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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라면 도움이 되는 말을 해줄 수 있을까

아직까지 나랑 만나지 않았으니아마도 재발없이 잘 살고 있을 것이라 믿는다.그리고 아이도 많이 컸겠구나. 키도 작고 얼굴도 작은데 눈이 큰 그녀.임신 중이라 유방이 통통해져서 잘 몰랐다. 그런데 아무래도 꺼림찍해 초음파 검사만 해보았더니 유방암이 의심되었다. 유방의 크기도 매우 크고 겨드랑이 림프절에도 여려개 전이가 된 것 같다.면역화학염색검사를 해 보니 삼중음성유방암이었다.그때 그녀는 임신 38주.이미 아이가 다 컸다. 폐도 다 성숙하였고, 신체 장기도 잘 발달한 상태이다. 유 도 분만으로 아이가 무사히 태어났다. 그리고 다다음날 항암치료를 시작하였다. 아이가 태어나기 직전 몸은 정말 무겁다.그런데 막상 아이를 낳고 나면 몸은 더 무겁다. 온 몸이 다 아프다. 그녀는 그렇게 무겁고 아픈 몸을 추스릴 틈도..

좋은 소식 전하기

유방암 수술한지 3년만에 골반뼈로 재발했는데방사선치료 하고 호르몬제만 바꿨다.항암치료를 하지 않고 호르몬제만 복용한지 2년. 이번에 찍은 PET-CT에서는 더이상 암세포의 활성도가 거의 보이지 않는군요.높았던 종양수치도 1년째 정상이에요.바꿔먹은 호르몬제가 효과가 좋은 것 같고 방사선 치료 효과도 잘 유지되는거 같아요. 유방암 수술한지 7년만에 폐로 전이가 되었다. 한 구역에 국한되어 있어 진단 겸 수술로 폐의 한 엽을 떼어 내었다.폐전이는 예후가 안 좋은 타입이지만 환자는 6차례 항암치료를 한 후지금은 5년째 호르몬제를 복용하며 유지중이다. 호르몬제 계속 드시는 거 힘들지 않으세요?5년이나 호르몬제를 드셨더니 골다공증도 심해지는 것 같고... 괜찮아요.덕분에 병을 꾹꾹 눌러주고 있잖아요.햇빛 많이 보고..

실수로부터 배우는 교훈

다음주 말에 암성통증과 관련된 강의를 하기로 되어 있다. 암성통증의 조절이라는 주제는 강의를 하기에 진부한 소재이다. 그러나 암환자 진료 과정에서 매우 중요한 주제임은 두말할 것도 없다. 중요한 주제를 진부하지 않게, 간과하고 있던 요인들을 다시 생각할 수 있게, 효과적으로 강의를 하려면실례를 등장시키는 것이 효과적이다. 특히 의사들은누군가의 잘못된 의료 행위를 보면 대부분 흥분하며 논의에 집중하기 마련이다. 나는 그런 청중의 속성을 감안하여과감히 나의 잘못된 과거(!)를 밝히고 내가 간과했던 사례, 내가 실수했던 사례, 내가 잘못했던 사례들을 공개하여내가 얻은 교훈을 청중들과 공유하기로 결심했다. 그리고 차트를 뒤져서 세 케이스를 준비했다. 케이스 사례를 정리하고환자의 병변을 포함한 사진, 암 치료 과..

노인 종양학의 최근 이슈들

현재 교과서적인 지식으로 인정되어 표준요법으로 시행되고 있는 항암치료도 당시 개발된 신약을 가지고 수년간, 수차례 혹은 수십차례에 걸쳐 임상연구를 시행하여 당대의 표준 약제보다 우월한 성적을 입증했기 때문에 더 좋은 치료로 인정되고 합의된 결과이다. 종양학은 그렇게 임상연구의 역사로 끊임없이 발전하고 있으며 그러한 임상연구의 결과를 통해 현실의 진료패턴이 변하고 있다. 임상연구에서는 환자를 등록할 때 정해놓은 기준이 있는데 그런 기준에 정확히 맞는 환자를 등록하는 것이 그 임상연구의 질과 수준을 결정한다. 그래야 전체 환자군을 대상으로 일반화하는데 문제가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렇게 정확성을 추구한다는 임상연구에서 65세 이상 노인이 포함되는 비율은 많지 않다. 예를 들면 미국 FDA 에서 인정하고 항..

사진이 바뀐 줄 알았어요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기다리던 그녀가 첫 항암치료 후 중간 점검을 하러 오늘 외래에 왔다.오른쪽 폐문부에 있는 종양이 커져서 기관지를 눌렀다. 그 아랫 부분은 무기폐 상태.기침하고 숨소리도 고르지 않았다.방사선 기계가 고장나는 바람에 당장 방사선 치료를 할 수 없었다.그녀는 하루라도, 한시라도 빨리 퇴원하겠다고 했다.집에 있는 어린 두 아들을 더 이상 엄마없이 놔 두고 싶지 않다고 나에게 애원했다. 나는 왠만하면 환자들을 빨리 집에 보낸다. 항암치료 하면서 몸과 마음이 약해져 환자들이 응석받이가 된다. 집에 갈 자신이 없다--> 가시라, 집에 가면 밥 챙겨줄 사람도 없다 --> 그런 이유로 계속 입원할 수 없다, 몇일만 더 컨디션 보고 싶다 --> 앞으로 당분간 컨디션 변할 이유 별로 없다 등등으로 실갱이..

울면서 항암치료를 시작하는 당신께

수술을 한 후 유방암 재발의 위험성을 예측할 때 일차적으로 다음과 같은 임상적인 결과를 검토한다. 종양의 크기가 큰 경우 (5 cm 초과)최초 진단시 겨드랑이 혹은 쇄골림프절 전이 여부종양세포의 핵과 조직학적 등급 (grade)수술 시 제거한 종양의 경계에서 암세포가 관찰되었을 때유방 보존술을 했는데 방사선치료를 충분히 받지 않았을 때나이가 젊을 때염증성 유방암일 때 호르몬 수용체 음성일 때BRCA 1,2 유전자 양성일 때 그리고............ 이상의 여러 요인 가운데특정 요인이 어느 정도의 재발을 설명하느냐는 사실 명확하지 않다.종양크기와 림프절 전이여부가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한다. 소소한 요인 하나하나의 영향력이 얼마나 되는지 정확히는 잘 모르겠다. 통계분석을 통해 한 요인당 몇 점의 스코어를..

사치스럽다

오늘 오후 열릴 예정인 보건복지부와 국립암센터가 주관하는 암정복포럼은 암생존자 (cancer survivorship)에 대한 포괄적인 논의가 진행되는 자리이다. 암생존자라는 말은 1986년 미국 NCCS 에서 survivor or survivorship 이라는 용어를 정의하는 것으로 개념화되기 시작하였다. 이들은 암을 발견한 시점부터 생존자라는 광범한 관점을 채택하였고 암 치료와 관련된 사회적, 감정적, 경제적 문제에 대한 총체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지적하였다. 당시 미국과 유럽에서는 생존자 그룹을 중심으로 한 시민운동이 태동하였고 이들은 암 치료 이후 생존자들의 건강과 안녕, 복지라는 주제에 대한 연구가 전체 암연구 영역에서 병행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하여 각종 기금과 재단을 설립하였다. 유럽에서는 ..

어느 의사의 유언 - 인용

http://m.cafe.daum.net/2556001/cREg/290?listURI=% F2556001%2FcREg%3FboardType%3D 제가 좋아하는 선생님이 오늘 저에게 보내주신 글인데 내용이 좋아 올려봅니다. (출처는 위 싸이트입니다)사실 평범한 말이고 진부한 말이기도 한데오늘은 제 마음에 큰 울림이 있습니다.아마 웃음을 잃고 건조하게 살아가는 내 모습이 반성이 되어서 그런가 봅니다.억지로 웃고 싶지는 않습니다.그래도 찌뿌리고 살지 않기 위해 노력해야 겠습니다.오늘 하루는아주 귀한 시간이니까요. 어느 의사의 유언 어떤 마을에유명한 의사가 살고 있었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몸이 아프면모두 그를 찿아가 치료를 받았습니다그 의사는 환자의 얼굴과 걸음 걸이만 봐도어디가 아픈지 척척 알아내 처방을 해주는..

원망어린 문자메시지

70세 가까운 나이도 나이지만 워낙 위험요인이 많았다.20년전 흉선암 수술 후 생긴 심장부정맥, 그리고 수술 이후 늘어진 심방에 오랫동안 매달려 있는 혈전,심장기능이 좋지 않으니 수액 공급을 조금만 잘못해도 신장 수치가 나빠지기를 수차례. 온 폐가 허옇게 되어 응급실로 오셨다. 폐전이가 맞기는 한데 원발병소를 확실히 알 수 없었다.원발병소를 정확히 찾기위해서는 조직검사와 여러 검사들이 필요했는데환자는 전신마취를 할 수도 없었고제대로 누울 수도 없어서검사를 제대로 하기도 어려웠다. 정황상 난소암 폐전이로 진단명을 붙이고 항암치료를 시작했지만원발 병소도 백프로 정확하지 않았다.그래도 난소암으로 진단명을 붙여야 항암제를 쓸 수 있는 폭이 넓었고 의학적인 범위 내에서 난소암으로 진단할만한 근거들이 있었으니 난 ..

엄마의 코멘트

보건복지부와 국립 암센터가 주관하에오는 6월 20일 삼성동 코엑스에서 '암생존자의 건강한 삶을 위한 제안'을 주제로 암정복포럼이 열린다.(컨퍼런스룸 301호 오후 1시-6시) 암생존자(cancer survivor)라는 말이 다소는 낯설지만내년이면 우리나라도 암생존자 100만명의 시대를 맞이하게 되었다.이러한 시대적 변화에 발맞추어 국립암센터는 '근거중심의 생존자 관리'라는 책을 출판하였다. 그리고 책에 담긴 내용을 중심으로 포럼을 개최하게 되었다. 이 책은 암을 진단받고 치료를 받는 동안은 몰랐던 후기 합병증이나 이차암 발생의 예방 및 건강한 생활습관사회정서적 지지의 중요성가족과의 관계직장으로 복귀하는 문제 등등 환자와 가족이 부딫히게 되는 다양한 문제에 대한 총체적인 지침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