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ason 1 - Doctor's life until Feb 2014/죽음을 준비하는 환자들에게 보내는 편지

딩동 문자 메시지

슬기엄마 2013. 4. 21. 21:28


우리 유방암 환자들은 전이가 되어도 자기 생활을 잘 꾸려가시는 분들이 많다.

엄마로서, 아내로서 

집에서 당신이 해야 할 일이 많아서 

왠만하면 입원을 잘 안하려고 하시는 분들이 많다. 


같은 4기여도

난소암이나 자궁암 등 여성암 환자들은 상대적으로 컨디션이 나쁘다. 

그래서 입원이 잦다. 

문제가 잘 해결되지 않는다. 


나는 가능하면 자기 생활력을 높이고, 병원 생활보다는 집에서 생활하면서 지내는 것이 장기적으로 환자에게 낫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입원을 별로 권유하지 않는 편이다. 병원 생활을 오래 하는 것은 환자에게 별로 좋지 않다. 입원을 하더라도 급한 문제만 해결하고 퇴원하시도록 하는 편이다. 그렇기 때문에 내 환자가 입원을 한다는 것은 그만큼 컨디션이 안좋다는 것을 의미한다. 


딩동 문자메시지가 왔다.

퇴원한지 한달이 안된 환자가 응급실에 오면 

주치의에게 문자메시지가 온다.

EMR을 열어보지 않아도 환자 이름만 봐도 누군지 알 수 있다.

왜 응급실에 오셨는지도 대략 짐작이 된다.

입원하는 횟수가 잦아진다는 것은 그만큼 환자 상태가 악화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는 소방수가 되어 급한 불을 꺼야 한다.

급한 불을 끄는 노하우가 많이 쌓인 것 같지만 불씨를 완전히 잠재우지는 못한다.

그것이 한계다.

나의 한계이기도 하고 병의 한계이기도 하다.


오늘처럼 날씨좋은 봄날. 왜 응급실로 오셨을까?

얼마나 견디다가 응급실에 오셨을까?

이제 준비할 때가 된 걸까?

수액만 맞고도 한결 낫다는 환자의 말을 들으면 마음이 아프다.

인간의 정신력이 아무리 강하다 한들 

몸이 병들고 자꾸 아프면 

얼마나 쉽게 무너질 수 있는 존재인가.


못참고 EMR을 열어 본다. 

복강 내 암종증으로 장 운동이 원할치 않은 환자다.

못 드시고

배가 아파서 오셨나 보다.

통증 조절을 해드려야 겠구나.

남편도 언니도 암으로 떠나보낸 환자. 

그래서 그는 암환자의 마지막이 얼마나 힘든지를 잘 알고 있다.

힘들지 않게 해드려야겠다.

더 아프기 전에 호스피스도 같이 병행해야겠다.

몸과 마음이 다 평안하실 수 있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