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한 달은 마음이 즐거웠다. 방학이라 그런 게 아니다. 사실 중3 여름방학은 학교생활을 할 때보다 더 팍팍한 학원 일정에 매여 살아야 한다. 난 그래도 즐거웠다. 방학을 하자마자 미용실로 달려갔는데, 그것도 동네 미용실이 아니라 신촌에서 엄마를 만나 꽤 좋아 보이는 미용실에 가서 염색을 하고 왔기 때문이다. 내 또래들 누구처럼 나도 패션에 관심이 있다. 코디네이션에 지나치게 신경을 쓰거나 심혈을 기울여 스타일링을 하는 건 아니지만, 결코 아무거나 막 입지 않는다. 주말에는 외출하는 아빠에게 어울리는 옷차림을 추천하기도 한다. 아빠의 패션감각은 영 아니다. 엄마가 신경을 써 주는 것도 아니고. 사실 엄마의 패션감각은 더 아니기 때문에 더더욱 기대할 수 없다. 기말고사가 끝나고 고민을 거듭한 끝에 내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