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방암 진단에
가슴 덜컹 내려앉아
여러날 고민하고 걱정이 많으셨던 당신,
이제 수술도 끝나고
눈으로 보이는 병변을 모두 제거해 버렸으니
속 시원하시죠?
큰 일 하셨습니다.
수술이 전체 치료과정 중 매우 중요한 단계입니다.
일단 한숨 돌리셔도 되겠습니다.
눈에 보이는 병은 다 없앴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세포들이 잔존하고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에
우리는 수술 후 항암치료를 시작하게 됩니다.
항암치료를 추가하는 것이 전체적인 재발율과 생존율을 높인다는 연구가 2000년대 초반 공식화되었습니다.
수술을 하고 나면 비로소 병기가 정확하게 확정됩니다.
1기, 2기, 3기 이렇게 병기를 나누는 이유는
병기마다 예후가 다르고
치료약제나 방법이 조금씩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당연히 조기일수록 재발율이 낮고 예후가 좋습니다.
그래서 병기가 높아질수록 재발을 막기 위한 노력을 더 많이 하게 됩니다.
병기 뿐만 아니라
여러가지 요인들이 재발의 위험도를 예측하게 해줍니다.
그것은 단지 한가지 요인이 아니라 매우 여러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예후가 결정되고
유방암 암세포 자체가 생물학적 특성이 다르기 때문에 그 세부 유형별 특성에 따라 예후가 좌우됩니다.
이미 수년전부터 유방암 암세포를 가지고 대규모 유전자 검사 및 연구가 진행되기 시작하였고,
예후를 예측할 수 있는 다양한 모델이 개발되어
위험도나 위험요인을 가진 환자들을 대상으로 맞춤형 치료를 하려는 노력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수술 후 어떤 사람은 호르몬제를 먹고 어떤 사람은 허셉틴을 추가로 더 맞고
어떤 사람은 방사선치료를 하고 어떤 사람은 하지 않는 등
치료 방법에 차이가 생긱는 것은개인별로 갖고 있는 위험요인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첨단 기법을 동원한 모델들도 많지만, 아직까지 실용화되지 못하는 것들도 많고
한번의 연구로 결론이 나는 것이 아니라 여러차례 검증된 방법으로 반복하여 같은 결과가 나와야
비로소 의학계는 그것을 표준적인 방법이라고 인정합니다.
요즘 저희 병원에서는 위험요인이 있는 환자들을 대상으로 D-CARE 라는 임상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얼마전부터 전세계적으로 시작된 임상연구이고 4500여명의 조기유방암 환자들이 참여할 예정입니다. 우리나라 최고의 여러 병원에서도 같이 시작되었습니다.
잠재적으로 위험요인을 갖고 있는 유방암 환자에서, Denosumab 이라고 하는 약을 표준 항암치료에 추가적으로 투여하는 것이 재발의 위험을 낮출 수 있는가를 보려고 하는 연구입니다.
이 약제는 암세포에 직접 작용한다기 보다는 뼈세포에 작용합니다.
아마도 재발을 하는 일부 세포들은 장기간 뼈 안에 숨어살다가
수년이 지난 상태에서 다시 활성화되어 원격전이를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기 때문에,
뼈를 타겟으로 하는 약을 추가로 투여하는 임상연구가 계획된 것 같습니다.
이론적으로 충분히 가능한 이야기입니다.
무엇보다도 이 약은 골다공증 환자를 대상으로 한 3상 임상연구가 끝나 그 성능이 입증될 것으로 기대되는 약이라, 항암치료 중 특별한 독성이 더해지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예상되는 독성이 잇몸질환이기 때문에, 본 임상연구에 참여할 환자들은 잇몸질환이 없으신 분들이 좋습니다.
위험요인이 없는 분들을 대상으로 하는 임상연구가 조만간 시작될 예정입니다.
아니, 치료받기도 힘든 환자들을 대상으로 왜 자꾸 임상연구를 하냐구요?
그건
다음 글에서
유방암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연구의 의미에 대해 제가 다시 한번 설명드리겠습니다. 결론적으로 임상연구에 참여하는 것이 환자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 이유가 궁금하시면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제가 글을 준비하겠습니다.
여하간
이제 치료를 시작하신 당신,
여러 모로 마음에 불안도 많고
난생 처음 맞는 항암제 때문에 몸과 마음이 힘들어질 수 있습니다.
저는 항암치료를 시작하시는 여러분께 항암제 다이어리를 선물로 드립니다.
그 다이어리에 본인의 증상과 힘든 점, 부작용을 잘 적어오시면
외래에서 진료를 보며
힘들지 않게 항암치료를 받는 방법에 대해 상의하도록 하겠습니다.
모두들 힘 내세요!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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