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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CO 에서 경고하는 5가지 Oncology practices

미국 암학회 (ASCO) 에서는그동안 연구문헌과 메타분석을 통해암환자 진료시 과도하게 의료비용이 증가하는 것을 억제하고 근거 중심의 자료를 바탕으로 효과적이고 효율적인 의료 행위의 원칙을 제시한 바 있다. 학회는 다음의 5가지 사항에 대해 암환자를 진료하는 의사들에게 질문을 던지고 있다. 1. 진행성 암 환자 중 항암치료를 통해 이득을 얻기 어려운 환자, 혹은 완화적 치료나 증상 완화를 위한 치료를 하는 것이 더 나은 환자에게 항암치료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2. 조기 유방암 환자에서 암 진단시 병기 결정을 위해 PET-CT, CT, Bone scan 등의 영상검사테크놀로지를 과도하게 사용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3. 조기 전립선암 환자에서 암 진단시 병기 결정을 위해 PET-CT, CT, Bone scan..

이쁜 놈

1년차 가을,우리 파트를 돌았다.유방암 잘 몰라도 유방암 환자에게 잘 했다.그는 일하는 속도가 좀 느린 편이지만 늦은 시간까지 성실히 일해서 속도를 만회하였다. 그래서 오프도 늦게 나갔다.빠릿빠릿하고 센스있는 녀석들은 어떻게든 저녁 7시까지 일을 마치고 오프를 나간다.데이트도 하고 영화도 보고 맛있는 것도 먹고 에너지를 충전해서 돌아온다.그는 그렇게 영리하고 잽싸게 일하지 못했다.그저 우직함으로 자신에게 부족한 '속도'를 만회하였다. 또래에 비해 올드 제너레이션인 우리 둘은 나름으로 힘을 합쳐 열심히 환자를 보았다. 그날도 여전히 그는 오프를 늦게 나갔고 당직이 내 환자 콜을 받는 날이었다.패혈성 쇼크(Septic shock) 환자, 피검사에서 곰팡이가 자라고 있었다. 아주 위험한 상태.밤 12시가 가까..

치유의 숲길 프로젝트

일단 서울 근교에서 부터 시작할까 한다. 항암치료 중에도 혹은 항암치료를 마치고 다소 쇠약한 몸으로도 피톤치드를 마시며 산림욕할 수 있는 1-2시간 코스의 산책길. 그 길을 찾아보기로 했다. 이른바 치유의 숲길 프로젝트. 나는 산에 대해 아는 것도 없고 산악회 회원이 될 생각은 전혀 없으며 누구나 좋다는 명산에 별로 다녀본 적도 없다. 그냥 연대 안에 있는 안산을 다니는 정도. 한시간 남짓 오르내리며 똑같은 길이지만 산길은 조금씩 달리보인다는 것에 만족하는 정도. 내키면 주말에 이북오도청에서 시작하는 북한산 사모바위까지 왕복 서너 시간이면 족하다. 백운대 쪽으로 북한산을 오른지는 꽤 오래된 것 같다. 길이 잘 떠오르지 않는다. 외국이든 국내든 학회를 가면 주변의 낮은 산이라도 둘러본다. 그래서 학회는 항..

전과한 첫날

28세 여자 4살 5살 먹은 두 아들의 엄마자궁경부암 폐전이.폐전이 후 항암치료를 두번 했는데 효과는 없고 백혈구 적혈구 혈소판 수치만 왕창 떨어져서 고생했다.다음 치료를 생각하지 못하고 쉬고 있던 중 갑자기 기침이 나고 열이 나서 병원에 입원하였다.응급실 오기 전전날부터 컨디션이 않좋았는데 병원에 오고 싶지 않았다.어린 두 아들을 맡길 곳이 없었다.그러나 숨쉬는게 힘들어 결국 병원에 오고 말았다. 오른쪽 폐기관지 근처의 종양이 커지면서 기관지를 눌러폐가 쭈그러들었다. 무기폐. 엑스레이가 허옇다. 그런 상태에서 나에게 협진이 의뢰되었다. 일단 열이 계속 나니까기관지 내시경을 해 보거나 기관지에 스텐트를 넣어보는게 좋을 것 같다.미리 처방을 내 놓고 검사 스케줄도 가능한지 알아보았다.그리고 환자를 만나러 ..

제가 할 수 있는게 없는게 제일 힘들어요

오늘부터 출산휴가에 들어간 선생님을 대신하여진료를 보게 되어 외래 환자수가 급증하였다.단지 숫자의 문제가 아니라우리는 아직 라뽀가 형성되어 있지 않은데 갑자기 그런 환자들을 무더기로 만나 상의를 하고 치료를 해야 한다는건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주말 내내 마음이 불안불안.그들도 처음 만나는 내가 낯설고 불안하다. 나도 주말동안 예습을 한다고 했지만 내가 계속 진료해 오던 환자만큼 익숙치 않아 외래 시간이 지연되었다.사실 지연시키지 않기 위해 무지하게 애를 썼는데 세명 정도의 환자랑 면담이 길어지는 순간, 한시간이 넘게 훌쩍 지연되어 버렸다.늘 그런 식이다. 두세명과 예정에 없이 대화가 길어지면 외래는 늘 그렇게 지연되어 버린다. 그렇게 길게 늘어진 외래의 마지막 환자. 굳세게, 개인적인 어려움이 있어..

학생 종양학 강의를 준비하며

의대생에게종양학 수업을 강의한다는 것은환자를 대상으로혹은 가족을 대상으로 하는 대중강의와는 다르다.간호사를 대상으로 하는 강의에서는 의학적 내용을 근거로 하되'간호'의 관점에서 그 질환을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기 때문에 병의 병태생리학적 과정을 빠짐없이 다 설명하기 보다는 병에 대한 impression을 갖는 정도로 설명하는 편이다.항상 강의에는 충분한 시간이 주어지지 않기 때문에 핵심적인 아이디어를 전달하는게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그러나 의대생 강의는 다르다.이들은 의사가 될 사람이기 때문에병에 대한 정확한 지식을 가르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우리의 현실상너무나 많은 것을 한꺼번에 머리에 꾸역꾸역 집어넣게 되는 경우가 많아정확한 지식을 가르친다는 미명하에 너무 어렵고 많은 내용을 강요하고 있다..

사라진 환자

외래 명단에 예약이 되어 있는데환자가 오지 않는다. 전화를 해도 받지 않는다.핸드폰으로. 집으로.그날 연락이 안되서 다음날 다시 해 보지만 역시 연락두절.외래 간호사가 줄기차게 전화를 해 보지만 연락이 안된다. 그렇게 몇일을 연락해도 연락이 되지 않으니 어쩔 수 없다는 생각이 든다.이러다 환자 놓치는거 아닐까? 다른 병원에서 온 환자라 그 병원에도 전화를 하였다.그 환자에게 연락을 해볼 방법이 없겠냐고.그 병원에서도 백방으로 수소문해서 알아보았다. 환자가 집을 나갔다고 한다.가족도 환자의 현재 상황을 잘 모른다.항암치료 2번 했는데 그 기간 내내 힘들어했다고 한다.환자에게 정신과적인 문제가 있었다고 한다.이런 말을 하는 가족의 반응도 보통 사람들이 보이는 반응과 다르다.어째 대화가 잘 안통하는 느낌이다...

유기농, 짜증나요

유기농은 비싸다유기농은 맛없다유기농은 귀찮다그래도 그렇게 먹고 살면 좋은건 맞는 말이다.식생활은 평생 생활 습관이 되어야 한다.뭘 먹으면 암에 걸리고뭘 먹으면 암을 치료하고뭘 먹으면 암을 예방하고그런건 없다. 그렇게 몇가지 음식을 먹고 마는 것이 암에 걸리고 말고를 결정하는 요인이 되지 않는다. 평생에 걸쳐 건강한 식단, 운동, 생활습관을 갖고자 노력하는 것이 내 몸을 결정한다. 그러므로 나는 항암치료를 받는 동안단거 먹으면 안된다짜게 먹으면 안된다기름기있는 거 먹으면 안된다그런 원칙에 얽매여 음식을 조절하라고 권유하지 않는다.항암치료는 내 몸의 정상세포도 많이 손상시키고 체내 단백질이 감소하여 쉽게 피곤하고 몸이 힘들다. 그 기간에는 동물성 단백질을 많이 섭취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래야 항암치료를 견딜..

가족이란

가족은 환자에게 가장 소중한 존재이기도 하고환자에게 가장 위협적인 존재이기도 하다. 가족은 언제나 서로를 사랑하지 않는다. 사소한 일들로 미움이 쌓여 다른 사람한테는 하지도 못하는 험악한 말을 해버리고 깊은 상처를 주기도 한다. 때로 가족은 사랑이 너무 과해, 환자의 뜻을 앞서 결정을 해버린다.혹은 가족이 불안해서 결정을 하고 싶어 한다.가족이라고 늘 의사소통이 잘 되고 서로 사랑하고 스위트 홈을 이루며 사는 것은 아니다. 안 스위트한 홈이 더 많다. 큰 병은 가족을 위기에 처하게 한다.그동안 묻어둔 갈등도 터져나오고 투병과정에서 위기가 심화되기도 한다.돈이 큰 문제가 되지만 그것을 넘어선 더 많은 문제들이 노출된다. 그리고 상처받는다.쿨하게 화해하고 용서하지 못한다. 그리고 일상이 이러한 문제로 짓눌려..

BRCA 유전자, 요즘 질문이 많군요!

누구나 - 암환자든 건강한 사람이든 - 유전자 검사를 하면 수천개의 유전자가 돌연변이가 존재한다. 돌연변이 유전자가 다 암을 일으키는 것은 아니다. 유전자 이상은 돌연변이 말고 다른 형태로도 나타날 수 있는데 그중 돌연변이가 암을 일으키는데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래서 돌연변이 연구를 주로 많이 하고 이것이 최근 유전체 연구의 큰 흐름을 형성하고 있다. 수천개의 유전자 돌연변이 중 암을 일으키는 것과 관련된 유전자는 실질적으로 약 300여개 정도 되고 이 중 유방암을 일으키는데 관여하는 유전자는 넉넉잡아 20-30개 정도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 진짜 강력한 유전자가 무엇인지도 대략 알려져 있다. 어느 정도 발생하는 지도 알게 되었다. 그 유전자 이상을 알게 되었다 해도 그 유전자의 활동을 억제할 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