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ason 1 - Doctor's life until Feb 2014 993

뭔가를 알고 나니 마음이 더 답답

외래에서 첫 항암치료를 받으시는 환자분께 항암치료일정과 부작용에 관한 설명을 하고 나서 블로그와 메일 주소를 알려드린다. 제가 미처 다 설명하지 못한 기타 사항에 대해서는 블로그를 보시면 좋겠다고... 제가 설명드리고 싶은 부분이나 관련 정보들을 설명해 두었으니 참고하시라고... 혹시 궁금한 점이 있으시면 메일 하시라고... 대개의 환자들은 훑어보시고 나가시는지 - 대개의 블로그가 그렇지만 - 방명록이나 댓글, 메일을 남기시는 분들은 사실 그리 많지 않다. 흔적을 남기지 않는 분들은 블로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계실까? 요사이 몇 분 환자들께 여쭈어 보았다. "블로그 들어와 보셨어요?" "... 네 ..." "도움이 좀 되시던가요?" "... 음 ... 그냥 마음이 더 무거워지는 것 같고 답답해서 보다..

치료가 끝나니 시원'섭섭'

오늘로 수술, 방사선치료, 항암치료를 마치시는 분. "치료를 마치시니 심정이 어떠세요? "... 시원섭섭해요..." 시원은 이해가 되는데 섭섭은 왤까? 3주간격으로, 외래 진료 중간기간에 검사가 끼어 있으면 그 사이에도, 항암치료 하다가 열이 나면 응급실에도, 그렇게 병원에 올때마다 병원이 지긋지긋, 의사도 지긋지긋, 피검사 하는 것도 지긋지긋 그 모든 과정이 끝났으니 속씨원하게 털고 병원 문을 나서면 될 것 같은데 왜 섭섭하실까... 이 치료를 마치면 다 잘 될거라는 희망. 치료 기간을 잘 견뎌야 한다는 스스로에 대한 다짐. 한 주기 한 주기를 무사히 마치면서 잘 해냈다는 성취감. 문제가 생기면 의사와 상의해서 풀어가면 된다는 누군가에게 의지할 수 있는 마음. 3주를 간격으로 삶의 시간표가 정해져 있었..

하루 중 머리가 가장 맑을 때

바로 지금. 이렇게 블로그에 글을 쓸 때. 환자를 고민하면 졸다가도 정신이 번쩍 드는 걸 보니 아직 마음이 '악'해지지는 않았나 보다. 밤이면 다음 날 외래를 예습하는데 - 외래시간에 환자보며 의무기록정리하면 환자랑 눈 맞추기도 힘들기 때문에 미리 외래 기록을 거의 다 써두고, 외래에서는 간단하게만 몇마디 적어야 함. 아직 그런 수준...- 매번 예습을 하지만 볼수록 뭔가 새로운 사항이 발견된다. "아, 이 환자가 이런 게 있었구나. 내일 외래 때 무슨무슨 얘기를 해야겠다." 이렇게 써둔다. 사실 이러면 안되고 한번에 일목요연하게 다 꿰차고 있어야 우수한 의사일텐데... 난 아직 조금 부족한 상태라는 걸 인정. 나름 환자들의 병 뿐만 아니라 신상의 이모저모 환자의 특징 가족관계 이런걸 조금씩 기록해놓고 ..

천사(1004)가 되어 주세요

가끔 환자들을 위한 명상이나 요가 프로그램을 운영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엊그제 환자 보호자로 오신 분이 요가선생님이셨는데 그분을 보고 마음 속에 묻어두었던 생각들이 다시 떠올랐다. 물론 장애물은 많다. 일단 내가 명상이나 요가를 잘 할 줄 모른다. 내가 할 줄 모르면 도와주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 두번째 다행히 이러한 프로그램이 대단한 도구나 집기가 필요하지 았다는 장점이 있지만 그래도 최소한의 공간이 필요하다. 병원 혹은 의과대학 내에 공간을 마련해야 한다. 매트를 깔고 음악을 틀 수 있는 조용한 공간, 10명 정도라도 들어갈 수 있는... 공간을 찾기 위해 병원과 대학 곳곳을 샅샅이 찾아봐야 하는데 아직 그렇게 돌아다니며 찾아보는 적극적인 성의를 아직 발휘한 적은 없다. 마음 뿐이다. 세번째 이..

보호자의 마음까지

이 전편의 이야기 DNR에 등장한 80세 신장암 폐전이 할아버지의 할머니를 오늘 아침 회진 때 만나 이야기를 나누웠다. 할머니랑 얘기를 하다 보니 작년 항암치료를 하지 않기로 결정한 시점에는 의무기록에 적혀 있지 않는 많은 사연과 논란들이 있었다는 걸 오늘에서야 알게 되었다. 할머니는 의료진을 아주 많이 원망하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여하간 지금 환자 상태가 나빠지고 있는 것에 대해 눈물을 보이며 아쉬움을 토로하신다. 2005년 처음 진단받고 신장 절제술을 한 후 2008년에 재발했고 재발한 기관지 병변쪽으로 방사선치료도 하고 기관지 내시경으로 고주파술 등도 하셨다고 한다. 돈도 많이 쓰셨다고 하고... 수텐 이후로 보험되는 약이 없고, 항암제 치료 하지 않아도 일상생활에 지장이 전혀 없고 병이 좀 나빠지..

Do Not Resuscitation vs Do Not Response?

80세 할아버지. 신장암 폐전이. 만성신부전. 부정맥. 고혈압. 과거 뇌졸중. 조울증. 진단명만 늘어놓아도 몇줄이다. 신장암에 대한 치료는 해도 그다지 효과가 별로 없고 안 해도 별로 나빠지지 않는 정도. 아마도 작년까지는 별 증상없이 전신상태가 좋으셨던 것 같다. 항암치료는 그만 하자고 이미 결정한 상태. 항암제 치료를 하면 독성만 나타나서 고생이 많으셨다. 할아버지는 조울증이 심해 할머니나 자식들이 많이 지쳐있는 것 같았다. 할머니도 무슨 병이 많으신지 여기 저기 병원을 다니신다고 하는데 할아버지 대신 약만 처방받으로 오시곤 했다. 정작 할아버지는 최근 6개월 동안 병원에 오시지도 않고... 그냥 진통제랑 혈압약, 심장병약 등등의 약을 종양내과 일반외래에서 처방받아 가시기만 했다. 정신과약도 정신과 ..

몸 움직일 수 있는데까지 운동합시다

치료 중에는 여기저기 설명할 수 없이 아픈 곳이 많습니다. 의사에게나 가족에게 이제 아프다고 말하는 것도 구차하고 지겨울 정도입니다. 사소하게 삐끗한 것 같은데 잘 회복되지 않고 물건 옮긴다고 힘 한번 잘 못 써도 양 어깨가 무너지는 것 같습니다. 의사가 별 거 아니라고 말하는데도 통증이 찾아오는 그 순간순간 불안함과 두려움에 시달리고 그러면서 마음도 쇠약해지고 그렇게 쇠약해지는 내 존재가 한심해집니다. 통증이라는게 그렇게 사람의 마음을 갉아먹습니다. 탁솔 계열의 항암제를 맞을 때 항호르몬제를 먹을 때 뼈로 병이 전이가 되었을 때 ... ... 암 환자는 여러 가지 상황에서 병 때문에 치료 때문에 다양한 상황에서 통증을 경험합니다. 통증을 느끼지 않도록 하는 많은 약들이 있고, 저는 그런 약을 잘 쓰는 ..

암 치료 중에는 혈전증도 생깁니다

혈전증이란 우리 몸 혈관 내에서 피떡이 엉기는 거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우리 몸에 상처가 나면 처음에는 피가 흐르다가 지들끼리 엉겨붙어서 피가 더 안나고 굳잖아요? 그렇게 몸 안에서도 피 성분들이 일부 엉겨서 굳어버리면서 혈전이 생깁니다. 암 자체로 인해 우리 몸의 피가 약간 찐덕찐덕해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또 혈관을 건드리는 어떤 시술/혹은 수술을 할 때 혈관에 손상이 생기면서, 항암제를 투여하여 혈관 내에 흐르는 동안에도 이러한 혈전의 경향이 높아집니다. 외국 사람들은 비만해서 이러한 경향이 더 높습니다. 이에 비해 우리 나라 암환자를 대상으로 한 혈전 연구는 이제 막 시작단계라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서양에 비해 훨씬 발생빈도가 낮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의 생활 환경도 점차 서구화..

왜 많이 먹는데 체중이 빠지나요?

항암 치료 중에 먹어도 먹어도 살이 빠진다는 질문을 주신 분이 계셨습니다. 아~~ 조금만 먹어도 살이 무럭무럭 찌고 있는 저로서는 정말 부러운 질문이지 않을 수 없습니다만, 환자분들은 심각하실 줄로 알고 있습니다. 우리가 쓰는 항암제는 암세포도 공격하지만 정상세포도 공격합니다. 우리 몸에서 빨리 자라고 분열하며 성장하는 세포 - 꼭 암세포가 아니더라도 - 들은 항암제의 영향을 받아 치료기간 동안 죽어버립니다. (물론 항암치료가 끝나면 정상 세포들은 다시 살아납니다) 우리 몸의 정상 세포가 공격을 당해 죽을 정도면 정상 기능을 유지하기 위한 수많은 기능들이 제대로 유지될 수 없겠죠. 그래서 여성분들은 난소 세포가 공격을 받아 기능을 잃고 에스트로젠을 만들지 못하니까 생리도 안합니다. 우리 몸의 영양 성분도..

최고로 비싸고 좋은 영양제 주세요

항암치료를 하다보면 구토 구역감으로 음식을 잘 못 먹게 되는 경우, 항암제 때문에 설사가 하면서 음식을 못 먹는 경우, 배가 꼬이듯 아파서 몸이 음식을 거부하는 경우, 이래 저래 컨디션이 나빠지면서 입으로 먹는 것 자체가 싫어지는 경우 등등의 상황에서 음식 섭취량이 떨어진다. 또한 몸 어딘가가 아프고 불편하다는 것 자체가 전체적인 몸의 대사량과 활동성을 떨어뜨린다. 그러는 동안 세포들은 탈수되기 쉽다. 그래서 항암치료 기간 중에서는 물을 많이 마시거나 정맥 주사로 수액을 맞는 것이 도움이 된다. 수액 1 리터를 맞는 단순한 행위가 중요할 때가 많다. 이때의 수액이란 아무것도 섞이지 않은 생리식염수도 되고, 포도당을 약간 섞은 수액일수도 있고, 아미노산이 섞인 경우도 있고, 각종 전해질을 추가로 첨가한 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