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ason 1 - Doctor's life until Feb 2014/전이성유방암

러시아 환자의 선물

슬기엄마 2011. 6. 29. 15:40

말도 안통하고
환자 상태도 별로 않좋고
간으로 전이된 삼중음성유방암이라 신통한 약제도 없는 상태에서
4차 치료를 받으러
이 비를 뚫고 환자분이 오셨다.
얼굴 표정이 많이 밝고 좋아지셨다.
난 환자 얼굴표정이 밝아지면 마음 속으로 제일 먼저 chemo responsibility 를 떠올린다.
이번 약이 효과가 있나?
독성은 여전히 있어서
양발저림으로 걸음이 편치 않을 정도이다.
그런데 복부 통증도 거의 없고
울렁거림도 잘 견디고 있다고 한다.
말씀하시는 톤과 어조가 달라졌다.
약간 수다스러울 정도이다.
그동안은 아프고 힘들어서 별 말씀도 없을 정도였는데...
물론 난 그 말씀을 하나도 못 알아먹는다.
통역으로 이해한다.
그러더니 가방에서 주섬주섬 - 우리 할머니들 액션과 똑같다 -
러시아 인형이라며 선물을 주신다.
촌스럽게 생긴 목각인형.
여자 인형인데 열면 그 안에서 똑같은 여자인형이 나오고 그걸 열면 또 인형이 나온다...
열면 인형, 열면 인형...
엄마의 품은 크고 넓어서 이렇게 많은 아이들을 감싸고 돌보는 존재라는 의미가 있다고 한다.
자신에게 나는 그런 엄마와 같은 존재라고 한다.
그 안에서 점점 좋아지는 아이같은...

환자분은 완치가 거의 불가능한 상태이며
약도 잘 안들을 거라고
지난 주기 때 딸에서 말 해 둔 상태이다.
딸은 그런 엄마를 그냥 약간은 힘없는 눈빛으로 바라보며 미소짓는다.
딸은 그냥 6번까지는 할 수 있는 만큼 돈 되는 만큼 치료하겠다고 했다.
돌아가실 때 돌아가시더라도...

나는 그런 엄마같은 존재가 되어야 하는구나...
촌스런 러시아 인형을 책상머리에 두고 항상 마음을 새롭게 해야겠다.

그리고 뭐니뭐니해도
환자는 몸이 좋아져야 마음으로 의사를 받아들이는 거 같다.
탁솔/시스플라틴.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