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오면
값싸고 좋은 물건이 많다는 매장들이 있다는데
뭐가 좋은 물건인지, 값이 싼건지 비싼건지 잘 모르니까, 나에겐 그 모든 것이 돼지목에 진주목걸이다.
결국 자기가 아는 만큼만 보고 느낄 수 있다는 말이 있듯이
나는 쇼핑몰 보다는
동네 약국에 가서 진열된 약의 종류와 가격을 관심있게 본다.
TV 약 광고에 주의를 기울이게 된다.
약국에는 상당히 전문적인 약들도 일명 슈퍼판매가 가능하게 되어 있다.
알레르기가 심한 나는 여기 와서 급성 발작이 오는 바람에
콧물 재채기가 너무 심해 코로 뿌릴 수 있는 흡입기를 하나 샀다.
10불이 넘으니까 12000원 정도. 전체적으로 약값이 아주 비싸다.
내가 즐겨먹는 알레그라는 한 알에 천원 꼴이다. 역시 한국 의료보험이 최고다.
변비가 심한 나는 마그네슘을 즐겨 먹는데, 값도 매우 매우 싸거니와 부작용도 없고 내성도 없어서 참 좋은 약이다. 미국에 와서 만난 친구에게도 내가 가지고 있는 마그네슘을 선물로 다 주었다. 나는 몇천원 한도 내에서 2-3달치 분을 살 수가 있었는데, 미국에서는 같은 양의 마그네슘이 3만원 가까이 하는 것 같다.
미국에는 다양한 타이레놀이 제조되어 나오는 것으로 유명하고 약간의 증상 차이를 섬세하게 커버하는 타이레놀이 있어 내 동경의 대상이라 이번에 온김에 몇가지 사볼까 하고 가격을 봤더니, 한국 약값보다 많이 비싸다. 난 그래서 꼭 필요한 코에 뿌리는 알레르기 흡입기만 사서 나왔다.
물론 약 보다 비싼 건강 보조식품도 엄청나게 많다.
환자들이 외래에 가지고 와서 물어보던 수많은 건강보조식품들이 여기 다 모여있네...
TV 광고 중에 약광고가 눈에 많이 띈다.
반드시 의사의 처방이 필요한 전문 의약품을 광고하고 있어 신기하다. 어차피 환자가 선택해서 살 수 있는 약이 아닌데도 광고를 하는 것이다.
즉 광고를 통해 이미지메이킹을 하고 제약회사가 환자들에게 의사한테 가서 이 약을 달라고 말하라고 시키는 셈이다.
상당히 충격적이었다. Medical communication의 기형적인 구조가 형성될 것이 예상된다. 환자이기도 하지만 소비자이기도 한 그들에게 지식을 제공하고 권리를 주장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일은 물론 필요하고 중요한 일이지만, 결국 그 모든 흐름이 제약회사의 자본에 의해 주도된다면 의학적 지식과 의사의 판단에 위협이 될 수 있을 것이다.
FTA 이후 비로소
대한민국의 의료보험제도가
얼마나 저렴한 비용으로 유지되는지, 환자들에게 유용한 제도인지 알 수 있게 되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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