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ason 1 - Doctor's life until Feb 2014/조기유방암

불안과 우울함, 우리의 그림자

슬기엄마 2012. 9. 24. 23:11

 

행복한 미래가 보장되어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그래서 우리 마음 속 한구석에 늘 불안이 도사리고 있습니다.

애써 구석에 구석에 밀쳐두고 숨겨두었는데, 때만 되면 슬그머니 기어나옵니다. 그리고 활개를 치죠.

그렇게 불안이 한번 지나가고 나면 뒤따라 우울함도 나를 흔들어 놓고 갑니다.

 

병이 있는 환자만 그런 걸까요?

암환자만 그런 걸까요?

아닙니다.

저도 그래요.

그렇게 마음이 와동을 치면

뭐가 되었든 내 마음을 잡아줄 것을 찾아 헤맵니다. 찾지 못해 술도 마시고 방황도 합니다.

 

 

 

이제 치료를 마쳤으니

잘 지내세요

 

수술한 환자의 항암치료를 마치고 나면

나는 속이 후련한데 - 아이고, 이제 이 환자 치료 끝났네 -

정작 환자는 불안합니다 - 과연 난 완치된 걸까? 재발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있는걸까? -

6개월에 한번 하는 재발검사만으로 충분한 걸까?

 

유방암 치료 후

재발을 발견하기 위한 객관적인 검사의 시기와 범위에 대한 논의는 일단 밀어둡시다.

그건 역학자와 의사들의 치열한 논쟁과 연구가 뒤따라야 하는 문제인 것 같습니다. 내 마음이 불안하다고, 혹은 걱정이 된다고 추가로 검사를 더 하고 말고의 문제는 아닌 것 같습니다.

 

지금 우리가 고민해야 하는 것은

미래가 확실하지 않은 치료의 여정에서 

내 주위를 어슬렁 거리고 있는 불안과 우울함.

그런 감정적 스트레스를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에 관한 것들이 우선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마음이 우울할 때

정신과의 도움을 받는 것이 필요할 때도 있지만

모든 근심을 정신과의 도움으로 해결할 수는 없습니다.

 

저는 최근 '치유'라는 책을 읽었는데요 

그런 환자들의 마음 근육을 강화시키는데 어떤 전략이 필요할지 고민하는 시간이었습니다.

그리고 굳이 환자가 아니라 나에게도 꼭 필요한 고민입니다.

 

저자는

제가 얼마전에 소개한 '안녕은 영원한 헤어짐은 아니다' 와 '항암'이라는 책을 쓴 정신과 의사 다비드 세르방 수레베르 입니다. 그가 뇌종양으로 두번의 수술을 받고 십수년간 병 진행없이 잘 지내며 의사생활을 하던 시절에 쓴 두권의 책이 '항암'과 '치유'라는 책이고, 그가 재발한 암으로 죽기 직전 쓴 책이 '안녕은 영원한 헤어짐은 아니다' 라는 책이었습니다. 두 권을 읽고 나니 먼저 읽었던 세번째 책에서 그가 한 말들의 의미가 진심으로 이해되었습니다.

 

치유의 부제는 '우울증 물안 스트레스 화'로 붙어있습니다.

 

그는 그 자신도 그렇고 자신이 진료한 환자들도 그렇고

이러한 감정적 교란과 어려움들을 단지 약의 도움을 받지 않고 혹은 약의 도움을 받더라도 자신의 마음을 강화시킬 수 있는 추가적인 훈련으로 훌륭하게 극복한 수많은 사례들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그가 제시한 자기마음 강화훈련의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제가 잘 모르는 부분도 있었고

일상에서 쉽게 시도해볼 수 있는 부분도 있었습니다.

중요한 것은 그의 철학을 이해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책의 시작은

우리의 뇌가 감성을 인지하는 감성뇌, 이성적인 사고를 하는 이성뇌로 구분되어 작동하는데

감정과 이성을 통제할 수 있는 능력이 우리 내부에 내재되어 있음을 알려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훈련을 통해서 조절될 수도 있다는 것을 제안하고 있습니다.

 

저도 상당히 감정조절을 못하는 사람에 속하는데

왜 그런 기제가 작동하는지 스스로 돌이켜 볼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는

 

정상 심박수를 일정하게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

스스로 하는 안구운동 - 이게 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 으로 정서를 안정시키는 것

빛의 에너지를 이용해 따듯한 햇살을 받기 위해 노력하는 것

침술을 이용하는 것 - 이건 보다 특별한 훈련이 필요하고 아무나 할 수 없는 술기가 되겠죠 -

오메가 3를 섭취하여 신경세포에 영양분을 공급하는 것

우울증 약 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일상과 내면의 문제를 자기 몸에 맞는 운동을 함으로써 해결 할 수 있다는 사례

효과적인 의사소통과 주변 사람들과 조화로운 관계를 맺는 것이 가져다 주는 안정감

 

이런 것들을 실천하도록 제안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실천의 이론적 맥락을 정신과학적으로 잘 설명해주고 있습니다.

 

제가 평소 환자분들께 권유했던 것과도 일맥상통하는 부분도 많았습니다.

(제가 돌팔이는 아닌것 같습니다 ^^)

따사로운 햇살을 쬐며 운동하는 것은

비타민 D를 생성하고, 생체리듬을 조절해주며

햇빛을 받을 때 나오는 멜라토닌이 우울감을 억제해 줍니다.

정상 심박동을 유지하기 위한 바이오 피드백이나 명상 등 다양한 시도가

쉽게 흥분하거나 분노하는 것, 감성과 이성을 잃어버림으로 인해 소모되는 에너지를 재충전시켜줄 수 있는지 그는 자신의 진료경험을 통해 증명하고 있습니다. 논문도 많이 소개해주고 있습니다만 읽지는 않았습니다.

 

 

저는 시간이 날 때마다 녹색 푸른 잎이 가득한 산에 가서 가볍게 하이킹을 하는데

땀 흘리며 숨을 몰아쉬며 조금 힘들게 걷는 시간을 갖는 것이

나에게 얼마나 필요한 시간이었는지도 알게 되었습니다.

산에 다녀오는 시간 동안

제가 해야 할 일을 못하기 때문에 할일이 쌓이는 것 같지만

궁극적으로는 제 정신건강을 유지시켜 주고 제가 지치지 않게 하루하루를 살아가도록 도와주는 원동력이 된다는 것을 그가 과학적으로 설명해주니 왠지 뿌듯합니다. 제가 산을 그리워 하는데는 이유가 있었습니다.

 

솔직히

아직은

내가 어떤 노력을 해서

우리 환자를 위해

마음 속에 숨어서 내 영혼을 잠식하는 불안함과 우울함을 내몰아버릴 수 있을지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할 수는 없는 수준입니다.

 

자신만의 방식으로

어렵지 않은 일상의 실천방법을 찾으신 분들이 정보를 공유해 주신다면

좋은 대안을 내 놓을 수 있을거라고 믿고 싶습니다.

누구에게나 기도가 도움이 되고

누구에게나 명상이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자신만의 방법이 있습니다.

 

의사가 도움을 줄 수도 있지만

내 몸과 마음과 영혼의 주인은 나입니다.

나만의 방법을 찾아봅시다.

 

그리고

자신이 강화되는 것을 느끼고 에너지를 느낄 때

좀 나누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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