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ason 1 - Doctor's life until Feb 2014/주치의일기

Pink Ribbon 볼수록 설래는

슬기엄마 2012. 11. 1. 21:13

 

 

왼쪽부터

 

첫번째

인하대학교 예방의학교실 황승식 선생님이 미국으로 주문해서 보내주신 유방암 뱃지. (태평양을 건너왔음). 배송잘못으로 한번 불발되었다가 선생님의 끝질긴 노력으로 재주문하여 우리병원에 도착하기 까지 너무너무 오래 걸린 미국야구 메이저리그의 유방암 뱃지이다.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 리그에서는 매년 어머니날 (5월 11일)에 유방암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기 위해 팀별로 다양한 기념품과 행사를 준비한다.

야구 선수들은 핑크색 방망이를 사용한다거나 핑크색 운동화끈을 매고 심판들은 핑크색 손목밴드 등을 사용한다. 게임이 끝나면 이들 기념품이 경매나 기부 등으로 판매되고 이익금이 유방암 재단에 환원된다.

이날 야구장을 찾는 여성 관객들에게 핑크리본 뱃지를 나눠주기도 한다. 이런 기념품을 받은 관객들은 기부금을 내면 된다.

 

두번째

내가 매우 좋아하고 친하기도 한 고대 혈액종양내과 박경화 선생님이 한국유방건강재단으로부터 받으신 유방암 뱃지 중 하나를 선물로 주셨다. 선생님 자켓에 예쁘게 박혀있는 뱃지를 보고 내가 부러움의 시선을 잔뜩 보냈더니 어제 유방암 분과 모임에 잊지 않고 하나 챙겨가지고 나오셨다. 브라보!

 

세번째

호스피스 팀 회의에서 종종 만나는 우리 병원 간호대학 김상희 교수님이 학회 가셨다가 핑크 리본을 사오셨다. 호스피스 멤버들에게는 호스피스 리본을, 나에게는 유방암 핑크리본을 선물로 주셨다. 학회장 가서 이렇게 병원사람들 선물 챙기는거 너무너무 힘든 일인데 감사할 뿐이다.

한쪽 리본에 예쁜 하트가 새겨져 있다. 어쩜 같은 핑크리본인데도 이렇게 분위기가 다를까? 네 개 핑크리본 중에 가장 여성적인 분위기이다. 나랑 분위기가 딱 어울린다.

 

네번째

우리 병원 종양내과 강사 선생님인 김세현 선생님이 일본 학회에 가셨다가 학회장 부스 한켠에서 나눠주고 있는 유방암 핑크리본 뱃지를 보고 나를 위해 하나 받아오셨다. 이 뱃지의 한쪽 리본에는 부담스럽게도 보석이 박혀있다. 번쩍번쩍. 이 핑크 리본은 선도 굵고 크기도 커서 힘있어 보인다. 최근에는 이 뱃지를 달고 다녔다.

 

 

마음 같으면 가운 깃 한쪽에 네개를 한꺼번에 달고 다니고 싶다.

(그런데 그렇게 한번 해봤더니 가운이 너무 무거워서 가운이 축 늘어진다.)

어떤 비싼 선물보다 내 마음에 쏙 든다.

이 리본들을 보고 있으면

좋아서 마음이 설렌다.

오늘은 어떤 리본을 달고 나가 볼까?

기분좋은 설레임을 선물해주신 선생님들께 감사드릴 뿐이다.

 

내가 이런 핑크리본들을 선물 받으며

마음 한켠에 드는 생각은

내가 사람들 사이에서 '유방암 환자를 보는 의사'로 인식되고 있구나 하는 뿌듯함이 있다.

어떻게 보이느냐보다는

어떤 인간이냐가 중요하지만

어떻게 보이느냐의 형식적인 측면이 어떤 인간이냐는 내용적인 측면을 규정하기도 한다.

 

나는

유방암 환자를 보는

좋은 의사가 되고 싶다.

그런 나를 위해

그런 내가 되라고

이렇게 핑크리본을 선물해 주신 선생님들, 모두모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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