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ason 1 - Doctor's life until Feb 2014/전이성유방암

치과 선생님과의 집담회

슬기엄마 2013. 1. 9. 22:01

 

오늘 오후에 우리병원 치과선생님이신 박원서 선생님과 조촐한 집담회를 가졌다.

 

유방암 환자들 중에 뼈전이가 있을 때

pamidronate 나 zolendronic acid 와 같은 약제를 쓰면

골절이나 고칼슘혈증, 전이된 뼈가 나빠져서 방사선치료나 수술을 하게 될 확률 등을 낮출 수 있다는게 이미 교과서적인 원칙이다.

그래서 전이성 유방암이 진단되면

제일 처음으로 확인해야 하는 것이 뼈전이가 있냐 없냐를 보고

뼈전이가 있을 경우에는 항암치료를 시작함과 동시에 위의 약제를 병용투여하는 것이 치료 원칙의 1번이라고 각종 가이드라인에서 설명하고 있다.

그리고 전이성 유방암 환자는 질병 경과 중에 궁극적으로 뼈로 전이될 가능성이 약 70% 정도 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어 이상의 약제를 쓰게 될 확률이 높다.

 

특히 최근 이런 약제들은

뼈가 약해짐으로 인해 생기는 골절이나 수술, 방사선치료의 가능성을 낮추는 것 뿐만 아니라,

약 자체에 종양세포를 억제하는 항암 기전이 있어 조명을 받고 있으니

반드시 챙겨야 하는 약이라고 인식되고 있다.

 

그러나

모든 약이 그렇듯

이 약에도 부작용이 있다.

장기적으로 이 약들을 사용할 경우

잇몸뼈의 기능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발치를 하게 되면 상처가 아물지 않는 Osteonecrosis of Jaw 라는 치명적인 병이 바로 그것이다.

그래서 난 이 약을 처방할 때마다 치과적 치료가능성이 있을 때는 반드시 나에게 미리 얘기하고 약제를 중단한 후에 치과 진료를 보는게 필요하다고 설명한다.

대개의 사람들이 그렇듯이

우리는 치과를 무서워하고

이가 아프기 전까지는 치과를 안간다.

전이성 유방암은 다른 암에 비해 전이된 후에도 생존기간이 길고 오래 치료를 받게 되기 때문에

치과적 치료를 받아야 할 경우가 종종 발생하는데

이때 이런 약을 썼던 경력이 있는 사람들은 치과 치료를 시작하는데 주의를 요한다.

 

그래서 난 6개월 전 박원서 선생님과 두세차례 미팅을 갖고 이 문제를 좀 더 적극적으로 분석해보기로 했다.

수많은 임상연구에서는 Osteonecrosis of jaw의 발생율이 0.2% 정도 된다고 보고하고 있지만

임상연구의 추적관찰 기간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실재 이 발생율이 낮게 보고되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기 때문이다.

지난 하반기부터 환자들에게 열심히 설명하고 우리 병원 치과 진료를 권유하였다.

오늘은

그동안 박원서 선생님께 협진의뢰하여 치과 치료를 받은 20명의 환자들에 대해 간략하게 나마 분석을 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치과 의사들에게 종양내과의 언어가 어색하고 전이성 유방암이라는 병이 이해가 잘 안되는 것처럼

나도 치과적 용어가 어색하고 잘 이해가 안되었다.

치과 선생님은 치아 엑스레이를 설명해 주시고 해당 환자에서 어떤 치과적 문제가 있는지, 장차 어떤 문제가 생길 수 있는지, 치과 치료가 필수적인지 아니면 경과관찰 해도 되는지를 설명해 주셨다. 또 치과적으로 완전한 치료는 못 되더라도 당장 음식을 먹는데 지장이 없고 항암치료도 계속 할 수 있는 보존적 술기를 개발해서 그동안 치료했던 환자들의 성과를 설명해 주셨다.

 

치과 선생님들은 그 환자 각각의 내과적 상태, 앞으로의 예후를 잘 모르시기 때문에

중간 중간에 내가 이 환자의 유방암 치료 과정을 설명드리면서 토론하였다.

뇌전이가 동반되었지만 잘 살고 계시는 분, 겉으로는 멀쩡해보이지만 병이 깊은 분, 전이성 유방암이지만 이미 5년 넘게 잘 살고 계시는 분, 그런 경과를 말씀드리니 깜짝 놀라신다.

 

오늘 치과 선생님들과 회의를 하면서 느낀 것은

내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더 치과와의 유기적인 협력관계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pamidronate 나 zolendronate의 투약을 시작하기 전에 반드시 치과 검진을 받는 것이 왜 필요한지, 향후 어떤 중요성이 있는지를 의학적인 측면에서 충분히 이해하게 되었다.

다른 전이암 같으면 생존기간이 길지 않기 때문에 이런 약들의 장기적인 부작용을 고려할 필요가 없다. 치아 문제가 아니라 암 때문에 전신상태가 나빠지기 때문에 환자의 수명과 삶의 질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낮다. 그러나 유방암은 다르다.

 

그래서 이 분야의 연구도 별로 활발하지 않고 종양내과나 치과 모두에서 관심 영역도 아니다.

그러나 박원서 선생님과 나는 의기투합을 하였다.

 

 

우리는 앞으로 한달간 이들 환자를 위한 진료 프로세스를 만들기로 했다.

그리고 유방암으로 치료받는 환자들의 여러 형편을 고려해서

특별히 fast track 으로 진료시간을 단축하고 방문횟수를 줄이면서도 효과적인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진료과정을 만들어 보기로 했다. 2월 중순까지 모든 프로세스를 완성하여 3월부터는 제대로 진료기능이 돌아갈 수 있도록 준비하기로 했다.

 

impact factor 점수가 높은 저널에 논문을 내기 위함도 아니요

수익 창출을 위한 경영 전략도 아니다.

 

암환자를 위한 quality care,

최적의 진료 환경을 구축하고 환자 삶의 질을 유지하면서 항암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노력의 일환일 뿐이다.

 

치과 전문적인 이슈가 아니더라도 자신이 진료하는 암환자에게 관심을 갖는 박원서 선생님같은 분이 아니었다면 그와 의기투합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어떤 노력의 결과물이 나 개인의 신상에 이로울 것이냐 아니냐가 아니라

이런 고민을 함께 하면서

환자를 위해 보다 나은 프로세스를 만들기 위해 머리를 맞대고 고민할 수 있는 사람과 함께 한 시간이 행복한 하루였다.

기쁜 마음으로 바쁘게 일하고 잘 준비할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