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ason 1 - Doctor's life until Feb 2014/주치의일기

저도 미국에서 명상 시작했습니다

슬기엄마 2011. 12. 6. 13:01

미국의 텍사스 주에 있는 샌 안토니오라는 작은 도시에서는
매년 12월 초 
전 세계에서 유방암의 진단, 치료, 연구에 관련된 학자, 의사들이 모이는
큰 유방암학회가 열립니다. 올해로 34번째입니다.
처음 이 학회의 시작은 
7명의 의사들이 모여서
내과 외과 병리과 등 과를 막론하고
유방암 연구와 치료에 관련된 학제간 연구가 필요하다는 것에 뜻을 모으고 발족한 것이 계기가 되어 지금의 학회가 시작되었고
재작년부터는 전 세계에서 만명 이상의 의사, 간호사 등 관련 의료진과 기초 연구분야의 연구진들이 모이는 큰 학회가 되었습니다.
의학회 중에 가장 큰 학회가
미국 영상의학과 학회(ARA)인데 매년 5만명이 참석합니다.
그 다음으로 큰 학회가 미국 임상종양학회(ASCO)이고 3만명 이상이 모입니다.
이런 학회는 한 과의 학회인데 비해
제가 이번에 참석한 유방암 학회는 특정 과가 아니라 유방암이라는 단일 질환의 학회에 불과한데 만명 이상이 모이는 것이니 학회 규모가 클 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얼마나 많은 유방암 환자가 있는지,
또 유방암 관련한 연구/진료를 하는 의사가 많은지
가히 짐작이 되질 않습니다.

학회가 열리는 이곳에 도착하기 전에
친구가 있는 오스틴에 들렀습니다.
친구는 저를 위해 아는 교수님의 지인으로 있는 명상 선생님을 소개시켜 주었습니다.
덕분에 저는 한국에서 시작만 하고 참여하지도 못한 명상 프로그램을 여기서 맛보게 되었습니다.

선생님은 70세가 다 되신 할머니 선생님이신데
어찌나 얼굴빛이 맑고 깨끗한지,
영어도 어찌나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명쾌하게 말씀해주시는지
전혀 부담이 없이 잘 따라할 수 있었습니다.
다만 아침을 너무 많이 먹고 가서 배가 부른 것이 집중을 방해하더군요.

명상의 핵심은
선생님 말씀에 따라 집중하여 호흡하는 것이었습니다.
내 몸에 쓸데없이 힘이 들어간 곳은 없는지
숨을 들어 마시고 내 쉬는 내 행위 자체에 집중하는 것이 중요하였습니다.
물론 100% 집중되지는 않았죠.
몸에서 힘도 잘 빠지는 것은 아니었어요.
그렇지만 맥박수가 떨어지고, 편안히 숨쉬는 저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일상에서 분노할 때, 마인드 콘트롤이 안될때, 내 감정을 조절하기 어려울 때
우린 흔히들 심호흡을 하라는 말을 듣습니다.
명상은 그런 노력의 일환인 것 같습니다.
십분만 숨쉬기 운동에 주의를 기울여도 도움이 될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오늘은 그냥 맛 보기만 한거죠.

선생님과 함께 명상을 함께 한 곳은
우리로 치면 대안공간 같은 곳이었어요. 
치유센터(영어로는 healing center)라고 간판이 붙어있었는데요,
우리 삶의 치유라는 것은 한두번의 노력, 한두번의 약물치료 그런 걸로는 되는게 아니라 일상의 생활습관, 삶의 철학을 바꾸어야 하는 문제인 것 같아요.
그래서 그 센터에서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었고
유치원도 운영하고 있더군요.

그 센터 내 식당에도 가봤는데요
모두 유기농 제품, 야채 위주의 식단이 제공되고 있었어요.
한끼 식사가 14불 정도니까 우리 돈으로 치면 만 7-8천원하는, 엄청 비싼 편이었죠.
맛은 완전 없었어요. 다시는 먹고 싶지 않을 정도로...
그래서 많이 먹지도 못하고, 양념도 거의 안되어 있고,
맛없게 음식 해놓고 유기농이라고 파는거 아냐, 그런 억하심정마저 들 정도였죠.
하지만 알고 보면
육식하지 말고, 소식하고, 양념 강하게 먹지말고, 자연 그대로의 음식을 섭취하며 사는게
인간의 몸과 마음을 치유하는데 도움이 된다는 뜻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국 사람들의 식단이 참 좋은것 같았어요. 조금만 덜짜게 먹으면요.

light massage 라고 가벼운 마사지도 받았는데요
마사지를 받으면서
우리 어머니들이 아이들 키울 때 잠잘 때도 쓰다듬어 주고 배도 만져주고
몸 여기저기 주물러주고 하는 옛 손길이 떠올랐어요.
얼마 안했는데도 몸이 개운하더라구요.
선생님의 따듯한 손으로 내 손을 잡아주는거, 내 발을 어루만져 주는거,
그런것이 그렇게 따뜻한 마음으로 연결되는 줄 몰랐어요.

나중에 우리 환자들에게 꼭 마사지 프로그램을 제공해야겠다 싶은 마음도 들었습니다.

내일부터는
학회가 시작되니
열심히 공부하고
에너지 재충전하여 한국으로 돌아가겠습니다.
병원에는 저를 대신해서 유방암 환자를 대신 진료해 줄 강사선생님이 계시니 혹시 병원에 오실일이 있으시더라도 걱정하지 마세요.   

병원을 비우고 와서
내심 마음이 편하지는 않습니다.
메일로 의견 교환을 하고 있지만,
그래도 마음 한 구석에 울렁거립니다. 아, 무슨 일 있으면 어떻게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