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ason 1 - Doctor's life until Feb 2014/주치의일기

ASCO 에서 경고하는 5가지 Oncology practices

슬기엄마 2013. 6. 16. 14:03


미국 암학회 (ASCO) 에서는

그동안 연구문헌과 메타분석을 통해

암환자 진료시 과도하게 의료비용이 증가하는 것을 억제하고 

근거 중심의 자료를 바탕으로 효과적이고 효율적인 의료 행위의 원칙을 제시한 바 있다. 


학회는 다음의 5가지 사항에 대해 

암환자를 진료하는 의사들에게 질문을 던지고 있다. 



1.     진행성 암 환자 중 항암치료를 통해 이득을 얻기 어려운 환자, 혹은 완화적 치료나 증상 완화를 위한 치료를 하는 것이 더 나은 환자에게 항암치료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2.     조기 유방암 환자에서 암 진단시 병기 결정을 위해 PET-CT, CT, Bone scan 등의 영상검사테크놀로지를 과도하게 사용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3.     조기 전립선암 환자에서 암 진단시 병기 결정을 위해 PET-CT, CT, Bone scan 등의 영상검사테크놀로지를 과도하게 사용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4.     완치 목적의 치료를 마친 유방암 환자에서 재발을 시사하는 증상이 없는데도 과도한 영상검사나 혈액검사를 루틴으로 시행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5.     호중구 감소에 의한 열(Febrile neutropenia) 의 위험이 낮은데도 백혈구 촉진제를 투여하는 것은 아닌지



    전립선암을 제외하고는 

    모두 내가 진료하는 환자들과 관련이 있다.

    나는,

    우리 유방암 클리닉은

    과연 얼마나 근거를 가지고 진료하고 있는지 생각해본다.


    이들의 문제제기는 일종의 권고사항이기 때문에

    모든 환자에 일률적으로 적용할 필요가 없으며 적용할 수도 없다. 

    나라별로 의료비용의 책정과 지불제도, 보험제도가 상이하기 때문에

    이러한 기준을 100% 다 지켜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어떤 진료를 하든, 어떤 기준을 따르든

    의료행위에는 나름의 근거가 필요하며 그러한 의료행위를 결과를 점검하고 분석할 필요가 있다.

    그러므로 지금은 우리 환자들을 위해 어떤 검사와 어떤 치료가 적절할 것인지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것에 동의한다. 

 


    예를 들어 

    유방암 치료를 마친 환자들에게 

    얼마만큼의 간격으로 

    어떤 검사를 하는 것이 재발을 진단하는데 가장 적절한가에 대해

    아직까지 유효성이 입증된 검사는 

    매년 1회 시행하는 mammogram 뿐이다.


    그러나 우리 병원에서는 

    유방초음파, 유방 MRI, 복부초음파, 뼈스캔, PET-CT 등의 여러 영상 검사

    그리고 종양표지자를 비롯한 각종 혈액검사를 6개월 혹은 1년 혹은 2년에 한번씩 하고 있다.

    다른 병원도 항목에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비슷하게 검사하고 있다.

    권고하는 기준에 비해 너무 과하게 검사하는 것 아닌가?


    그러나 

    한편으로

    환자들이 하는 이야기를 떠올려 본다. 


    돈 걱정은 하지 말고 최선을 다해주세요

    제일 좋은 검사로 해 주세요. 필요한 검사는 다 할거에요. 

    비급여라도 최근에 나온 신약으로 치료해 주세요. 지금 돈이 문제가 아니에요. 


    머리로 전이가 된 환자들은 왜 미리 뇌 MRI를 찍지 않았냐고 항의한다.

    원칙적으로 

    증상이 있을 때, 임상적으로 뇌전이가 의심될 때 찍으라고 되어 있다는 나의 설명은 그들에게 의미가 없다.

    조금이라도 빨리 진단해서 치료했더라면 이렇게까지 나빠지지 않았을 것 아니냐는 그들의 항의는

    뇌전이를 스크리닝하는 전향적 임상연구가 필요함을 시사한다. 


    그러나 우리병원에서 뇌 MRI검사는 75만원 정도 한다. (추가적인 정보를 얻기 위해 몇가지 세팅을 달리하면 백만원이 넘는 경우가 많다) 물론 암환자의 경우 5%만 지불하면 되기 때문에 환자 부담은 몇만원 수준으로 감소한다. 그러나 나머지 95%는 국가가 지불해야 한다. 그러므로 국가는 심평원을 통해 우리의 처방과 진료를 모니터링한다. 국가가 지정한 보험기준의 원칙을 벗어난 검사와 약제처방은 삭감해 버린다. 환자도 나중에 환불을 요구하면 병원은 고스란히 환자에게 그 비용을 돌려주어야 한다. 환자는 돈 안내고 검사받는 형국이 되기도 한다. 


    그런 연구를 위해 소요되는 돈은 누가 지불할 것인가. 100명만 스크니링해도 7500만원이다. 스크리닝이라는 걸 한번만 할 수는 없다. 6개월 간격으로 3년 혹은 5년? 또 100명만 스크리닝하면 과학적으로 입증할 수 있는가? 그렇지 않다. 훨씬 더 많은 환자와 오랜 기간의 추적관찰이 필요하다. 결국 돈과 시간의 문제다.


    국제적인 권고안대로 유방암 치료 후 1년에 한번, 몇천원짜리 (환자 입장에서는 몇백원짜리) 맘모그램만 찍겠다고 하면 다들 불안해하며 어떤 환자도 그 원칙을 받아들이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환자가 원하면 다 해주는게 맞는가? 그렇지도 않다. 의사의 판단과 기준이 중요하다. 의사 개인의 생각과 판단이 아니라, 기존의 자료를 바탕으로 분석하고 효용성을 판단하는 학회의 노력, 그리고 같은 병을 진료하는 의사들 사이의 합의가 중요하다. 또한 외국에서 제시하는 기준을 우리나라에서 그대로 따라야 하는 것도 아니다. 우리의 질병 양태와 환자의 구성이 다르기 때문에 우리는 우리 나름으로 기준을 갖는게 필요하다. 



    개별 환자나 가족의 입장에서는 나를 위해 필요한 최고의 검사, 최고의 약, 최고의 치료를 요구한다.

    그러나 세금을 내는 국민의 입장이 되면 의료보험료를 인상하는 것에는 절대 반대한다.

    자신은 여러 검사를 다 받고 싶어하면서도 

    의사들의 과다검사 행위가 뉴스에 나오면 의사는 돈 밖에 모르는 집단이라며 비난한다. 


    갑상선암은 수술만으로 그리고 일부에서는 방사선요오드 치료를 하면 95% 이상이 완치된다. 우리나라는 그들에게도 5년간 중증환자로 진료비 감면혜택을 준다. 그래서 환자들은 PET-CT를 찍고 싶어한다. 갑상선암이 재발하는 것은 매우 드물기 때문에 사실상 PET-CT를 찍을 필요가 없다. 그래도 환자들은 전신검사이니 다른 이상이라도 발견할 가능성이 있으므로 찍어달라고 한다. 특히 중증혜택 만료시점이 다가오면 다들 검사를 해달라고 요청한다. 처음에는 나도 원칙을 설명하고 굳이 필요한 검사가 아니라고 환자를 설득했지만 이제는 그냥 검사를 하시도록 처방해 드린다. 매번 설명해도 나만 지치고 결국은 환자가 원하는 대로 하게 되니까. 내가 안해준다고 하면 다른 병원에 가서라도 하는 걸 알기 때문에. 일종의 모랄 해저드이다.



    내가 판단하기에

    더 이상 항암치료의 의미가 없을 것 같은 말기에 달했는데도 

    환자와 가족은 제발 최선을 다해달라고 한다.


    여러 논문과 가이드라인에서는 전이성 유방암에서 어떤 약제를 세가지 이상 사용했는데도 항암치료의 반응이 없으면 더 이상 항암치료를 하지 말라고 권고하고 있다. 전이성 위암은 1가지 약제로 치료해보고 병이 더 나빠지면 2번째로 약을 바꾸어 항암치료를 하는 것에 대해 최근까지도 권장하지 않았다. 우리나라에서 임상연구를 하여 2번째로 항암요법을 시도하는 것이 안하는 것보다는 생존기간을 연장하는 것에 효과가 있다는 것을 발표한 바 있고 이후 위암은 점차 2번까지는 치료를 하는 것에 대해 세계적으로도 받아들여지는 분위기다. 


    그러므로 임상연구를 통해 과학적으로 치료의 효과를 입증해야 한다. 그러나 환자들은 임상연구에 참여하지도 않으려고 한다. 임상연구를 권유하면 아직도 내가 무슨 실험 대상이냐며 화를 내는 환자들이 있다.



     ASCO 가 제기하는 문제의식은 이해가 되는데

    우리 현실에서는 어떻게 적용하는게 좋을지 답을 잘 못찾겠다.

    날도 더운데 아침부터 괜히 이상한 논문을 읽은 것 같다. 


    응급실에 근무하는 나의 한 동료는 

    밤에 술이 떡이 되게 마시고 응급실에 나타나 갖은 행패를 부리고 소리지르고 의사에게 욕하고 다른 환자 진료까지 방해하는 진상 환자를 보며 분노를 감추지 못한다.

    그런 술주정뱅이들에게 멱살잡히고 얻어맞아도 아무런 법적 보호를 받지 못하는 현실에

    그는 반복적으로 우울해하고 분노하고 있다.

    그를 생각하면 

    이런 나의 고민이 참 부질없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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