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ason 1 - Doctor's life until Feb 2014/전이성유방암

병 들어도 마음만은 떠나지 마요

슬기엄마 2012. 7. 17. 19:28

 

끝까지 병원을 같이 다니는 부부들이 있다.

첫 수술 할 때도

재발했을 때도

컨디션이 나빠 입원할 때도

임종을 맞이할 때도

그렇게 끝까지 같이 하시는 분들을 보면서 사랑이란 이런거구나 깨닫는다.

손잡고 싶고 뽀뽀하고 싶고 그런 마음이 아니라

아플 때 안아주고 꺼져가는 등불을 지펴주는 지지자가 되어주고 힘없으면 밥도 떠 먹여주는 그런 사랑...

그런 보호자들은 환자 스스로보다 병에 대해 상태의 변화에 대해 더 잘 안다.

의사와도 적극적으로 소통한다. 나에게 미안해 하면서도 많은 상담을 원한다.

내가 그 마음의 십분의 일도 제대로 알수 없을지 모른다. 

그래서 겸허히 그들의 상담신청을 받는다.

그 마음은 누구도 꺾을 수 없는 것이다.

 

그렇지 않은 커플도 꽤 많다.

암에 걸린 배우자를 원망하며 이혼을 요구한다.

부부로서 성관계를 유지하지 못하는 것에 대해 비난하기도 한다.

바람을 피우기도 한다.

병원비를 내 주지도 않는다.

그렇게 환자를 사회적으로 고립시킨다.

환자는 몸의 병 보다 더 큰 마음의 병으로 고통받는다.

그들에게는 치유의 의지가 없다. 치료하는 의사도 치료를 받는 환자도 힘들다. 치료 성적이 좋을 수 있겠는가.

 

병은

객관적인 병 그 자체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취약했던 사회적 관계, 가족관계를 드러낸다.

병이 계기가 되어 내 주위의 위기가 폭발하기도 하고 위기가 수습되기도 한다.

인생이 망가지기도 하고 새로운 인생관이 자리잡기도 한다.

누구나 좋을 수는 없겠지.

누구나 잘 풀릴 수는 없겠지.

환자는 어쩌면 병 자체보다는 그 너머에 존재할 자신의 존재 의미, 관계 등에 의해 힘들어하고 있을지 모르겠다.

그것이 암이라는 병이 갖는 파괴력이다.

 

병든 몸은 의사가 치료해야 겠지만

병든 마음은 어떻게 치유되어야 하는 걸까?

 

항암제를 쓰고 병이 많이 좋아졌는데도

하나도 기뻐하지 않고

총총총 진료실을 떠나는 그녀를 보며 든 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