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ason 1 - Doctor's life until Feb 2014 993

항암 치료 중 대상포진이?

대상포진은 우리 몸에 숨어 살던 바이러스 때문에 생기는 병입니다. 원래 우리 몸의 신경절 안에 살고 있던 바이어스가 항암치료를 하는 동안 몸의 면역성이 떨어지면 때는 이때다 하며 활동을 개재하며 증상을 일으킵니다. 비슷한 바이러스가 입 주위로 나와서 입술 가장자리가 짓무르고 트는 증상으로 나타나기도 합니다. 항암치료를 하지 않더라도 일생생활에서 잠을 잘 못자거나 너무 힘들 때 입술 주위가 갈라지면서 트는 증상을 경험하셨을 거에요. 이렇게 가볍게 넘어갈 수도 있지만 이게 대상 포진으로 나오면 크게 고생하기도 합니다. 원래 대상 포진은 항암치료에 특이적인 합병증이 아니라 연세가 많으신 노인들이나 몸이 너무 피곤하거나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을 때, 큰 수술을 받았거나 면역성이 떨어질만한 상황이라면 누구에게나 발..

B형 간염 보균자는 항암치료 기간 중 항바이러스제를 복용해야

우리나라에는 서양에 비해 B형 간염 보균자가 많은 편입니다. 간암 환자도 많구요. 원발암이 무엇이든간에 B형 간염 보균자가 항암치료를 시작하게 되면 내 몸의 면역성이 떨어지고 그러다 보니 몸 속에 잠잠히 숨어있던 B형 간염 바이러스의 활동성이 증가하여 간에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항바이러스를 예방적으로 복용하지 않는 경우 일부의 환자에서 간부전이 발생하여 목숨도 위험할만큼 심각하게 위험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요즘에는 항암치료를 할 때 B형 간염 보균자들은 항바이러스제를 예방적으로 복용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예방적 차원에서 복용하는 것이다 보니 보험이 되지 않아 한달 약값이 항암제 이상 들어간다는 환자분들도 계십니다. 그래도 드시는 것이 필요합니다. 항암치료 시작하기 전부터 복용하여 항암..

1기인데 꼭 항암치료를 해야 하나요?

수술 후 병기가 1기 입니다. 이렇게 병기가 낮은데도 항암치료를 꼭 해야 하나요? 머리도 빠지고 항암치료 부작용도 만만치 않은데 말이죠... 선생님이 하라면 해야겠지만... 지금 병동에는 이렇게 1기인데도 항암치료를 하는게 낫겠다는 나의 설명에 터져나올 것 같은 눈물을 꼭 참고 항암치료를 시작했다가 열이 나서, 구토감이 심해서 입원해 계신 분이 두분이나 계신다. 1기인데 이렇게 힘든 치료를 하는게 정말 맞는걸까? 너무 오버하는 건 아닐까? 표준 가이드라인-가이드라인은 가이드라인일뿐, 반드시 모든 상황에 적용되는 정답이라는 뜻은 아니다-이라 해도 미국판, 유럽판 기준이 약간 다르다. 예를 들면 유럽은 겨드랑이 림프절 전이가 1-3개 정도 있어도 - 즉 위험요인이 좀 있어도 - 호르몬 수용체가 양성이면 항암..

검사를 얼마나 자주 해야 하나...

수술하고 보조 항암치료가 계획되어 있던 Y 환자. 지금 진행중인 임상연구가 있어서 임상연구에 대해 설명드렸더니 선뜻 동의하셨다. 관련 검사를 하는데 시간이 좀 필요하기도 하고 입원을 하면 아무래도 환자에게 설명할 시간이 충분히 주어지니 내 마음도 편하고 해서 입원하기로 하였다. 앞으로 6개월간 8차에 걸쳐 항암치료를 할 예정인데, 첫 항암치료를 받을 때 설명을 충분히 드리고 환자가 부작용 교육도 잘 받는게 중요한데 입원을 하면 여러가지 이야기를 충분히 나누고 가족면담도 할 수 있어서 안정적인 면이 있어 난 첫 치료 때 입원하는 게 괜찮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이 임상연구는 임상연구를 시작하기 전 기본값으로 흉부 및 복부 CT를 찍도록 정해져 있다. 일반적으로 유방암 환자가 수술하고 나서 이렇게 CT를 찍..

첫 항암치료 후 열이 나서 입원하신 당신께

항암치료 한방에 열이 나서 입원하게 되었다며 속상해하시는 당신께 1. 열이 나는 이유 항암제가 들어가면 암세포 뿐만 아니라 정상 세포도 영향을 받습니다. 피 성분을 이루는 백혈구, 적혈구, 혈소판도 같이 영향을 받아 정상 값에서 수치가 떨어집니다. 피 성분 중에 백혈구 (백혈구 중에서도 염증 반응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중성구)는 우리 몸에 염증을 일으킬만한 원인을 잡아먹어 버림으로써 문제를 해결하는 역할을 하는데 그런 과정에서 열이 날 수 있습니다. 즉 열이 난다는 것은 우리 몸 어딘가에 염증을 일으킬만한 요인이 있다는 것을 시사하는 셈입니다. 항암치료 기간 중에 항암제가 투여되기 시작한 날로부터 10일-14일째 (의사들은 이를 D+10일 - D+14일 이라고 부릅니다) 백혈구가 가장 많이 감소하는데..

우리나라 좋은나라

'슬픔이 희망에게' 김혜정 2000년 캐나다로 이민간 작가 김혜정이 이민 10개월 만에 큰아들 설휘가 뇌종양을 진단받고 나서 치료받는 과정을 쓴 일종의 투병기이다. 책 제목도 진부하고 사실 투병기의 담론구조는 어느 정도 정형화되어 있기 때문에 선뜻 읽고 싶은 생각이 드는 책은 아니었다. 그런데 이 책은 투병기라고 보기엔 글쓴이가 다큐멘타리 작가라서 그랬을까? 엄마와 가족의 심정, 투병의 어려움, 극복을 위한 노력 등이 잘 묘사되어 있는 것 이외에도 우리나라와 캐나다 의료시스템의 차이, 장단점이 잘 분석되어 있는 보고서였다. 그녀는 한국의 의료시스템에 많은 문제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환자를 위해 어떤 좋은 점이 있는지도 잘 보여주고 있었다. 유방암 수술 후 항암치료를 시작한지 9일만에 열이 나서 입원한 ..

엄마와 딸

4기 유방암을 진단받은 엄마가 항암치료를 한지 2년째 되는 날 직장 다니는 젊은 딸이 함께 왔다. 엄마는 40대 후반, 2년전 폐로 전이된 유방암을 진단받았고 HER2 양성이라 허셉틴, 탁솔로 항암치료를 시작했다가, 현재 탁솔은 중단하고 허셉틴으로 유지치료를 하고 계신다. 처음에 폐 전이가 확실치 않아 흉강경으로 조직검사까지 했었다. 그리고 치료 2년만에 찍은 PET-CT에서는 육안적으로 병이 없었다. No Evidence of Disease... 4기 환자인데 NED, 병이 안보이는 것이다. 허셉틴에 반응이 있어 장기적으로 유지치료를 하는 분들이 계신데 이분도 아마 그런 분 중의 한명이 되겠구나 싶어 마음속으로는 욕심을 가져본다. 이런 환자들을 볼 때면 난 그 어떤 의사보다 환자의 삶의 질이 중요하고,..

삼중음성유방암 환자분들께

제가 쓴 '한쪽가슴으로 사랑하기' 책을 읽으신 분들 혹은 본인이 삼중음성유방암으로 수술 전 항암치료를 받으시는 분들은 아마도 삼중음성유방암이라는 말의 의미가 무엇인지를 대략 아실 겁니다. 수술 후 항암치료를 받으시는 분들은 잘 모르실거에요. 수술을 받으신 분들께는 제가 자세히 설명하지 않으니까요. 유방암은 다른 암보다 생물학적 특징이 많이 밝혀져 있는 분야이고 최신의 연구, 신약개발 등이 많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유방암 세포 핵 혹은 세포 표면에는 수용체라는게 있는데 크게 ER, PR, HER2로 구분해볼 수 있고 이들 수용체가 모두 없으면 삼중음성유방암이라고 부릅니다. 이들의 특징은 수술 전 항암치료를 하면 기가 막히게 약효가 좋아서 수술을 하고 보니 암세포가 하나도 남지않는 '병리학적 완전..

블로그 관리

화려하고 보기좋은, 정보도 많은 블로그도 많고 세상에 글솜씨 좋은 사람들도 많은데 그럴싸한 재능도 없고 아이템도 없으며 성실하지도 않은 내가 어쩌자고 블로그를 시작했을까? 외래 개설 한달째. 아직 초반이라 환자가 별로 많지 않은데도 외래 시간이 지연된다. 아마 시간이 많다고 생각하니 환자들과 이런 저런 얘기를 하니까 그런가 보다. 난 그래도 최소한 그만큼은 해야한다고 생각하는데... 아마 환자가 점점 늘면... 손주혁 선생님이 여름에 연수를 가시면 더 많은 환자를 주어진 시간에 빨리 봐야 할 것이다. 어떤 외래 시간이든 환자들은 마음 속에 불만 가득, 고민 가득, 걱정 가득일 것이다. 그 마음 어디다 털어버릴 곳 없이 병원에 와서 주치의랍시고 날 만나 신체적인 증상 몇가지를 털어놓고 의례적인 대답 몇 마..

러시아 아줌마 진료

러시아 환자들을 가끔 진료한다. 외국 환자를 유치하는 것이 병원의 또다른 경쟁력 지표가 되고 있나 보다. 다른 분야의 진료나 수술 분야에서는 나름 수요와 공급의 곡선이 만나서 적절한 결과를 낼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면 우리나라에서 러시아 환자를 항암치료 하는 것은 어떨까? 내 짧은 경험상 러시아에 사는 환자를 대상으로 한국에서 항암치료를 하는 과정에는 여러모로 난제가 많다. 러시아 환자들 중에 영어를 이해하는 사람이 거의 없다. 의사소통을 위해서는 100% 통역이 따라붙어야 한다. 나는 환자를 보고 말하지만 환자는 통역관을 보고 말한다. 눈길을 마주치기가 힘들다. 통역이 없으면 아무것도 진행할 수가 없다. 나는 러시아에서 우리나라로 오는 환자들이 대부분 부자인 줄 알았는데 꼭 그런 것만도 아닌것 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