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ason 1 - Doctor's life until Feb 2014/조기유방암

언제 아이를 낳을 수 있나요?

슬기엄마 2012. 3. 3. 18:58


암이라는 큰 병을 진단받으면
그 병을 진단받았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고 가능한 빨리 치료를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아무 정신이 없다.
아직 결혼을 안한 아가씨이거나 결혼을 했지만 아직 아이가 없는 젊은 환자는
치료 이후 예상되는 출산에 대해서까지 미리 예상하고 미래를 준비하면서 암 치료를 시작할만한 강심장은 없다. 일단 의사가 시키는대로 수술을 받고 항암치료를 받는다.

치료가 시작되고 나니 조금씩 정신이 든다.
치료가 한창 진행중인데 그녀가 묻는다.

선생님, 그런데 저 언제 임신해도 되요?
아이를 낳을 수 있는건가요?

이제 이런 걸 물어볼 정신이 돌아왔나 보다.


외국에서 나온 가이드라인에 의하면
원칙적으로
유방암을 진단받은 가임기 젊은 여성의 경우
이후 임신 가능성에 대해 의료진과 상의하고
치료 후 불임가능성을 고려해서
난자 혹은 수정란을 냉동보관한 후 항암치료를 시작하라고 되어 있다.

성숙한 난자, 혹은 아직 미성숙한 난자를 채취하려면
난소상태를 경과관찰하여 배란주기를 맞추어 난자 채취에 적절한 날짜를 잡고
전신마취를 하고 수술적으로 난자를 채취해야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유방암 수술 하기 전에 이를 위해 전신마취를 하고 난자를 미리 보관하는 환자는 거의 없다.
아니면 유방암 수술을 할 때 전신마취를 하니까 그날 당일 산부인과에서 동시 수술에 들어가 난자를 채취하는 방법이 있을 수 있다. 그럴려면 난소 배란일을 맞춰 수술날짜를 잡아야 한다. 현실적으로 병원 수술스케줄이나 기타 여러 정황적 요인을 고려했을 때 그렇게까지 미리 준비하면서 수술을 하기는 쉽지 않다. 그렇게 난자를 채취하는 과정은 환자 몸의 입장에서 보면 상당히 공격적인 시술에 해당한다.

여하간 이렇게 채취한 난자를 냉동 보관할 수도 있고
배우자가 있는 경우라면 정자를 난자에 주입하여 수정란을 만들어 냉동보관하는 수도 있다.
그렇게 보관을 해 놓고 나중에 완치되었다고 생각될 때 회수하여 사용할 수 있다.
그런데 오늘 연수강좌를 듣고 보니 회수율은 우리나라나 외국에서나 공히 회수율이 높지 않다고 한다.

항암치료를 시작하기 2주전부터 (혹은 항암치료를 시작할 때 동시에) 
난소를 보호하기 위한 목적으로 졸라덱스 주사를 맞을 수 있다.
수술로 난자를 채취하는 것에 비해서 훨씬 공격적이지 않다. 다만 졸라덱스 주사를 항암제와 같이 맞았을 때 난소를 보호하는 효과가 정말 얼마나 되는지 아직 충분한 연구가 되지 않아서 근거는 불충분한것 같다. 보험이 되지 않아 한달에 70만원 정도되는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항암치료가 끝날 때까지 같이 맞는다.
또한 유방암의 경우 항암제와 졸라덱스를 같이 맞는 것은 이론적으로 난소를 보호하는데 도움이 될 가능성이 있는 정도인 반면에 유방암을 치료하고 재발 가능성의 입장에서 보면 별로 좋지 않다. 한마디로 아직 모르는 것이 많은 영역이다.

점점 젊은 환자가 많아지는데
임신과 관련해서 확실한 지침을 주기가 아직 어려운 실정이다.

항암치료 그리고 항호르몬치료 기간 동안에는 임신을 해서는 안된다.
임신 중 안정성의 측면에서보면 항암제보다 오히려 항호르몬제가 입증이 안되어 있다. 
기형아 출산의 위험도 있고 임신 자체가 에스트로젠 농도를 높여서 유방암의 입장에서는 재발의 위험이 높다. 그런 항호르몬제를 5년동안 먹고 나면 한 여성의 인생에서 가임기간이 지나가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재발없이 치료를 잘 마쳤는데 이제 임신을 할 수 없는 상태가 되어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암을 진단받고
이제 치료를 막 시작한 젊은 환자에게
이렇게 속상한 이야기를 하기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