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ason 1 - Doctor's life until Feb 2014/전이성유방암

골다공증치료까지 하라구요?

슬기엄마 2011. 4. 16. 09:22
4기 환자를 치료하며
이런 고민을 하는게 어쩌면 유방암이니까 가능한 일일지도 모르겠다.

10년도 더 전에 유방암을 진단받고 수술하신 56세 아줌마.
8년전에 재발했다. 폐와 간에.
항암치료를 했더니 반응이 좋아서 CT에서 병이 잘 안보일 정도가 되었다.
이어서 호르몬제를 쓰면서 3년정도 지났는데 다시 재발했다.
다시 항암치료, 반응이 좋아 다시 호르몬제.
이런 식으로
환자는 한번 치료를 하면 효과가가 좋고
꽤 오랜 기간 동안 효과가 유지되는 스타일이었다.

이렇게 항암치료와 호르몬치료가 반복되다 보니 뼈의 질이 나빠지는 것이 당연하다.
또 폐경기와 겹치는 기간이라 인위적인 치료가 뼈에 미치는 영향을 상당히 나빴을 것으로 생각되었다.
골다공증검사를 했더니
T=-2.4, 골다공증 진단기준인 -2.5 이니 미치지 못하지만 Ward's score는 -3.1 이니 보험으로 약은 쓸 수 있겠다.
환자의 나이나 치료 상태를 고려했을 때 bisphosphonate를 시작하는게 도움이 될 것 같다.
장기적으로 뼈 관리를 위해 내분비내과를 같이 보는게 좋을 것 같아
검사결과를 설명드리며 내분비내과 진료가 장기적으로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씀드렸다.

환자는 손사래를 치면서 싫은 내색을 보인다.
약도 안 먹겠다고 한다.
왜?
말수가 적으신 아주머니, 대답을 잘 안 하려고 하신다.

'에이, 괜찮아요. 안 받을래요. 그냥 항암치료나 해 주세요'
'솔직하게 얘기해주세요. 왜 진료를 안 받으시려고 하는지, 왜 약을 안 드시려고 하는지...'
'저 바빠요. 일 다녀야 하기 때문에 다른 과 진료 더 볼 시간 없어요.'
'... 그럼 제가 골다공증약 드리면 드실거에요?'
'제가 지금 골다공증 약 먹는게 중요한가요? 암 치료나 잘 해야지...'
'골다공증이 악화되어 병적 골절이 오면 삶의 질도 떨어지고 어쩌고 저쩌고...'
'그래도 안 먹을래요.'
'안 돼요. 왜냐하면 어쩌고 저쩌고...'
'사실 저 예전에 몇 번 그 약 먹었어요.
근데 그 약 먹으면 속도 너무 않좋고, 약 먹고 2시간 왔다갔다 걸어다니라고 하는데 그렇게 시키는대로 할 여유도 없고, 변비도 심해지고... 그 약 먹는게 더 힘들었어요.'
'요즘에는 새로운 약이 많이 나왔다, 속 불편한 것도 개선된 약이 나왔다, 정 힘들면 주사약도 있다, 어쩌고 저쩌고.....'
'에이, 그냥 항암치료만 할래요.'

나는 비타민이라며 이거라도 드시라고 칼슘과 비타민D 혼합제 한알을 쥐어주었다.
비타민이라고 하니까 먹겠다고 한다.

골절이 오면 비교적 컨디션이 괜찮았던 사람들도 전신상태가 급격하게 나빠지고 활동력이 떨어져 삶의 질이 감소한다는 점, 병적 골절은 극심한 통증을 동반하여 약으로 통증이 잘 조절되지 않고 나중에 각종 수술, 시술을 병행하는 경우도 많다는 점 등 여러 면에서 미리 약을 먹고 골절을 예방하는 것이 훨씬 도움이 된다.
심지어 최근에는 골다공증 약제인 Bisphosphonate 를 먹으면 종양세포를 죽이는데 도움이 될 수도 있다는 이론적 견해가 제시되어 각종 임상연구도 진행되고 있다. 골다공증이 있는 암환자라면 열심히 약을 먹어볼 만 하다.

뼈 건강을 위해 내가 목청을 높이기에 우리 환자의 마음에는 아직 여유가 없는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