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ason 1 - Doctor's life until Feb 2014/전이성유방암

그녀가 다시 무대에 설 수 있게

슬기엄마 2011. 6. 10. 20:28

퇴원하는 환자가
쪽지를 주고 갔다.
포스트 잇 두장을 붙여서 정성껏 쓴 메모.

점점 몸이 좋아지고 있음을 느낀다고 한다.
눈도 잘 보이고
가슴 몽우리도 없어지고
기침도 안하고
잠겼던 목소리도 돌아오고....

환자는 뇌로 전이가 되어 시력이 흐려졌었고
유방암 수술 한 부위에서도 재발이 되어 유방의 통증이 있었다.
폐로도 전이가 되어 자꾸 마른 기침을 하였고
가슴 속 림프절에도 전이가 되어 그 부위를 통과하는 신경에도 영향을 미쳤는지 목소리가 계속 잠겨있었다.

전이가 되었다는 사실을 알고도
몇달간 항암치료를 받지 않고 지내던 그녀가
항암치료 후 자신의 상태가 좋아지는 경험을 하면서
지금의 자기 모습 그 자체를 감사하게 생각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녀는 자신이 노래하는 모습이 담긴 동영상을 소개해주었다.
인터넷에서 찾아보니
자신이 사는 지역의 유방암 환우회 모임에서 주관한 음악회에 초청을 받아
멋진 검은 드레스를 입고 독창을 하는 모습이 담긴 동영상이었다.
노래도 너무 잘 부르고 매우 건강해 보이는 그녀.

지금은 그때만큼 회복되지 않았다.
그녀는 나에게 부탁한다.
다시 무대에 설 수 있을만큼 건강하게 도와 달라고...
그녀가 나에게 부탁하는 이 희망.
부담스럽지만 꼭 들어주고 싶다.

이제 컨디션이 좋아져서 앞으로 입원하지 않고 외래에서 항암치료를 받기로 했다.
살짝 눈화장만 했다고 하는데
어찌나 얼굴이 뽀얗고 예쁘게 보이던지 나도 깜짝 놀랐다.
삶에 대한 사랑과 희망이 주는 에너지는 사람을 이렇게 변화시키나 보다.

환자도 나도 알고 있다.
완치는 어렵다는 걸.
그래도 우리는 최선을 다해 열심히
치료 동맹자가 될 것이다.

그녀가 다시 무대에 서면
나는 멋진 장미꽃 한다발을 준비해 갈 생각이다.
그녀는 목청 놓아 노래부르고
나는 손바닥이 부르터라 박수를 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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