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ason 1 - Doctor's life until Feb 2014/유방암 환자들에게 보내는 편지

오미자차 - 생로병사를 보고

슬기엄마 2011. 7. 31. 10:54

어제 우연히 생로병사의 뒷부분을 보게 되었다.

일상적으로 오미자차를 마시면서
천식과 만성기침이 좋아진 사람,
불면증이 좋아지고 기운이 나서 등산을 자유롭게 다니게 된 사람...
그런 사람들 인터뷰와 오미자차의 치료적 가능성을 설명하는 의료진들의 설명이 나왔다.

포도 성분 중 라스베라톨의 항종양적 효과에 대한 연구도 설명되고
포도를 열심히 먹으면서 장운동이 증진되면서 살도 빠지고 컨디션이 좋아졌다는 사람들 인터뷰도 나왔다.

흠.
그걸 보니
나도 내일부터 당장 포도를 열심히 먹어야 겠다,
얼마전 환자가 1 리터 페트병으로 가득 만들어다 준 오미자차를 열심히 마셔야겠다,
그런 생각이 절로 들었다. 
충분히 가능한 가설들이라고 생각한다.
커피나 청량음료를 마시는 것보다 오미자차를 마시는 것이 백만배 몸에 좋을 것 같다.
또 빵이나 과자, 쵸콜렛 이런 음식으로 주전부리를 하는 것보다
간식으로 포도를 즐겨먹는 것이 천만배 몸에는 좋을 것 같다.

'내가 지금 어떤 존재이냐'는 '평소에 어떤 식생활을 하느냐'가 반영되는 것이다.
육류섭취보다는 채식위주의 식단,
채식도
농약이나 합성비료를 사용하지 않고
천연 그대로 재배한 유기농 먹거리를 먹는거
그런 게 중요할 것이다.
'아무거나' 먹고 사는 건 내 건강에 무책임한 행동일지 모르겠다.
일단 병이 들고 나서 치료를 하려고 할 땐 치료도 잘 되지 않고 돈도 많이 들고 몸도 정상으로 돌아오기가 힘들다. 평소에 좀 비싼 재료 사서 쓰고 몸 챙기는데 투자하는 예방적 행위가 장기적으로는 훨씬 효율적인 삶의 전략이라는 거... 누구나 다 알고 있겠지... 그래도 그렇게 실천하며 살지 못하겠지...

하루 3시 세때, 매일 계속되는 끼니를 건강한 식단으로 챙기는 것은 철학의 전환이다.
난 솔직히 건강한 식단을 챙기며 살지 않는다.
그냥 아무거나 먹고 식생활도 엉망이고 과자도 잘 먹고 커피는 완전 많이 마시고 술도 즐겨 마시고 탄고기도 많이 먹고 산다. 이런 생활을 하면서 오미자차 열심히 마시고 포도 더 먹고 하는건 사실 크게 의미가 없다. 나의 일생 생활 자체를 혁신하고, 철학을 바꾸지 않으면 식단은 바뀌지 않는다.

또 어떤 음식이, 어떤 식품이, 어떤 성분이,
어떤 특정 질환에, 어떤 컨디션을 개선하는데 도움이 된다는 연구가 있긴 하지만
과연 교과서적인 지식으로 사람들에게 알려지고 실천되기 위해서는 대규모 3상 임상연구를 거치는 과정이 필요하다.
실험실에서 암세포를 효과적으로 죽이고 예방 및 치료 효과를 낸다는 수많은 성분들이
사람의 체내에서도 같은 치료적 효과를 내는데 성공하지 못하고 있다.
그만큼 사람 몸 안에서는 다양한 신호체계와 우리가 잘 모르는 또다른 메커니즘이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런 정보를 접했을 때
'팔랑귀'가 되어 그 음식을 집중적으로 먹는다든지 - 나도 대표적인 팔랑귀지만 -
그 성분이 들어간 영양제나 약제를 구입하는 것에 집중하기 보다는
자신의 기본적인 식생활, 운동습관 등을 꾸준히 교정하면서
소위 건강에 좋다고 알려진 음식들이 균형적으로 갖추어진 식단을 꾸려가는 습관을 갖는 것이 더 중요할 것 같다.
뭐든지 원재료 자체의 상태를 다른 좋은 음식들과 같이 먹을 때 효과가 좋다고 한다.
건강에 좋다고 알려진 음식 성분은
약제형태로 변경한다든지, 주사나 약 등으로 투여 경로를 합성하여 인위적으로 변경하면
원재료 상태일 때 기대했던 효과가 달라진다고 한다.
다른 음식과 함께 조화롭게 먹는거
그럴려면
좋다는 한 두가지 좋은 음식만을 집중적으로 먹는게 아니라
항시 균형적으로,
식단과 삶의 철학 자체를 다같이 바꾸는게 필요하겠지.

그런데 
난 아직 철학을 바꾸지 못하고
대강 먹고 살고 있다.
언제 정신 차릴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