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ason 1 - Doctor's life until Feb 2014/조기유방암

또 한번의 BRAVO!

슬기엄마 2012. 10. 8. 22:29

 

 

오늘 저녁, 서울대 외과 노동영 선생님과 삼성서울병원 암교육센터의 조주희 선생님, 그리고 한국 유방암 생존자를 위한 교육프로그램 개발을 지원하는 골드만 삭스 사회공헌팀원들과 함께 하는 시간을 가졌다.

 

실재 자신이 유방암 생존자이기도 한 에린은

내가 종양내과 의사이고 유방암 환자를 주로 진료한다는 말을 듣자 마자

봇물 터지듯 질문을 던진다.

그녀의 질문은 내가 외래에서 환자들에게 받곤 하는 질문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그녀는 자신의 문제를 좀더 큰 사회적 틀 안에서 구조화하고 싶어하였고, 생존자들이 느끼는 문제들을 개별적인 노하우로 풀어가는 것이 아니라 보다 표준적인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어 해결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하였다.

 

환자들은 그 환자들의 수만큼 다양한 질병경험을 하고 그들만의 스토리가 있는 것이라고.

그래서 어려움도 각자 나름으로 해결하고 있는데

과연 그것들을 통합적인 시스템으로 지원할 수는 없겠냐고 묻는다.

 

그것이 이번에 우리가 해보려고 하는 프로젝트이다.

 

어쩌면 그러한 그녀의 생각은 많은 사람들로부터 동의를 얻을 수 있는 생각일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골드만 삭스 사회공헌팀에서도 우리 나라 유방암 생존자를 위한 교육프로그램 개발프로젝트를 지원하는 것을 결정하고 나아가 아시아 국가들의 여러 유방암 환자들에게도 적용이 가능한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것으로 확장하게 되기를 바란다고 부탁한다.

 

그렇게 시작한 유방암 생존자를 위한 교육 및 지지 프로그램, 지금 준비 중이다.

우리 팀의 이름은 BRAVO 이다.

BRAVO는 내 블로그 이름과도 비슷해서 아주 맘에 든다.

유방암으로 치료받고, 힘든 시간을 다 보낸 후 6개월 추적관찰만이 남은 생존자들을 외래에서 보낼 때,

이제 잘 지내세요. 우린 안녕이네요.

그렇게 환자를 보냈다.

 

그들을 보내는 마지막 외래, 그들에게 survival bag 을 선물로 드리고 싶다.

그 survival bag 에는

환자가 살면서 힘들 때마다

자기만의 보물상자를 열어보듯

도움이 되는 삶의 지혜와 팁들을 가득 담은 종합선물같은 선물을 드리고 싶다.

 

환자마다 자기 삶의 맥락에서 암을 경험하는 의미는 다르다.

암을 훌훌 털어버리고 새롭게 예전보다 더 건강하고 씩씩하게 살아갈 수 있는 맞춤형 교육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이 이 프로젝트의 목표이다. 

 

BRAVO!

 

유방암 환자의 삶의 질

생존자를 위한 지지, 교육 프로그램 등은

아직까지 한국 의료 현실에서 사치가 아닐까 그런 생각을 하기도 한다.

지금의 이 작은 시작은

많은 것들을 바꾸고 의료제도를 변화시키기에 미약할지도 모른다. 우리에게 시기상조일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누군가는 시작해야 할 일이다.

이제 그 첫 발걸음을 내 딛었다고 생각하고 싶다.

 

 

'Season 1 - Doctor's life until Feb 2014 > 조기유방암' 카테고리의 다른 글

머리도 훈련하면 좋아질까요?  (2) 2012.10.16
손톱 관리  (2) 2012.10.10
경희야 축하한다  (5) 2012.10.05
차라리 무관심으로  (0) 2012.09.26
불안과 우울함, 우리의 그림자  (0) 2012.09.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