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ason 1 - Doctor's life until Feb 2014/죽음을 준비하는 환자들에게 보내는 편지

병원에 오니 살거 같아요

슬기엄마 2013. 4. 21. 06:22


별로 흔하지 않은 암

Malignant Mixed Mullerian Tumor (MMMT), 다른 말로 Uterine carcinosarcoma 라고도 한다. 

여성생식기, 주로는 자궁에서 기원하는 암으로 

세포의 초기 미분화단계에서 암이 발생하여 carcinoma 와 sarcoma 의 두가지 성분을 다 가지고 있는 암이다.


진단명도 어렵고 병도 어려워서 환자에게 설명하기도 어렵다.

수술적 제거 이외에 항암치료나 방사선치료는 그 효과가 입증되어 있지도 않고 표준치료도 없다.

내가 만나는 환자들은 수술 후 재발한 환자들이니

매번 고민스럽다.

표준치료가 없으니

적절한 임상연구를 하는게 필요한데

환자 수가 너무 적으니 임상연구를 계획하기도 힘들다.

그래서 늘 애타는 마음으로 비교적 많이 쓰이는 약제를 조합하여 항암치료를 한다.

매번 살얼음판을 걷는 심정으로 치료를 한다.


한번 약이 듣지 않으면, 어떤 약으로도 좋아지지 않는다.

대개는 재발을 하면 아주 공격적인 성격을 보이고 순식간에 나빠지는 것이 대부분인데 

아주 일부 환자에서는 아주 천천히 자란다.

그런 환자에게는

환자가 납득하도록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치료하지 말고 경과를 관찰하자고 한다.


이런 환자들이야 말로 유전자 연구를 하는게 필요하다.

그러나 최근 유전자 연구에 대해 공부를 많이 하고 현실적 함의를 찾기 위해 고민을 많이 해봤지만

개인 연구자가 유전자 연구를 하기에는 돈이 무지무지무지하게 많이 들기 때문에 학문적 유용성을 차치하고, 현실적으로 시도해 보기 어렵다.



재발해서 수술을 다시 하고 항암치료까지 한 할머니. (할머니라고 하기엔 젊은 60대 중반)

저 멀리 경상도 시골에서 사신다.

항상 명랑하고 밝은 표정이시다.

유머감각으로 날 늘 웃기신다. 


항암치료의 부작용이 심해 응급으로 수혈도 많이 하시고 인근 큰 병원의 응급실 신세도 많이 지셨다. 패혈성 쇼크로 중환자실도 다녀오셨다. 나는 마음으로 환자에게 너무 미안했다. 그래도 환자는 매번 부작용을 이겨내고 진료를 보러 서울에 오셨다. 6번의 항암치료를 마쳤는데 복강 내 림프절이 조금씩 커진다. 더 커지기를 기다렸다가 방사선치료를 하였다. 방사선 종양학과 선생님도 고개를 갸우뚱 하시며 효과가 있을까요? 하셨지만 우리는 어쩔 수 없이 또 치료를 하였다. 림프절이 자라면서 복강 내 통증이 생겼기 때문이다.


아직도 여전히 복강 내에 병이 여기저기 있다. 조금씩 자란다. 

다행히 최근까지 증상이 없었다. 

그동안 치료의 후유증으로 신장수치가 2-3을 왔다갔다 한다. 나는 마음 속으로 더 이상 치료적 목적으로 항암치료를 하지 않겠다고 결심하였다 신장 수치가 나빠지면 약이 아니라 독이 되기 쉽다. 그리고 마땅히 쓸만한 약도 없다. 


한달 혹은 두달에 한번 외래 진료를 보셨다. 다행히 본인이 느끼는 불편한 증상은 없으셨다. 진통제를 드시지 않고도 그럭 저럭 지내셨다. 소소한 문제들이 있었지만 잘 넘어가고 있었다. 


그렇게 지내던 환자가 다시 입원하였다.


배가 살살 아프기를 한달째. 약을 먹어도 좋아지지 않고, 자꾸 설사도 하고, 쿡쿡 찌르고 하루도 편하지 않았다고 했다. 나는 마음이 무거웠지만 아프다는 환자를 그냥 보낼 수가 없었다. 신장 수치가 좋지 않은데 진통제 처방을 하고 집으로 보낼 수가 없었다. 집에 가셔서 무슨 일이 있을지 모른다. 약제 반응과 안정성을 좀 보고 집에 보내는 것이 나을 것 같다고 생각하여 입원하시도록 했다.


입원하여 찍은 CT는 조영제를 쓰지 않아서 그런지 정확히 병변을 판단하기 어렵지만 전체적으로는 조금 더 나빠진 것 같다. 그런 CT를 보고나서 회진을 돌려면 마음이 다시 또 무거워진다. 


선생님, 난 병원에만 오면 좋아지는 거 같아요. 입원하길 잘했어요.


투박한 경상도 사투리.


아픈게 덜하신가봐요? 


네, 배가 개운해요.


입원해서 몰핀 한방에 좋아지셨다.


먹는 약으로 조절해 볼께요. 다행이네요.


선생님이 잘 해주시니까 금방 낫는거 같아요. 고마워요. 저 나을 수 있는거죠?


어젯밤 입원해서 전공의가 진통제 준게 전부인데... 난 한게 없는데...


그동안 병에 대해 몇번 설명해 드렸지만, 본인의 마음으로는 받아들이기 어려우신가보다. 언제 완치되냐고 자꾸 물으신다. 듣고 싶은 것만 들으신다. 그래도 밉지 않다. 그냥 마음이 안타깝다. 


잘 나으실 수 있도록 노력해볼께요. 


얼마나 먼 미래를 설명할 수 있을 것인가.

미래란 얼마나 불확실한가. 우리 모두에게. 

그냥 오늘 몸과 마음이 편하면 다행인 것을.

그가 희망을 가지고 오늘 하루를 잘 살 수 있으면 다행인 것을.


삶이란

생명력을 가지고 살 수 있는 순간까지 

의미로 충만할 수 있다.


증상 조절.

암환자에게 그것만큼 중요한 것이 없다. 

병원에 와서 증상이 좋아질 수 있게 도와드릴 수 있어서 다행이다.

아직은 그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때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