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ason 1 - Doctor's life until Feb 2014/전이성유방암

마음이 통하는 벗

슬기엄마 2013. 1. 28. 19:51

겉으로 보기에 씩씩하게 잘 치료받는 것처럼 보이지만

막상 검사 때가 되면

잠도 안오고

기분도 우울해지고

눈물도 나고

그러시나보다.

그 검사 결과를 기다리는 동안이 너무 힘들고 괴롭다고 하신다.

 

오늘 외래를 보는데 한 환자가 자기 전화기에 저장된 문자 메시지를 보여준다.

 

의사의 한마디에 생과 사가 왔다갔다 결정되는 것처럼 생각되니

우리 인생 불쌍하죠?

 

친한 환자들끼리 서고 주고받는 문자 메시지이다.

검사하면 서로 결과 확인해 주고

컨디션도 물어봐주고

힘들어하면 집에 방문해주고

자기 컨디션 좋을 때는 맛있는 것도 해다주고 그렇게 지내시는 관계다.

그들은 그렇게 서로를 의지하며

실날같은 희망을 공유하며 벗으로 지내고 있다.

벌써 몇년째다.

 

나의 한마디가 그렇게 무거울 수 있다니

참 부담스럽다.

내가 의사라는 이름으로 이 자리에 앉아있는 한은 그렇겠지...

 

 

나랑 동갑내기 환자.

병은 그만그만 잘 조절되고 있다.

병이 심한 것은 아니어도 완치를 노리기에는 아직 무리가 있다.

자기 컨디션이 안 좋으면 않 좋은대로 내 외래를 자주 찾아온다.

그렇게 환자가 자주 와도 밉상이 아니다. 

그녀가 호소하는 증상은 전혀 엄살이 아니라는 걸 잘 알기 때문이다.

그녀가 자기 힘으로 이겨내기 위해 얼마나 애를 쓰고 있는지 잘 알기 때문이다.

호르몬제 먹고 한창 살이 쪄서 고민인 그녀 얼굴이 오늘은 헬쓱하다.

 

살 빼는데 성공한 거에요?

 

아니오, 몸무게는 그대로에요. 그냥 요 몇일 속상한 일이 있어서 얼굴이 않 좋은가 봐요.

 

무슨 일 있었어요?

 

제가 ****에서 일 하고 있잖아요. 힘들게 구한 직장인데, 거기서 이래 저래 말이 많아요.

 

뭐라 설명하기도 구차하고

말 안하고 지내자니 내 마음이 억울하고

사람들이 나를 오해하고 그러는 것 같죠?

 

그녀가 깜짝 놀란다.

 

아니, 선생님이 어쩜 그렇게 내 상황을 잘 알아요?

 

저도 늘 그런 상황에 직면하고 사니까요. 정말 울고 싶지 않나요?

 

맞아요. 정말 울고 싶어요. 그렇다고 울 수도 없고. 마음은 답답하고. 터놓고 말할수도 없고. 말하자니 구차하고 구질구질하고 그래요.

 

저도 그래요.

 

그래도 선생님이 내 답답하고 우울한 심정을 알아주니 마음이 한결 낫네요.

고마워요.

 

그녀에게 나의 위로가 친구처럼 다가가기를 바란다.

그녀가 예전처럼 활기차게 한달 지내고 왔으면 좋겠다.

우리 환자들에게는 어쩌면 다정한 벗이 필요한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