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ason 1 - Doctor's life until Feb 2014/조기유방암

윤서맘님께

슬기엄마 2011. 7. 27. 07:13

약자를 잘 아시는거 같으니 약자로 말씀드리죠.

AC #4 à T #4 이렇게 하는 것,

현재 우리나라에서 수술 후 보조요법으로 T를 쓰는 것은

겨드랑이 임프절 전이가 있을 때 보험으로 가능합니다.

그러나

겨드랑이 임프절 전이가 없는데도

삼중음성유방암 환자들에게는 T를 권하기도 합니다.

이후 항호르몬제나 허셉틴 등 재발을 방지할 수 있는 다른 옵션이 없기 때문에

TAC #6 으로 하는게 좋지 않겠냐 하는게

유방암을 치료하는 종양내과 의사들의 생각입니다. 그러나 이때 T는 보험이 안됩니다.

 

TAC #6 은 그 자체의 독성(호중구 감소증)으로 인해

예방적으로 (즉 백혈구 수치가 정상일 때부터) 백혈구 촉진제를 쓰도록 되어있는 레지멘인데

-임상연구로 수차례 입증하였음 -

백혈구 수치가 정상일 때는 약값이 보험이 되지 않고,

백혈구 수치가 아주 많이 떨어져야 보험이 됩니다.

보험이 안될 때는 촉진제 한번에 8만원-24만원 합니다

(제약회사별로 가격이 다른데 8만원은 카피약이고 24만원은 오리지날 약입니다.

저는 보험될 때는 오리지날 약 쓰고 보험안될때는 카피약중에 젤 싼걸 씁니다)

그러므로 환자가 치료 자체의 어려움으로 인해 감당해야 할 부분이 AC #4 보다 많기도 하거니와

경제적으로도 부담이 되는 레지멘입니다.

저도 환자분 담당 선생님과 같은 의견이지만

상기 설명을 드리면 환자들이 매우 혼란스러워 하시고 고민이 많아집니다.

그리고 치료 과정 내내 심리적으로 힘들어 하는 것 같습니다.

남들보다 뭔가를 더 한다고/더 해야 한다 생각하니 그런 것 같습니다.

경제적으로 문제가 되기 때문에

TAC 보다는 FAC (TAC 이전에 표준요법으로 인정되던 요법)을 쓰자고 하면 환자들이 동의를 잘 하는데요,

이건 예방적 촉진제 안 맞아도 되고 F는 보험도 되거든요 (F fluoruracil)

그런데 AC 보다 FAC를 훨씬 힘들어하시기 때문에

FAC 시도하다가 결국 F를 빼는 경우도 있습니다. 결국 AC #4 으로 종결하게 되더군요.

TAC 보다 FAC이 더 독성이 강한 것 같습니다.

돈문제 보험문제 생각안하면 TAC #6 이 좋습니다.

그렇지만 저는 이런 설명을 환자분께 다 해 가면서 TAC을 추천하지는 않습니다. 그냥 AC #4을 하는 편이에요.

왜냐면 TAC AC 보다 약간 낫기는 하지만 그 이득이 아주아주 크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아직까지 의학적으로는 AC #4이 표준입니다. TAC #6이 표준이 되기 위해서는 임상연구가 필요하죠.

또한 현재 TAC이 보험이 되지 않기 때문에

TAC을 하면 불법진료가 되요.

환자가 처음에는 의사설명에 동의하고 자기 돈내고 TAC 하겠다고 했다가

나중에 심평원에 소송 및 반환을 제기하면 T 값을 병원이 다 물어내야 합니다.

이런 일 없을 거 같죠? 꼭 이런 환자가 있답니다. 꽤 있어요. 환자를 위해 설명하고 동의했건만 ….

(이 글이 그런 사람들에게 정보가 되기도 한답니다.)

그래서 환자는 이익은 이익대로 다 보고, 돈도 다 환불받아 가버립니다. 그리고 다른 병원 다녀요.

 

또한 외래에서 이런 설명을 다 하고 환자랑 토의하는데 30분 넘게 걸려요.

지금도 제가 이정도 말하면 여러가지 의구심이 들고 의사에게 물어보고 싶은 게 많아지셨을 거에요.

전 한시간이 걸려서라도 설명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환자에게는 최고의 옵션에 대해 다 설명해야 하니까요. (한시간이면 외래진료를 18명 정도 볼 수 있는 시간이죠. 10분에 3명 보니까.)

그러나 이런 설명을 하는 의사의 행위에는 비용이 책정되어 있지 않아요. 돈이 안되는거죠.

그런데다 시간 쓸거면 환자를 한명이라도 더 봐야 하는거에요.

하루에 이런 설명을 들어야 하는 외래 환자가 5-6명 정도 있는데

이렇게 설명하면 한나절 외래를 다 비워야 하거든요.

그러다보니

의사들이 별 설명없이

이 치료 합시다

이렇게 무뚝뚝하게 얘기하게 되는거죠.

 

또 이런 상황이 아니더라도

설명이 많이 필요한 환자들이 많죠.

전 그래서 제 외래 시간 아닐 때 따로 면담도 하고 입원시켜서 밤에 설명도 하고 하지만

이런 개인의 노력은 아주 일부에 지나지 않고 금방 무기력해 진답니다.

 

저의 답변은

돈 많아서 사는데 걱정없고

나중에 환불 의의신청 안하시겠다는 마음이라면

그리고 의학적으로 쪼금이라도 이익이 있는 치료를 받으시겠다고 생각하시면

TAC #6 하세요. 열도 나고 고생도 많지만요.

여러모로 꺼리낌이 있으면 그냥 AC #4 해도 됩니다.

그게 제 입장입니다.

 

이런 판단을 환자에게 시키는게 싫으면 임상연구를 하는게 젤 좋은데.

아직 삼중음성유방암 환자만을 대상으로 한 수술 후 보조요법 임상연구가 없습니다.

저는 조금이라도 이득이 있을 수 있는 임상연구를 진행하고 싶어요. 아직은 못하고 있습니다.

백혈구 촉진제라도 임상연구항목으로 넣어서 환자가 경제적으로 부담을 안갖게 되면

TAC을 권유하는데 덜 부담이 될 것 같습니다. (이건 하반기에 하려고 준비하고 있습니다)

 

도움이 안되셨을거에요.

그래도 설명드립니다.

주치의 선생님이 하자는대로 하세요.

그게 정답이구요

주치의 선생님 말씀 잘 듣는 환자분들의 성적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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