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ason 1 - Doctor's life until Feb 2014/주치의일기

좋은 소식 전하기

슬기엄마 2013. 6. 24. 22:15


유방암 수술한지 3년만에 골반뼈로 재발했는데

방사선치료 하고 호르몬제만 바꿨다.

항암치료를 하지 않고 호르몬제만 복용한지 2년.


이번에 찍은 PET-CT에서는 

더이상 암세포의 활성도가 거의 보이지 않는군요.

높았던 종양수치도 1년째 정상이에요.

바꿔먹은 호르몬제가 효과가 좋은 것 같고 방사선 치료 효과도 잘 유지되는거 같아요. 





유방암 수술한지 7년만에 폐로 전이가 되었다. 

한 구역에 국한되어 있어 진단 겸 수술로 폐의 한 엽을 떼어 내었다.

폐전이는 예후가 안 좋은 타입이지만 환자는 6차례 항암치료를 한 후

지금은 5년째 호르몬제를 복용하며 유지중이다. 


호르몬제 계속 드시는 거 힘들지 않으세요?

5년이나 호르몬제를 드셨더니 골다공증도 심해지는 것 같고...


괜찮아요.

덕분에 병을 꾹꾹 눌러주고 있잖아요.

햇빛 많이 보고 칼슘제도 열심히 먹을게요. 더 먹을 수 있어요.

계속 병원 다니는거 부담스럽지 않아요. 





처음부터 전이성 유방암 폐전이였다.

지금도 폐에는 쪼그맣게 남아있는 폐 병변이 보인다.

중간에 방사선 치료도 하고 항암치료도 한번 바꿨다.

그렇게 5년이 지나가고 있다. 

지난 5년간 3개월에 한번씩 흉부 CT를 찍고 있는데 - 우리나라 보험에서는 3개월에 한번씩 사진을 찍지 않으면 삭감이 된다. 아무리 안정적이어도 3개월에 한번씩 CT를 찍어야 한다 -  

그 결과를 들으러 올 때마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모양이다.


이번에도 괜찮으세요. 

폐에 여전히 병은 남아있지만

5년째 비슷하게 유지되고 있네요.

오늘도 축하!


선생님, 종양 표지자는 어때요?


속 괜찮아요. 정상 범위안에 있어요. 새삼스레 왜요?


그냥요...


환자가 진료실을 나가고 보니

중간에 유방이 나빠지면서 방사선 치료를 하기로 결정했을 때 종양표지자 수치가 한번 오른 적이 있었다. 나는 잊고 있었는데 환자는 매번 그 사실이 떠오르나 보다. 





오늘 수술 전 항암치료를 시작하기로 한 날.

외래 전에 미리 항암치료 교육을 받고 오시라고 했다.

모든 검사를 마치고 오늘부터 항암치료를 막 시작하려고 하는데

환자가 두통도 있고 이마랑 눈 앞쪽이 뻑뻑하면서 뻐근하다고 한다. 한달 정도 된 증상이라고 한다.

갑자기 유방 크기가 커져서 하루라도 항암치료를 빨리 시작하려고 했는데 마음에 걸린다. 그녀는 HER2 강양성이었다. 만에만에만에 하나라도 뇌전이가 동반되어 있다면 어떻게 하지? 약이 바뀌게 된다. 오늘 급하게 뇌 MRI를 찍고 보냈다.

내일 아침 첫 환자로 다시 진료하기로 했다.

환자가 사진을 찍고 돌아갔고

나는 2-3시간 지나서 사진을 확인했다.

아무 문제 없다. 

괜히 찍은 걸까?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핑계삼아 잘 찍었다. 


오늘 사진 찍으신거 괜찮아요.


환자가 요청하지도 않았는데 전화를 했다.


환자 잠시 침묵


전화까지 직접 해주시고 감사해요.


안그래도 병 진단받고 마음 심란하고 유방도 빨리 커지는거 같아 많이 불안할 텐데

오늘 밤이라도 잠 편히 주무시라고 전화드렸어요. 

내일 아침 일찍 와서 항암치료 시작합시다.


선생님, 저 항암치료 잘 할 수 있을 거 같아요.


아직 학교도 안간 어린 두 아들 때문에 

항암치료 받는 것을 걱정하던 그녀가 이제 씩씩한 목소리로 대답한다. 

항암치료를 받는다고 하지 않고 자기가 잘 할 수 있을 거라고 말한다.

수동태에서 능동태로 바뀐 것 같다. 




이렇게 좋은 소식만 전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좋은 소식을 전할 때면

난 정말 어깨가 으쓱이다.

정말 내가 자랑스럽다.

내가 한 것이 아니어도

그런 소식을 전하는 것 자체가 큰 기쁨이다. 

그런 기쁨이야 말로 돈 주고도 살 수 없는 큰 행복이다. 


잠시의 행복으로 에너지를 충전하고

다시 현실을 견딜 준비를 한다.

슬픔이 희망에게 주는 메시지로도 삶은 충만할 수 있다고 믿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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