 커서 크기를 줄여서 수술을 하는게 더 나을 것 같으면
항암치료를 먼저 시도해봅니다.
겨드랑이 림프절 검사에서 악성세포가 나올 때 반드시 항암치료를 먼저 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교과서적인 기준에 의하면
수술을 먼저 해도 되고 항암치료를 먼저 해도 된다고 되어 있어
병원마다 스타일의 차이가 있으며 저희 병원은 항암치료를 먼저 하고 있습니다.
수술 전 항암치료를 하면
종양의 크기를 줄여서 유방 보존술의 가능성을 높일 수 있고
눈에 보이지 않는 미세암세포들을 먼저 죽임으로써 수술시 암의 존재감이 최소화됩니다.
겨드랑이 림프절 제거술을 할 때도 범위가 다소 좁아짐으로써 수술 후 발생하기 마련인 림프부종발생률도 다소 낮출 수 있습니다.

수술 전 항암치료를 하면
항암치료에 반응이 좋은 어떤 분들은
수술을 했는데 수술 조직에서 암세포가 한개도 발견되지 않는 '완전관해'를 획득하기도 합니다.
이런 분들은 향후 재발할 가능성이 매우 낮습니다.
유방암에 사용하는 항암제는 대개 항암제 반응이 좋아서 완전관해+ 부분관해가 되는 분이 대부분입니다. 항암치료를 1-2회 받으면서 유방 종양크기가 급격히 줄고 겨드랑이 림프절 만져지던 것이 만져지지 않게 되었다면 신기해하고 기뻐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런 기쁨 때문에 독성이 강한 항암제를 잘 견뎌내며 맞으시는 것 같습니다.
드물게는 항암치료를 하는 중에 종양이 커지는 분들도 있습니다. 그런 암세포는 애시당초 항암제에 잘 반응하지 않는 성질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항암치료를 지속하는 것보다는 중간에 수술로 전환하여 빨리 제거해버리는 것이 나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까 항암치료를 하면서 환자 스스로가 유방을 잘 만져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혹시 약간 커지는 느낌이 든다 싶으면 바로 저에게 얘기해주셔야 합니다.

수술 전 항암치료에 대한 여러가지 약물 요법이 있는데
저희 병원에서는 이런 분들을 대상으로 한 여러가지 임상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유방암 세포의 성질에 따라 제가 환자분 특성에 따라 권해드리게 될 것입니다.
이론적으로는 그럴 듯 한데 아직까지 확실하지 않기 때문에 하는 것이 임상연구입니다.
제가 임상연구를 설명할 때는 배경지식이 되는 상황과 임상연구의 의의에 대해서 충분히 설명드리겠습니다. 임상연구라는 것은 본인의 선택에 의해 하시면 되는 것이니, 설명을 듣고 원치 않으면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제가 쓴 책의 주인공인 경희도 수술 전 항암치료를 8차에 걸쳐 시행하였습니다.
그 과정에 일어나는 많은 이벤트와 걱정, 그리고 이에 대한 의사로서의 설명이
'한쪽 가슴으로 사랑하기' 카테고리에 보시면 잘 나와있으시 참고하십시오.

수술을 먼저 하고 항암치료를 나중에 하는 분들보다
항암치료를 먼저 하시는 분들 마음이 가볍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러나 저는 충분히 장점이 많은 치료방법이라고 믿습니다.
자, 같이 잘 시작해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