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ason 1 - Doctor's life until Feb 2014 993

San Antonio 맛집 소개

이번에 학회를 다녀온 미국 텍사스 주 San Antonio 라는 도시는 도시의 왼쪽 끝에서 오른쪽 끝까지 걸어서 30분이 채 걸리지 않는 아담한 읍내이다. 아주 한적하다. 유명한 볼거리는 두가지가 있다. 첫째 알라모 둘째 리버 워크 알라모는 우리로 치면 미국이 독립운동을 하던 곳이다. 텍사스에서 가장 흔한 돌이라는 라임스톤으로 만들어진 야트막한 성. 라임스톤의 은은한 노란색으로 알라모는 예쁘고 아담하게 보인다. 그때 전투하면서 누가 지휘했고 몇명이 죽었고 얼마나 용감하게 싸웠는지를 보여주는 기록들이 전시되어 있다. 내가 보기엔 그리 특별하지 않은 것 같은데-그네들 역사를 제대로 몰라서 그럴 수도 있지만-, 미국 사람들이나 이 동네 사람들은 알라모 전투를 매우 높이 평가하고 기리고 있는 것 같다. 아무튼 ..

좋은 연구결과를 보고도 안타까운 마음이 드는 것은

"이렇게 탁월한 효과가 입증되었는데, 우리나라에서 이런 약을 쓸려면 과연 얼마나 시간이 걸릴까요?" 학회장에서 만난 다른 병원 선생님의 안타까운 코멘트였다. 세계적인 규모의 학회가 열리는 곳에서는 환자를 보는 의사라면 누구라도 그 효과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는 데이터가 발표되는 순간, 모두가 일어서서 기립박수를 보내는 일이 가끔 있다. 이런 일이 자주, 매년 있는 것은 아니다. (드물게는 그런 연구 성과가 몇년 후 반복적인 연구에서 결과가 번복되기도 하지만) 약제의 기전을 고려했을 때, 연구 과정이 과학적으로 타당했을 때, 기존 치료방법에 비해 탁월한 효과가 인정될 때 연구자들은 아낌없는 박수를 보낸다. 그 박수는 연구자를 향한 것이 아니라, 그 효과를 치료적 이득을 보게 될 우리 환자들을 위한 것이다...

뼈주사를 맞는 분들께

이번 학회 초반에는 Bisphophonate 그중에서도 zolendronic acid 에 대한 연구가 눈에 많이 띕니다. zolendronic acid의 상품명은 Zometa 이며 환자들도 조메타라고 잘 알고 계시는 약입니다. 상품명은 몰라도 뼈 전이가 있는 분들은 항암제 맞을 때 뼈주사를 같이 맞는다고 알고 계실 텐데요 그 뼈주사가 바로 조메타 혹은 파노린입니다. 이 약제는 원래 골다공증 치료제로 개발되었습니다. 그런데 원래 의도치 않았던 효과, 즉 이 약이 암세포를 제거하는데 긍정적으로 영향을 미침으로써 재발방지, 질병진행 방지, 생존기간 연장 등의 치료적 성과가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사실을 보다 확고하게 입증하기 위하여 현재 다양한 임상연구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번 학회에서도 ..

든든한 아침이 주는 이점

이곳은 한국과 무려 15시간의 시간차가 난다. 밤낮이 완전히 반대. 예전 젊었을 때를 생각하면 하루 정도 고생하고 잠 안자거나 잠 많이 자면 시차를 거뜬히 적응했던 서 같은데 지금 내 몸의 신체시계는 말을 잘 안듣고 자꾸 한국식 리듬으로 살려고 계속 저항한다. 시간이 지나도 이곳 시간에 잘 적응하지 못하는 것 같다. 학회 첫날 오후는 비몽사몽. 내가 나중에 한국에 돌아가서 요약정리하여 발표하기로 한 파트 발표도 있는데 제대로 못 듣고 계속 졸았다. 비싼 비행기 타고 와서 바쁜 시간 짬 내서 힘들게 온 학회에서 조느라고 제대로 공부를 못 했다고 생각하니 영 기분이 별로였다. 오늘은 아침 6시에 기상. 목욕재개하고 일찍 학회장으로 왔다. 학회장 앞에서 아침 먹는 빵집을 발견했다. Schilos 라는 빵집인데..

아는 것만 보이니까

미국에 오면 값싸고 좋은 물건이 많다는 매장들이 있다는데 뭐가 좋은 물건인지, 값이 싼건지 비싼건지 잘 모르니까, 나에겐 그 모든 것이 돼지목에 진주목걸이다. 결국 자기가 아는 만큼만 보고 느낄 수 있다는 말이 있듯이 나는 쇼핑몰 보다는 동네 약국에 가서 진열된 약의 종류와 가격을 관심있게 본다. TV 약 광고에 주의를 기울이게 된다. 약국에는 상당히 전문적인 약들도 일명 슈퍼판매가 가능하게 되어 있다. 알레르기가 심한 나는 여기 와서 급성 발작이 오는 바람에 콧물 재채기가 너무 심해 코로 뿌릴 수 있는 흡입기를 하나 샀다. 10불이 넘으니까 12000원 정도. 전체적으로 약값이 아주 비싸다. 내가 즐겨먹는 알레그라는 한 알에 천원 꼴이다. 역시 한국 의료보험이 최고다. 변비가 심한 나는 마그네슘을 즐겨..

내가 생각하는 명상의 과학적 근거

이건 순전히 내가 오늘 처음 명상 한번 따라해보고 나서 느낀 점이므로 진짜로 과학적 근거를 말하는 것은 아니다. 일단 명상을 시작하면 척추를 곧추 세우고 바른 자세로 앉아야 한다. 나는 고관절이 안좋기 때문에 양반다리로 앉는 것보다 의자에 앉는게 편하다. 그렇게 자기에게 편안한 자세를 취한다. 명상의 시작은 숨을 들이 마쉬고 내쉬고 하는 자기의 호흡을 느끼는 것이다. 천천히 들숨 날숨을 쉬면서 그렇게 숨쉬는 자신을 느낀다. 그리고 경직되어 있는 어깨, 입술근육, 머리근육, 그렇게 나도 모르게 긴장되어 있는 근육을 이완시키기 위해 부위별로 생각을 집중하면서 호흡을 계속한다. 계속 숨을 편안히 쉬면서 자기 신체 곳곳의 긴장을 이완시키는 훈련을 하는 과정인 것 같다. 그렇게 10분 이상 숨을 쉬면서 호흡을 고..

저도 미국에서 명상 시작했습니다

미국의 텍사스 주에 있는 샌 안토니오라는 작은 도시에서는 매년 12월 초 전 세계에서 유방암의 진단, 치료, 연구에 관련된 학자, 의사들이 모이는 큰 유방암학회가 열립니다. 올해로 34번째입니다. 처음 이 학회의 시작은 7명의 의사들이 모여서 내과 외과 병리과 등 과를 막론하고 유방암 연구와 치료에 관련된 학제간 연구가 필요하다는 것에 뜻을 모으고 발족한 것이 계기가 되어 지금의 학회가 시작되었고 재작년부터는 전 세계에서 만명 이상의 의사, 간호사 등 관련 의료진과 기초 연구분야의 연구진들이 모이는 큰 학회가 되었습니다. 의학회 중에 가장 큰 학회가 미국 영상의학과 학회(ARA)인데 매년 5만명이 참석합니다. 그 다음으로 큰 학회가 미국 임상종양학회(ASCO)이고 3만명 이상이 모입니다. 이런 학회는 한..

시간을 못 지켜서 죄송해요....

오늘은 면담의 날. 외래도 루틴대로 할 수 없는 환자가 많았다. 컨디션 확인하고 항암제 투약하면 되는 그런 단순 환자보다 뭔가가 어려워서 환자랑 상의할 것도 많고 어려가지 고려해야 할 것도 많고 몇분 안에 문제를 해결하기가 힘든 경우가 많았다. 아무리 외래가 지연되고 있어도 환자 문제를 논의하면서 서두르는 인상을 주면 안되기 때문에 왠만하면 환자의 말을 끊으려고 하지 않는다. 나보다 뒷심이 무른 환자는 그냥 내 말을 듣지만 다급해진 대부분의 환자는 나보다 말을 더 많이 한다. 내가 한마디 하면 질문이 쏟아진다. 첫 환자부터 그런 환자로 시작되었다. 첫 환자에서 면담을 하고 나니 15분이 지났다. 오늘 일진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외래 초진이 열명이 넘었다. 외과의 공습이다. 수술하고 항암치료가 필요한지 여..

초콜렛 테라피

환자들이 나에게 주고 간 사랑의 초콜렛, 나날이 그 치료적 효과를 더해가고 있다. 좀 힘들어 보이면 격려 차원에서 병이 좋아지면 축하의 의미로 사실 외래를 무사히 오신 그 모든 분들께 초콜렛을 드리려고 마음 먹는데 외래를 보는 와중에 환자 상태에 대해 뭔가 집중해야 할 다른 일이 생기면 그 타이밍을 놓치고 환자를 내 보낸다. 그래서 누구는 초콜렛을 받기도 하고 누구는 못 받기도 하고 그렇다. 문 밖을 나서면 환자들끼리 서로 자랑을 하시나보다. 나는 오늘 초콜렛 받았다! 당신 돈으로는 절대 사먹지 않는 과자, 그런 주전부리는 누가 줘도 별로인 그런 과자, 그런데 초콜렛을 받으신 분들은 기분이 좋으신가 보다. 이 초콜렛 같이 먹으면 백혈구 수치 잘 오릅니다. 이 초콜렛 같이 먹으면 통증 조절이 잘 됩니다 나..

마음근육 만들기 - 오늘 명상프로그램 시작!

오늘 명상 프로그램을 시작하였습니다. 앞으로 매주 화요일 12시부터 4시까지 두번의 세션을 6주간에 걸쳐 진행합니다. 총 22명의 환자와 보호자가 신청하셨습니다. 암환자는 몸도 마음도 고단합니다. 고단하고 외롭고 힘든 마음은 그 누구도 대신할 수 없습니다. 자기 스스로 마음의 근육을 만들어야 합니다. 명상 프로그램을 통해 그 방법을 배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였습니다 병원의 공식적인 지원도 없고 관심있는 사람도 별로 없고 해서 준비하는 과정이 생각보다 복잡했고 어려웠습니다. 마음 속으로 괜히 시작했다, 지금 내가 하는 일이나 잘 할 걸, 긁어 부스럼이다, 솔직히 이런 생각을 하였습니다. 엄마와 함께 부인과 함께 환자들은 약간 어색한 분위기에서 첫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짝을 지어 잠시 대화를 하고 서로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