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ason 1 - Doctor's life until Feb 2014/전이성유방암

엄마의 진료

슬기엄마 2012. 7. 16. 21:23

 

전이성 유방암

전이된 곳이 한 두곳이 아니었다.

첨에 진단받을 당시 그녀의 상태는 많이 않좋았다.

너무 않좋아서 첫 항암치료를 하던 날, 나는 남편에게는 위협적인 경고를 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항암치료하고 상태가 더 않좋아질 수도 있습니다. 간세포가 깨지면서 위험한 상황이 올 수도 있어요. 각오하고 치료를 시작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환자와 남편, 그리고 나는 떨리는 마음으로 항암치료를 시작했다.

그리고 그 이후로 1년반이 넘었다.

 

그녀는 직장의 배려로 근무조건이 조금 편한 곳으로 옮겨서 직장을 쉬지 않고 일을 계속 할 수 있었다.

두 아이의 엄마로 직장맘이 학교, 유치원을 오가며 아이들 뒷바라지를 하고 있다.

점점 컨디션이 좋아지니

직장에서의 업무도 늘어나서

지난주에는 1주일 내내 야근을 했다고 한다.

그녀는 매일 수첩을 꾸준하게 써 온다.

그녀의 수업에 이제 아픈 얘기는 없다.

사춘기를 맞이한 첫째 아이와 말이 잘 통하지 않아 힘든 얘기, 직장일로 속상한 얘기, 시댁, 친정일로 부산한 얘기 그런 것들로 가득하다. 이제 암에 관한 이야기는 없다. 완전히 생활인이 되었다.

 

그녀는 진료실에 들어오자 마자 대뜸 사춘기 첫째 아이를 걱정하면서

나에게 중학생 딸이 있으니 조언을 부탁한다고 간청한다.

아이와 대화가 잘 안된다고, 자기가 무슨 말을 하면 문을 쾅 닫고 들어가버린다고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다며, 어떻게 하면 좋겠냐고 걱정 가득이다.

그녀는 지난주에 종양평가를 하는 CT와 bone scan을 하고 왔는데 그 결과는 물어보지도 않는다.

 

그렇게 자신의 병을 잊고

일상에서 열심히, 치열하게 살아가는 그녀가 너무 고맙다.

 

정말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