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ason 1 - Doctor's life until Feb 2014/전이성유방암

노인 종양학의 최근 이슈들

슬기엄마 2013. 6. 23. 12:14


현재 교과서적인 지식으로 인정되어 표준요법으로 시행되고 있는 항암치료도

당시 개발된 신약을 가지고

수년간, 수차례 혹은 수십차례에 걸쳐 임상연구를 시행하여

당대의 표준 약제보다 우월한 성적을 입증했기 때문에 

더 좋은 치료로 인정되고 합의된 결과이다.

종양학은 그렇게 임상연구의 역사로 끊임없이 발전하고 있으며

그러한 임상연구의 결과를 통해 현실의 진료패턴이 변하고 있다. 


임상연구에서는 

환자를 등록할 때 정해놓은 기준이 있는데

그런 기준에 정확히 맞는 환자를 등록하는 것이 그 임상연구의 질과 수준을 결정한다. 

그래야 전체 환자군을 대상으로 일반화하는데 문제가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렇게 정확성을 추구한다는 임상연구에서 65세 이상 노인이 포함되는 비율은 많지 않다.

예를 들면 미국 FDA 에서 인정하고 항암치료 가운데

75세 이상 노인이 차지하는 비율은 전체 집단의 31%인 것에 비해 

임상연구에 포함되는 비율은 9%에 불과하다. 


그렇기 때문에 노인암환자를 치료하는 의사들은 임상연구의 결과를 해석할 때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내가 일상적으로 치료하는 노인과 임상연구에 포함된 노인은 다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노인들은 2-3가지 이상의 만성 질환을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높고

겉으로 보기엔 괜찮은 것 같았는데

조금만 컨디션이 나빠져도 회복되는 속도가 느리다.

또 치료기간 동안 주위에서 그를 신체적으로 간호하고 정서적으로 지지해주는 그룹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젊은 사람처럼 알아서 스스로 치료받고 이겨내기 어렵다. 

 

모든 임상연구는 까다로운 등록 요건을 제시하고 있고 이를 만족시켜야 임상연구에 참여할 수 있다. (예를 들면 B형 간염보균자는 등록하지 못하게 되어 있는 임상연구도 있고, 최근 6개월 이내에 심장질환을 진단받은 사람도 등록이 안되고, 약에 따라 혈당이 높으면 등록이 안되는 연구도 있고... 연구마다 각각 다르지만, 일단 위험요인이 있는 사람은 등록하지 않는다. 그것이 연구윤리에도 합당한 측면이 있기는 하다.) 


그러므로 임상 연구에 포함되어 치료받는 노인들은 같은 연령 그룹 내에서도 신체 상태 및 기타 조건이 양호한 사람만이 임상연구에 들어갈 수 있는 가능성이 높다. 임상연구에 참여할 수 있는 노인은 컨디션이 매우 좋다. 그러므로 그들은 전체 노인 암환자의 평균 속성을 대변하지 못한다. 


그래서 교과적인 용법에 맞게 표준치료를 해도 노인 암환자에서는 독성이 더 많이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

그것이 노인 암환자가 갖는 취약함(vulnerability)이다. 그러므로 노인 암환자를 진료할 때는 어떤 점이 그에게 취약한 면으로 작용하는지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그래서 노인 암환자는 항암치료를 하기 전에 현재 상태에 대한 총체적인 평가 Comprehensive Geriatric Assessment (CGA) 를 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성과가 좋기를 기대하고 치료하는 건 

의사나 환자나 가족의 입장 모두 마찬가지다.

기존에 제시된 근거만을 가지고 치료법을 정하기에는 노인 암환자 치료에는 한계가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노인 암환자의 취약한 속성까지 고려하여 진행되는 임상연구는 별로 많지 않다. 아마도 실재 임상연구를 진행하기에도 어려움이 많을 것이다. 모든 항암제는 그 자체로 취약한 노인에게 해가 될 수도 있다. 


형편은 미국도 마찬가지다. 


2011년 이러한 문제 의식에 기반하여 Cancer and Aging Research Group (CARG), National Insitute of Aging, National Cancer Institute가 연합하여  제 1회 U13 conference 를 개최하였고 연구기금을 확보하기에 이르렀다. 노인 종양학 연구 분야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City of Hope 의 Arti Hurria 는 올해 아스코에서 연구자 상을 받기도 했는데 그녀가 쓴 2012년 JNCI 논문을 통해 U13 conference 에서 도출된 핵심 명제들이 무었인지 알 수 있다. 


1. 75세 이상의 노인을 위한 암치료법


임상연구에 포함된 노인수가 적기 때문에 표준적으로 제시되는 항암제의 용량, 예상되는 부작용이 적절하지 않을 수 있다.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신체 생리적인 기능이 저하될 가능성이 높다. 노인은 항암치료의 독성이 더 많이, 더 심각하게 발생할 수 있는 취약한 그룹이다. 75세이상의 노인을 위한 임상연구가 필요하며 전체 인구 집단에 비해 이들 연령 대상을 위한 특별한 지침을 제시하는 것이 필요하다.


2. 나이와 상관없이 취약한 노인들을 위한 암 치료법

일반적으로 일상생활 수행능력(performance status)이 좋지 않은 노인은 임상연구에서 제외되고 있다. 또한 동반 질환이 많은 환자도 임상연구에 등록되지 못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지금의 일상생활 수행능력, 동반질환을 고려하여 환자의 삶의 질이 유지되고 효과적인 치료법이 제시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므로 나이 그 자체보다는 개별 노인 암환자가 가지고 있는 취약한 요인이 무엇인지를 규명하고 어떤 요인들이 항암치료 후 위험요인으로 작용하게 될지 예측하는 연구가 필요하다. 일종의 알고리듬이 제시되어 표준 치료 방침을 따를 수 없는 이들을 위한 프로토콜이 필요하다. 


3. 총체적인 노인평가도구의 개발

노화 과정은 사람별로 다르게 나타난다. 생물학적인 나이 자체가 그 사람의 기능적인 나이를 설명할 수 없는 또 다른 요인들이 있기 마련이다. 그러므로 일상생활의 수행능력, 암 이외의 다른 만성 질환, 심리적인 상태, 인지 상태, 영양 상태, 사회적 지지상태 등이 노인의 예후를 결정하는데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생각되며 이러한 요인들은 효과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 도구를 개발하여 치료전 평가하는 것이 중요하다. 

위험 요인을 가려내고

그런 위험요인을 적절히 중재하여 독성 발생의 위험을 줄이고, 신체적 기능과 삶의 질이 유지될 수 있는 임상연구가 필요할 것이다. 


4. 노인의 상태를 평가할 수 있는 최종적인 결과물은 무엇인가

대개의 3상 임상연구의 목적(end point)은 질병진행비율(progression free survival) 이나 전체적인 생존기간(overall survival)을 향상시키는 것이다. 노인 암환자에게도 재발을 막고 생존기간을 연장하는 것이 치료의 중요한 목적이라는 점은 여전히 중요한 목적이지만, 그 외에도 좀 더 세부적인 사항, 예를 들면 신체 기능과 인지 기능의 저하, 독립적으로 생활할 수 있는 능력이 유지되는 것 등도  고려해야 한다. 

(시키는대로 치료를 다 받고 병은 좋아졌는데 컨디션이 완전히 저하되서 아무것도 제대로 못하고 사는게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노인의 기능평가는 노인 환자와 가족이 겪는 스트레스를 설명하는데 중요한 예측인자가 된다. 환자가 기능적으로 독립적인 능력을 유지하지 못하면 가족과 친구 등 주위 사람들이 감당해야 하는 경제적, 정서적인 노력도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 된다. 


5. 노화와 암의 생물학적 특징의 관계에 대한 규명 

암은 노화의 과정에서 발생율이 증가하는 병이다. 그만큼 노화와 암에는 연관관계가 높다고 생각되지만 생물학적으로 정확한 메커니즘은 아직 잘 밝혀져 있지 않다. 같은 병이라도 노인에게서 발생하는 암 은 젊은 사람에게서 발생하는 것과 행물학적으로 매우 다른 양상을 보인다. 예를 들어 유방암의 경우 노인 유방암 환자는 호르몬 수용체 양성인 경우가 훨씬 많다. 노인에서 발생하는 급성백혈병은 젊은 사람에 비해 훨씬 더 공격적인 형태로 나타나며 치료 반응율이 낮다. 암의 생물학적 특성이 나이에 따라 어떤 스펙트럼으로 나타나는지 그 원리를 연구하는 것은 이후 치료적 대안이나 암 발생 예방을 위한 노력에 필요한 영역이다. 



베이비붐 세대가 노년기로 접어드는 한국.

젊은 사람을 치료하는 것과 마찬가지의 관점으로 접근하는 것에는 많은 한계가 있을 것이다. 

노인 인구가 증가하는 속도는 우리나라가 세계 1위이다.

65세 이상의 노인인구가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7% --> 14% 로 증가하는 것을 노령화 속도라고 하는데, 일본이 28년으로 세계 1위로 기록되었지만 우리나라는 22년이 안 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2000년, 전체 인구 중 노인 인구가 차지하는 비율이 7%였으며 2022년에 14%를 넘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으나 출산율이 감소하고 있어 예상보다 빠른 시간에 14%를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너무나 정정한 86세 유방암 할머니.

신체적인 기능이나 인지 기능, 활동 능력을 보건데 60대 초반으로 봐도 될 것 같다.

할머니한테 임상연구를 설명했다. 호르몬 + 표적치료제.

우리나라에서 보험으로 쓸 수 없는 호르몬제를 제공해 준다.

항암제 만큼은 아니어도 표적치료제 독성이 만만치는 않을 것 같다.

보통 사람도 이해하기 어려운 이 연구에 대해 소상히 설명드렸다. 40분 동안. 


할머니는 생각해보신다고 했다. 

이미 호르몬제로 치료할만큼 다 했다. 

병은 조금 나빠졌다. 

만약 여기서 호르몬 치료를 못한다면 항암치료를 해야 할 판이다.


결정하기 어려운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