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ason 1 - Doctor's life until Feb 2014/죽음을 준비하는 환자들에게 보내는 편지

호스피스 환자를 위한 명상 프로그램 준비

슬기엄마 2011. 5. 16. 19:24
환자들은
받아들이기 어려워 하지만
항암치료를 하지 않는게 나은 경우가 있다.

병은 조금씩 나빠져 가는데
의외로 전신 컨디션이 괜찮아서
음식을 드시고 여기저기 다니시고 일상생활을 하는데 크게 불편함이 없다.
효과적인 항암제가 더 이상 없다.
이제부터 항암제를 쓰면 효과보다는 독성이 더 심하게 나타날 것 같다.
그럴 때 환자분께 항암치료를 그만 하고 외래 다니면서 경과관찰만 하자고 말한다.
그러면 환자들은 망연자실해 하기도 한다.
'저를 포기하신건가요?'
'그렇지 않습니다. 항암치료만이 당신의 삶을 더 낫게 도와주는 것이 아닙니다.
일상생활을 통증없이, 불편함없이 하실 수 있도록 경과관찰 하겠습니다.'
그리고 한달에 한번 정도 외래를 잡아준다.
그러면 환자는 매우 낙심한 얼굴로, 나의 결정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표정으로 외래를 나선다.

그런 환자를 대상으로
명상 프로그램을 운영하려고 한다.
일주일에 한번씩, 한번에 2시간.
명상 선생님의 지도 하에
좋은 음악을 들으며 호흡을 하고 명상 훈련을 한다.
보호자도 같이 와서 같이 배우며 하게 하려고 한다.
원래는 8주로 하는게 좋은데
환자들이니만큼 일단 4주로 시작해보려고 한다.
그렇게 명상 프로그램을 잘 배우고 나서 집에서도 하실 수 있게 교육할 생각이다.
그렇게 명상 프로그램을 하기 전후로
불안(anxiety), 우울함(depression) 등의 기분이 호전되고
실재로 신체적인 기능도 많이 호전될 수 있음을 보여줄 생각이다. 간단한 몇가지 검사를 통해서 말이다.
항암치료를 하지 않으면서 이 정도 프로그램을 따라할 수 있는 컨디션이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게 할 생각이다.

이런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의사 면담도 하고
필요한 약도 타가고
꼭 필요한 경우에만 검사하고
호스피스 자원 봉사자들의 발맛사지도 받고
이렇게 병원에 와서 필요한 조치를 받고 귀가하시게 하는 외래 중심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싶다.

그래서 항암치료를 하지 않는다고 해서
내가 버려지는 환자, 포기하는 환자가 되는 것이 아니라
가능한 오랫동안 좋은 몸 상태를 유지하면서
남은 생을 편안하고 좋은 기억을 가지고 지내실 수 있게 도와드리는 프로그램을 조만간 시작할 예정이다.

이 프로그램에 참석하기 위한 조건은 별로 특별하지 않다.
조만간 포스터를 병원에 붙일 예정이다.
참석하고 싶은 분이 있으면 댓글(혹은 비밀댓글)로 미리 알려주셔도 좋겠다.
일단 항암치료를 하지 않는 분들을 대상으로 시작하고
잘 진행되면 대상군을 확대할 생각이니, 항암치료 중인 분들은 조금만 참아주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