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ason 1 - Doctor's life until Feb 2014/전이성유방암

가족이란

슬기엄마 2013. 6. 4. 00:06


가족은 

환자에게 가장 소중한 존재이기도 하고

환자에게 가장 위협적인 존재이기도 하다.


가족은 언제나 서로를 사랑하지 않는다. 

사소한 일들로 미움이 쌓여 

다른 사람한테는 하지도 못하는 험악한 말을 해버리고 깊은 상처를 주기도 한다. 


때로 

가족은 사랑이 너무 과해, 환자의 뜻을 앞서 결정을 해버린다.

혹은 가족이 불안해서 결정을 하고 싶어 한다.

가족이라고 늘 의사소통이 잘 되고 서로 사랑하고 스위트 홈을 이루며 사는 것은 아니다. 안 스위트한 홈이 더 많다. 


큰 병은 가족을 위기에 처하게 한다.

그동안 묻어둔 갈등도 터져나오고 투병과정에서 위기가 심화되기도 한다.

돈이 큰 문제가 되지만 그것을 넘어선 더 많은 문제들이 노출된다. 그리고 상처받는다.

쿨하게 화해하고 용서하지 못한다. 

그리고 일상이 이러한 문제로 짓눌려 마음이 늘상 무겁다. 


문제는 문제가 있는 곳에서 풀라고 했다. 그러므로 노력해야 한다.

징하고 징해도 결국 매듭을 풀어야 한다. 

그래야 함께 웃을 수 있다. 

누구나 동의하지만 누구도 쉽게 실천할 수 없다. 


내 앞에 올 때 예쁘게 화장하고 오는 환자들이 많다.

당당하고 싶고 시들한 모습 보이고 싶지 않고 씩씩한 환자로 보이고 싶다.

함께 온 가족은 많이 지쳐보인다. 

다급한 외래 시간 동안, 함께 온 보호자의 얼굴 한번 제대로 보기 힘들고 말을 붙이는 건 생각할 수도 없다. 


유방암 환자는 환자도 힘들지만 그 남편도 힘들다.

가장으로서

남편으로서

부인의 투병기간이 길어질수록 남편의 마음도 황폐해져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힘내시라는 말을 하지 못하겠다. 


그러나

가족이 회복의 원동력이 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사실이다.

가족만이 줄 수 있는 사랑이 환자에게 중요하다. 

'그러므로' 힘내시라.


한 남편의 서글픈 웃음이 뇌리에 남아있다.

최선을 다하고 있는 그.

한마디 말도 건네지 못해 미안하다.


브라보 유어 라이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