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ason 1 - Doctor's life until Feb 2014/유방암 환자들에게 보내는 편지

암 치료 중에는 혈전증도 생깁니다

슬기엄마 2011. 4. 25. 20:40
혈전증이란
우리 몸 혈관 내에서 피떡이 엉기는 거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우리 몸에 상처가 나면 처음에는 피가 흐르다가 지들끼리 엉겨붙어서 피가 더 안나고 굳잖아요?
그렇게 몸 안에서도 피 성분들이 일부 엉겨서 굳어버리면서 혈전이 생깁니다.

암 자체로 인해 우리 몸의 피가 약간 찐덕찐덕해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또 혈관을 건드리는 어떤 시술/혹은 수술을 할 때 혈관에 손상이 생기면서,
항암제를 투여하여 혈관 내에 흐르는 동안에도
이러한 혈전의 경향이 높아집니다.
외국 사람들은 비만해서 이러한 경향이 더 높습니다.
이에 비해 우리 나라 암환자를 대상으로 한 혈전 연구는 이제 막 시작단계라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서양에 비해 훨씬 발생빈도가 낮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의 생활 환경도 점차 서구화되고 식습관도 서구화되어 체혈도 서구화되는 경향이 있는지
제가 진료하는 환자분들 중에도 혈전이 생기시는 분들이 꽤 있습니다.

혈전이 생기는 곳은
흔히 사지 특히 다리쪽에 발생하기 쉽고
그럴 때 증상은 한쪽 다리가 붓고 땡땡해지면서 아픕니다.
또는 어디선가 발생한 혈전이 혈관을 타고 돌아다니다가
폐에 도착해서 폐혈관을 막으면 숨이 차고 가슴이 답답한 증상을 느낄 수 있습니다.
진단을 위해 도플러 초음파를 하거나 CT를 찍으면 진단할 수 있습니다.
증상이 없는데 우연히 영상검사를 통해 발견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작은 혈관에 혈전이 끼어있으면 증상이 없을 수도 있습니다.

혈전이 생기면
일단 피를 묽히는 약을 써야 합니다.
헤파린이나 쿠마딘/와파린 같은 약들이 피를 묽히는 약입니다.
헤파린은 주사이고 쿠마딘/와파린은 먹는 약입니다.
이런 약들은 투약기간 동안 피검사를 자주 해서
우리가 먹는 약들이 제대로 기능을 하고 있나 수치로 확인하게 됩니다.
피검사를 안해도 되는 저분자량 헤파린도 있는데요
암 환자에게는 이 저분자량 헤파린이 가장 효과가 좋지만
보험이 최고 3주까지밖에 안됩니다. 그것도 일단 5일을 먼저 써 보고 먹는 걸로 바꿨을 때 상태 호전이 없으면 3주까지만 보험으로 인정을 해 줍니다. 보험으로 안해 주면 한달동안 백만원이 넘게 듭니다.
그래서 증상이 심하지 않거나 범위가 국소적이면 먹는 약으로 조절을 해 봅니다.
이런 약들은 생긴 혈전을 직접 녹이는 역할을 하는 것은 아니고
더 이상 생기지 않도록 방지하는 역할을 합니다.
이런 약을 쓰는 동안 우리 몸 자체에서 혈전을 녹이는 물질을 만들어 내서 혈전이 소실되게 됩니다.

대개 혈전이 발생한 후 약을 쓰면 몇 일 사이로 증상이 좋아지고
그 후로 6개월 정도까지 약을 쓴 다음
처음 진단할 때 사용했던 영상검사를 다시 해서 혈전이 사라졌는지 확인하게 됩니다.

전이성 암의 경우
치료 중 혈전이 생긴다는 것은 
암의 활성도가 높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시사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그때는 암의 활성도 자체를 떨어뜨려야 하기 때문에 항암치료가 우선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됩니다.

항암치료를 받기 위해 마음을 단단히 먹고 치료를 시작했는데
예상하지 못했던 이런 저런 일이 생기면서 속상하시죠?
역시 치료과정이 우리 마음처럼 쉽게 간단하게 진행되는 것은 아닌가 봅니다.
그래도 인간의 힘으로 할 수 있는 만큼 최선을 다합시다.