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ason 1 - Doctor's life until Feb 2014/조기유방암

복습하는 환자 - 모범환자 6호

슬기엄마 2011. 11. 16. 18:47

환자에게 설명을 할 때
진료실 메모지에 그림을 그린다.

동그랗게 유방암 세포를 그리고 핵과 세포 표면에 ER PR HER2를 그려서
+, - 그런 기호에 따라 유방암 성질이 다르다는 둥
3주 간격으로 백혈구 수치가 떨어졌다가 회복되기를 반복한다는 그래프를 그리기도 하고
전이된 곳이 어딘지 그림으로 그릴 때가 있다.

별로 정돈되지 않은 글씨체로
찍찍 갈겨쓰고 그림도 사실 대충 그리는 셈이다.
설명을 마치고 나면
그 설명 용지를 달라고 하여 가지고 가는 환자들이 있다.
그럴 때면 늘,
아~~~글씨좀 잘 쓸걸... 하면서도 
설명에 몰입하기 때문에 그림이나 글씨는 엉망이다.

지난주에 항암치료를 시작한 환자가 외래에 왔길래 수첩검사를 하였다.
아침 저녁 체온도 재고 계시고
새로 발생한 증상도 적어 두었고
(평소 활을 쏘는 그녀는 활쏘는 연습을 계속 하고 있다는 것도 기록하고)
궁금한 사항을 네모칸을 쳐서 따로 기록해 왔다.

그리고 반대쪽 여백을 보니
내가 한 설명, 내가 그린 그림을 본인이 다시 그리고 정리해서 기록해 둔 것이 아닌가!

이 수첩에 메모하신 거 제가 사진으로 찍어도 되요?
왜요?
완전 모범생이잖아요! 제가 설명한거 다 복습하신 거네요. 완전 모범환자 신데요!

환자도 우쭐한다.
내가 그린 그래프를 똑 같이 그리고
그래프 안에 내가 한 설명을 자잘한 글씨로 적어두셨다. 항암제 맞고 첫째주, 둘째주, 셋째주 주의할 사항을 말이다.

어디서나 모범생은 티가 난다.
환자는 학원 선생님이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