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ason 1 - Doctor's life until Feb 2014 993

주말에 병원에 나와

외래 진료가 없고 공식적인 업무를 쉴 수 있도록 허락받은 주말 휴일. 어제는 오전 외래를 잽싸게 보고 학회에 갔습니다. 나보다 백만배 훌륭하신 선생님들의 강의를 들으며 공부하였습니다. 오늘은 늦잠자고 엄마생신기념 점심식사를 가족과 함께 하고 오후에 병원에 나왔습니다. 일요일 오후, 오자마자 EMR을 열어 입원한 신환들의 상황을 점검합니다. 내일 외래도 예습해야 합니다. 다음주 있는 발표 준비도 해야 합니다. 그리고 재임용에서 탈락되지 않을려면 논문도 써야 합니다. 일을 하다보면 논문이 제일 뒤로 밀립니다. 그래서 아주아주 진행속도가 느립니다. 뭔가가 내용전개가 좀 막힌다 싶으면 그걸 돌파할 실마리를 찾는 시간이 많이 걸립니다. 그래도 어쩔 수 없이 마음은 입원한 환자들에게로 돌아갑니다. 그것은 내가 마음..

혼이 빠진 것 같다...

생활의 혼이 빠진 것 같다. 전화를 하고 나서 끊는 순간, 바로 전화 내용을 잊어버린다. 뭐 확인하고 나서 다시 전화하겠다고 해 놓고 확인을 안 하거나, 하고도 전화를 다시 하지 않는다. 메일을 받으면 그때그때 해결해야 한다. 안 그러면 하루이틀 사이에 사서함이 꽉 차서 메일 수신이 되지 않기 때문에 부지런히 메일에 답을 하거나 할 일을 한 다음 메일을 지워야 한다. 그래도 아직 내 메일함에는 해결되지 않은 일들로 가득이다. 3주가 지나가면 저절로 지워지는데, 3주안에 일을 해결하지 못해 지워지는 일들도 있다. 메일이 오면 딩동 소리가 난다. 항상 메일함을 열어놓는다. 할 일을 잊지 않기 위해... 중요한 발표가 있어도 전날 저녁까지 까맣게 잊고 있다가 불연듯, 혹은 확인전화를 받고 생각해내기도 한다. ..

약 봉다리 준비

오늘은 나만의 약 봉다리를 만들었다. 진통제 항구토제 설사약 저리는데 먹는약 수면제 변비약 ... 이런 약들이 내가 외래에서 항암치료를 받고 있는 환자들에게 일상적으로 처방하는 약들인데 새로운 약 처방, 관련된 설명을 할 때마다 컴 화면을 새로 띄워서 약 사진을 보여주는데 시간이 걸려서 오늘은 맘 먹고 병동 순례를 하였다. 병원 평가 후라 병동에 남은 약들이 없다. (평가 기준 상 남는 약은 약국에 반환해야한다. 병동에서 가지고 있으면 안된다. 그래도 종양학과 특성상 임종하시는 환자분들의 자가약이 병동에 남아있거나 가족들이 필요한 환자에게 주라고 남기고 가시는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에 약들이 남아있는 경우가 있어 병동을 돌기로 했다.) 암센터 곳곳을 돌아다니면서, 이상의 먹는 약들을 구비했다. 바쁘게 일..

이렇게 얄미운 환자도 있다

항암제 처방 중에는 건강보험에서 급여로 인정하지 않는 항암제를 처방할 경우 환자가 의사의 의학적 필요성에 대한 설명에 동의하여 비급여 처방을 원하여 투약하였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불법'이다. '불법' 진료를 하면 첨에 환자가 동의해서 진료비를 다 냈다 하더라도 나중에 심평원에 의의제기를 해서 소송을 할 경우 다시 진료비를 환급해줘야 한다. 예를 들면 영양 상태가 나빠 혈액검사에서 알부민 수치가 매우 낮고 그로 인해 다리가 붓고 아파 환자가 힘들어 하면 알부민을 주는게 도움이 되는데 알부민 급여 기준이 매우 타이트하기 때문에 그 급여기준에 맞지 않게 처방하면 나중에 환자가 소송을 제기할 경우 환자에게 알부민 값을 다 물어줘야 한다는 뜻이다. 알부민이 낮은 환자가 알부민을 맞으면 몇일 반짝 상태가 좋아진다...

러시아 환자의 선물

말도 안통하고 환자 상태도 별로 않좋고 간으로 전이된 삼중음성유방암이라 신통한 약제도 없는 상태에서 4차 치료를 받으러 이 비를 뚫고 환자분이 오셨다. 얼굴 표정이 많이 밝고 좋아지셨다. 난 환자 얼굴표정이 밝아지면 마음 속으로 제일 먼저 chemo responsibility 를 떠올린다. 이번 약이 효과가 있나? 독성은 여전히 있어서 양발저림으로 걸음이 편치 않을 정도이다. 그런데 복부 통증도 거의 없고 울렁거림도 잘 견디고 있다고 한다. 말씀하시는 톤과 어조가 달라졌다. 약간 수다스러울 정도이다. 그동안은 아프고 힘들어서 별 말씀도 없을 정도였는데... 물론 난 그 말씀을 하나도 못 알아먹는다. 통역으로 이해한다. 그러더니 가방에서 주섬주섬 - 우리 할머니들 액션과 똑같다 - 러시아 인형이라며 선물을..

내가 원하는 걸 알아주는 그

그냥 마음이 더 가는 환자가 있다. 그가 그렇다. 유방암이 아닌 그. 올3월 수술을 한번 했는데, 한달만에 수술을 다시 했다. 그리고 한달이 지난 시점에 난 그를 처음 만났다. 2달여 병원 생활에 아주 지쳐있던 그. 처음 본 그는 내 눈을 별로 마주치지 않았다. 말도 별로 없다. 난 또 썰렁하게 수술하고 병원 생활이 길어지니까 우울하냐고 단도직입적으로 물어봤다. 그는 별 말없이 고개를 가로 저었다. 수술 후에도 그는 아직 식사가 용이롭지 못하다. 항암치료 중에도 죽만 먹는다. 그리고 각종 영양캔들. 그는 앞으로 최소한 2차례 정도의 재건술이 필요하다. 아직 결혼을 안했다. 알고보니 그는 원래 말이 별로 없었다. 입원해서 하는 항암치료를 하는 그. 회진가서 괜찮냐고 물으면 거의 괜찮다고 대답하지만 요즘 들..

(당신) 이런 환자 얼마나 봤습니까?

실례지만, 이런 환자를 몇명이나 보셨습니까? 임상의사로서 경험이 얼마나 되시죠? 환자와 같은 케이스를 몇명이나 치료해 보셨나요? 지금 내리신 결정이 정말 맞다고 확신하십니까? 이런 질문을 받았다. 내 이름을 걸고 환자 진료를 시작한 건 4개월째. 그 전에 레지던트나 펠로우를 하면서 비슷한 환자를 많이 보고 그러한 간접적인 진료경험을 바탕으로 지금의 내가 만들어진 것이니 당장 지금 4개월의 실적과 경험만으로 지금의 나를 평가할 수는 없는 것이다. 또한 간접 경험이라 해도 그리 간접적이지만은 않았다. 선생님과 토론하여 몇번의 논증과 반론 끝에 내 의견을 관철시키고 혹은 혼나면서, 깨지면서 배우고 비슷한 사례에 대한 문헌 고찰을 하고... 그것이 대학병원 트레이닝이니까. 그래도 나는 그에게 그런 사항들을 구구..

결국은 돈....

악성 고혈압이 의심되는대도 그냥 집으로 가신 환자분이 오늘 오셨다. 오늘도 220/120mmHg, 증상은 없다. 나는 외래지연을 각오하고 환자분 손을 꼭 잡고 부탁드렸다. 약 먹었는데도 전혀 조절되지 않으니 입원하시자고. 왜 입원하자고 하는지, 지금 왜 입원해서 혈압을 떨어뜨려야하는지, 유방암은 재발했지만 그냥 포기한다고 끝나는 병이 아니라는 사실을... 환자는 점점 눈시울이 벌게온다. "돈 많이 드나요?" "심장 초음파는 보험이 안되니까 한 20만원 들거에요. 그거 빼고 나머지는 다 보험이 되는 검사랑 보험이 되는 약만 쓸게요." "그럼 다인실로 입원하게 해주세요" "제가 최대한 원무과에 알아보고 부탁할게요." 이런 대화 과정은 사실 이렇게 클리어 하지 않고 지지부진 좀 시간이 지났다. 나는 오늘 외래..

제가 칼슘과 비타민D를 드리는 이유

2008년 국민건강영양조사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성인 남자의 47%, 여자의 65%가 비타민D 부족상태라고 합니다. 비타민D는 뼈 대사에 중요한 원 재료 역할을 합니다. 항암치료를 하는 유방암 환자들은 여자라는 것, 뼈의 질을 떨어뜨리는 항암치료 및 항호르몬제를 복용한다는 것 혹은 뼈 전이가 있는 환자의 경우 뼈 형성이 충분하지 못하다는 것 때문에 비타민D 를 적극적으로 섭취해야 합니다. 저는 혈중 비타민 D 레벨을 체크하지 않고 (그런데 혈중 레벨을 체크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하여 저도 고려중입니다) 골밀도 검사 결과를 바탕으로 골다공증은 아니고 그 전단계로 체크되시는 분들께 비타민D과 칼슘제가 혼합되어 있는 제재로 약을 드립니다. 이런 약을 드시는 일부 환자에서는 약을 먹고 속이 쓰리거나 변비가 생기는..

오늘처럼 비오는 장마의 시작날엔...

영국의 저널 British Medical Journal 온라인 4월 8일자에 평소 음주 습관과 암 발생율에 관한 논문이 실렸다. 이 연구는 식습관과 암의 발생에 관한 자료를 장기적으로 모으는 연구의 일환으로 1992년부터 2000년까지 유럽 8개국에서 36만명이 넘는 사람들을 코호트로 모았고 장기적으로 추적관찰을 하여 2008년에 암이 발생한 현황을 보고하였다. 예를 들면 소화기암이 발생하는데 영향을 미치는 여러 원인 중 알코올이 기여하는 부분은 남자의 경우 44%, 여자의 경우 25%, 간암이 발생하는 데에는 남자는 33%, 여자는 18% 이런 식으로 보고하였다. 유방암에서 알코올이 차지하는 기여위험도는 5%로 보고되었다. 이 논문에서는 음주 습관이 양호한 편이더라도 암이 발생하는데 영향을 미칠 수 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