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ason 1 - Doctor's life until Feb 2014/죽음을 준비하는 환자들에게 보내는 편지

미리 예상하지 말자...

슬기엄마 2011. 3. 29. 20:41

어제 내내
오늘 환자 만날 일에 대해 고심했었는데...
환자가 오면 어떻게 대할까...

그런데
오늘 만난 환자..
얘기를 전해들은 것에 비해 훨씬 괜찮다.

1.  구토감
지난 1주일 동안 많이 토하고 힘드셨다는데
그게 항암제 자체 때문이 아니라 항암치료 후 어지러움증이 심해서 2차적으로 토하신 것 같다.
또 항구토제로 들어갔던 약이 있는데 오히려 이 약의 부작용으로 어지러움증도 심하고
진정 효과가 심해서 불규칙적으로 많이 주무시고 정신도 맑지 않으셨던 것 같다.

2. 항암제 독성
이번 항암 약제가 환자랑 잘 맞지 않았던 모양이.
항암 약제의 부작용이 아주 예민하게 나타났던것 같다.
항암제를 맞고 집으로 돌아간 그 날 저녁부터 어지러움증, 신경 과민증 (차가운 물건을 전혀 잡을 수 없을 수 없었다 함) 등등이 이를 반증한다. 별로 흔하지 않은 부작용을 다 경험하신 것 같다.
오늘이 8일째인데
오늘까지도 어지러워서 토하려고 화장실을 하루에 10번도 더 다니셨다고 한다.
그래도 이미 고생하실 건 다 하고 오신 것 같다. 8일째니 거의 그렇다.

3. 통증
통증도 병의 진행에 의한 것이 아니라, 대상포진 후 나타난 신경통증이다.
대상포진 후 신경통에 준해 내일부터 약을 써보면 될 것 같다.

4. 전신쇠약감
그동안 힘들었던 거 다 얘기해보라고 하니 이야기 보따리를 줄줄 풀어놓으신다. 말씀 잘 하시네...
음 기운도 그리 많이 빠지시지는 않았군. 다행이네...
아직 총명하시고
기운도 많이 안 떨어지고
무거운 마음이 많이 가벼워졌다.

환자와 상의하여
일단 특별한 검사보다는
수액을 많이 맞고 전신쇠약감을 극복하면서
운동을 늘려도 어지러움증이나 구토감이 증가하지 않는지 보기로 했다.
"2-3일 경과봅시다."

내가 생각한 것 보다 환자의 몸과 마음이 많이 상하지 않은 것을 보니 매우 기분이 좋다.
그럴 때면 기도하게 된다.
하느님, 감사합니다.
우리 인간의 운명과 삶은 당신이 주관하시는 것 같습니다.
그래도 제가 열심히 해볼려고 하니까 많이 좀 도와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