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ason 1 - Doctor's life until Feb 2014/조기유방암

모범환자 3호 - 대관령 한우

슬기엄마 2011. 8. 6. 10:35

68세 할머니.
10년전에 왼쪽 유방암으로 수술하고 항암치료 하셨다.
유방암 1기.
그때 항암치료는 CMF (cyclophosphamide+methotrexate+fluoruracil) 6번. 당시 표준치료였다.
유방암 수술 후 항암치료제로 adriamycin 의 역할이 대두되던 찰나였으니 CMF를 하는 것이 대세였던 시절.

그리고 10년이 지나서 오른쪽 유방암으로 수술하고 항암치료를 시작하게 되셨다.
또 유방암 1기.
이번에는 AC (adriamycin + cyclophosphamide) 4번 하기로 했다. 그 사이 많은 연구를 통해 adriamycin이 조금 더 우월하지 않는가 하는 결론이 나면서 나이가 젊고 컨디션이 괜찮으면 CMF 보다는 AC를 하는 것이 더 낫다는 합의가 도출되었다.

할머니는 그 사이 10년이라는 나이를 더 먹게 되었는데
컨디션이 비교적 좋으시다.
당뇨나 고혈압 등의 동반질환도 없으시다.
항암치료를 하는게 좋겠다는 나의 말에, '선생님이 하라면 해야죠 뭐'라며 별 말 없으시다.
68세 할머니에게 adriamycin 쓰는 것이 마음에 조금은 걸렸다. 잘 견디실까 싶어서. 괜히 욕심낸게 아닐까. 너무 힘들어하시면 어쩌지?
그런데 아무 문제 없이 벌써 3번까지 맞으셨다. 이제 한번만 더 맞으면 치료 끝이다. 전절제술을 하셨기 때문에 방사선치료 안해도 되고 삼중음성이라 호르몬제 안 드셔도 된다. 그야말로 이걸로 끝!이길 바란다.

할머니께 여줘본다.

"어쩜 이렇게 잘 견디세요? 별로 안 힘들어하시는거 같아요."

"아니야, 진짜 힘들어."

"아니에요. 제가 보기에 이정도면 정말 잘 견디고 이겨내시는 거에요. 백혈구 수치도 젊은 사람보다 높아요. 비법이 뭐죠?"

한껏 추어드리니 할머니 말문이 터진다.

"대관령 한우야. 대관령에서 직접 한우를 갖다가 매일 한끼씩 먹고 있어."

"그거 비싼 고기 아니에요?"

"그럼 비싸지. 아주 비싸. 그래도 어떻게해. 일단 내가 살고 봐야지. 근데 난 후라이팬에 구워먹는데, 숯불에 구워먹으면 안될까?"

숯불에 구워먹으면 더 고소하고 맛있을 거 같은데 굽다가 타면 몸에 안좋을거 같아서 눌러붙지 않는 후라이팬에 살짝 구워서 드신다고 한다. 돼지고기도 가끔 먹고 싶은데 기름기 많으면 안좋을거 같아서 삼가하고 있다고 하신다. 별거별거 다 공부하고 신경쓰신다.
처음 치료할 때보다 약간 야위셨지만, 표정은 더 강단지신것 같다.
나, 치료를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는 것이 느껴지는 당당한 표정이다.

항암치료 중에는 동물성 단백질을 섭취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어떤 단백질이 우월한가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체력이 떨어지지 않으려면 식물성 단백질보다는 동물성 단백질이 더 우수하다.
항암치료가 끝나면 고기 드시라는 말 별로 안한다. 그때는 정말 슬림한 건강식, 야채, 과일 위주의 식단을 권하겠지만, 항암제가 들어가는 동안에는 동물성 단백질을 드시면 좋겠다.
대관령 한우 말고도 돼지고기-물론 요즘은 돼지고기도 비싸다- 오리고기 닭고기 다 괜찮다. 동물성 단백질이면 된다.
사골국물을 먹을 경우 원래 고기량의 5% 정도만이 단백질로 섭취되기 때문에, 별로 추천하지 않는다. 괜히 사골국물 한그릇 배부르게 먹고 만족해 버리면, 실재 섭취해야할 단백질은 얼마 못 먹고 배만 부른 셈이다. 정 고기가 싫으면 계란이나 우유 등 다른 대체식품을 통해서라도 섭취하시는게 좋겠다.

어르신들,
자기 항암치료 안하고 싶다고
살면 얼마나 산다고 항암치료 해야 하냐고 하시면서도
일단 치료가 시작되면 젊은 사람보다 훨씬 더 열심인 분 많다.
그게 인간의 마음인걸 어떻게 하겠나...
잘 살고 싶은 거.
노인들이 훨씬 더 열심이시다. 눈물나게 열심히 노력한다.

할머니께 모범환자 3호 딱지를 붙여드렸다.





'Season 1 - Doctor's life until Feb 2014 > 조기유방암' 카테고리의 다른 글

우리는 small mind!  (0) 2011.08.17
여성으로, 아내로, 엄마로 항암치료 받기  (0) 2011.08.16
생리가 불규칙해졌어요  (3) 2011.08.03
윤서맘님께  (11) 2011.07.27
기분전환  (4) 2011.07.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